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로 신체 내부 찍듯 분자 1개 구석구석 살핀다

by강민구 기자
2021.11.12 01:00:00

기초과학연구원 연구진, 단일 분자 전자스핀공명 측정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연구팀이 주사터널링현미경을 써서 표면 위 분자의 전자스핀공명을 측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전자스핀공명은 병원에서 접하는 자기공명영상(MRI)과 비슷한 원리로 분자를 확인하기 위해 쓰는 기술이다.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의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연구단장, 최태영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공동연구위원, 수에 장 연구위원(왼쪽부터)(사진=기초과학연구원)
최근 정보처리 장치가 작아지면서 자석의 원인인 스핀을 소자에 이용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크다. 원자나 분자들로 양자 소자를 만들려면 두 스핀의 상호작용을 완벽히 제어해야 햐며, 분자 하나의 스핀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연구팀은 2019년에 주사터널링현미경과 전자스핀공명을 합쳐 원자 한 개의 자기장을 관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단일 분자 내부나 단일 분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측정 민감도가 낮아 여러 스핀이 덩어리 상태로 관찰되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우선 단일 원자와 분자들의 전자스핀공명과 자기적인 상호작용을 측정했다. 실험 대상인 철프탈로시아닌은 철원자가 분자의 중앙에 있는 고리 유기화합물로, 유기물 태양전지, 나노구조물 합성, 화학 촉매물 등으로 쓰인다. 은 기판의 산화마그네슘 절연막 위에 철프탈로시아닌 분자, 철 원자, 티타늄 원자를 쌓고, 전자스핀공명 현상을 이용해 분자와 원자들의 미세한 자기 상호작용을 관찰했다.

이번 연구는 전자스핀공명의 측정 대상을 원자에서 분자로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측정 기술은 화학적 구조가 알려지지 않은 분자 내부에 스핀을 가지는 원자 혹은 분자를 붙여 구조를 파악할 수 있기에, 물질의 자성연구, 의약학의 분자 구조 연구, 양자 센싱 연구에도 쓸 수 있다.

수에 장 연구위원은 “원자 규모의 양자 상태를 연구할 때 단일 분자의 성질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분자들의 자기적인 상호작용을 측정할 수 있다”며 “분자 기반의 스핀 소자나 양자 소자 개발에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에 12일자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