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日 오염수 소극적 대응, 국민 불안 키운다

by공지유 기자
2023.02.20 04:45:00

정부출연연구기관 시뮬레이션 결과에도 불안 여전
방사능 노출 해양생물…먹이사슬로 생태계 파괴 우려
정부, 일본 데이터 검증하고 국내 피해 최소화해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탱크.(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과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은 지난 16일 한국방재학회 주관 학술발표대회에서 삼중수소 해류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더라도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 해역에 도달했을 때 유입되는 트리튬(삼중수소)의 농도는 분석기기로 검출되기 힘들 정도로 양이 미미했다.

유전자 변형 등 인체에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삼중수소의 영향이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건데, 정부 발표 후에도 국민들의 불안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해저에 가라앉은 방사성 물질이 바다 생물에 영향을 줘 해양생태계 전반을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오염수가 후쿠시마 연안에서 시작해 태평양까지 흘러갈 때 여러 방사성 물질이 가라앉으며 바닥에 있는 어류에게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의 정보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 지도 관건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삼중수소 방출량을 연간 22조Bq(베크렐·방사성물질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를 최대치로 잡았는데, 일본이 실제 오염수를 방류할 때 계획대로 배출량을 준수할지 의구심이 생기는 부분이다. 64개 핵종을 측정하겠다던 일본 정부는 최근 측정 대상 물질 수를 31개로 절반 이상 줄이겠다고 한 것도 걱정거리다.

이 와중에 정부의 소극적 대응이 국민 불안을 더 키우고 있다. 이번 시뮬레이션 발표도 봐도 그렇다. 단순히 우리나라 해역에 도달했을 때 삼중수소 농도가 적다는 얘기만 반복했을 뿐, 삼중수소의 유해성, 안전성 등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국민 입장에서 석연치 않은 게 많은데, 해양수산부는 정부 차원의 설명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제주연구원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8명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했을 만큼 방사성 공포는 극에 달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일본 정부의 데이터 검증을 요청하고, 수산물 소비 급감에 따른 어민들의 피해를 막으려는 노력을 강구해야 한다. 일본이 예고한 ‘올해 봄’이 이제 코앞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