정명훈 떠난 서울시향 첫 시험대 '합격점'…응원·격려

by김미경 기자
2016.01.11 00:00:30

9일 정명훈 사임 후 첫 '정기 연주회'
공백 메운 '에센바흐' 섬세한 지휘봉
역대 최강 평가, 단원 서로 껴안으며 격려
브루크너 교향곡 9번…웅장하면서 격렬·따뜻
2300여 청중 반응 '긍정적' 박수갈채

정명훈 전 예술감독을 대신해 서울시향의 새해 첫 정기연주회 지휘봉을 잡은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단원들과 함께 인사하고 있다(사진=서울시향).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연주가 끝나고 관객들이 하나둘 공연장을 나서자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단원들은 서로를 꼭 부둥켜안았다. 어깨와 등을 두드리며 격려하기도 했고, 손을 맞잡거나 포옹하며 서로를 응원했다. 표정은 상기돼 있었지만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공연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서울시향 첫 신년 정기연주회 무대. 정명훈 전 예술감독의 사임 후 열린 이날 연주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평단과 관객이 평가한 연주 수준은 ‘역대 최강’, 10년간 다져온 연주력과 내공을 증명한 시간이었다.

이날 무대는 시험대와 다름없었다. 당초 정 전 감독이 지휘하려던 이번 음악회는 독일 출신 거장 크리스토프 에센바흐로 대체됐고 사의를 표명한 핵심 멤버 스베틀린 루세브 악장 자리에는 웨인 린 부악장이 앉았다. 최근 서울시향의 앞날을 놓고 우려가 많았지만 2300여 관객은 객석에 불이 켜질 때까지 박수갈채를 보냈다.

정 전 감독의 공백을 메우고 대신 서울시향의 지휘봉을 잡은 에센 바흐(사진=서울시향).
연주는 격렬한 동시에 웅장하면서도 따뜻했다. 정 전 감독의 공백을 훌륭히 메워준 에센바흐의 지휘봉은 단원들의 음색을 섬세하게 이끌어내며 청중을 사로잡았다.



에센바흐는 현악기군인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을 무대 왼쪽과 오른쪽으로 서로 마주 보도록 영리하게 배치해 음향을 입체적으로 살려냈다. 3악장에서 제1·2 바이올린이 선율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쌓아가는 부분은 덕분에 극대화됐고, 오히려 지휘자의 개성에 맞춰 연주할 수 있을 만큼 유연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얻었다.

서울시향 오랜 팬이라는 김향미(52) 씨는 “정 전 감독이 없어 걱정된 게 사실이었고 아쉽긴 여전하지만 10년간의 세월이 헛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만족스러웠다. 앞으로의 정기 연주회도 계속 찾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에셴바흐의 지휘가 결정된 것은 3일 밤. 단원들은 5일과 6일 최수열 부지휘자와 준비기간을 다졌다. 7일 오후 입국한 에셴바흐는 트렁크를 든 채 연습실로 직행, 밤 10시까지 리허설을 했다. 8일 내내 연습실에서 살았고, 공연 당일 9일 낮에도 단원들과 계속 호흡을 맞춘 것도 연주회 성공에 한몫했다.

첫 단추를 잘 끼웠지만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는 산더미다. 조만간 대표이사 자문기구인 ‘지휘자 발굴 위원회’를 구성해 정 전 감독의 후임을 논의할 예정이다. 남은 8차례 공연의 대체 지휘자도 구해야 한다. 루세브를 비롯해 올해와 내년 상반기 계약 만료되는 정 감 독의 인연으로 합류한 단원들과도 지속적으로 재계약 협의 중이다. 여기에 정 전 감독의 간판을 믿고 지원을 하기로 한 후원사들의 설득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서울시향은 최수열 부지휘자와 함께 당분간 다방면으로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16, 17일 정기공연 지휘자는 11일께 공지할 예정이다.

서울시향과 정명훈 전 예술감독을 대신해 첫 지휘봉을 잡은 에센바흐가 연주를 마친 뒤 청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서울시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