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총의 소확행]그냥 기업가 될래, 사회적 기업가 될래?

by김은총 기자
2018.12.02 00:00:00

흡연실서 만난 직원의 불만에 충격받은 CEO
본인 연봉 깎고 직원 최저 연봉 7만 달러로 인상
사회적기업가 정신은 직원 배려에서부터 시작

[이데일리 김은총 기자] 2015년 미국의 카드결제시스템 회사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흡연실. CEO 댄 프라이스(34)는 심각한 얼굴로 담배를 태우는 전화기술자 제이슨 헤일리(32)를 보게 된다. “내가 꼭 당신을 괴롭히고 있는 것 같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프라이스의 말에 헤일리는 이렇게 답했다. “당신이 나를 착취하고 있잖소.” 헤일리는 평소에 한 번도 큰소리를 내본 적 없는 내성적인 직원이었다.

당황한 프라이스가 다시 물었다. “당신의 임금은 시장 시세에 근거하고 있네. 만약 다른 데이터가 있다면 알려주게나. 추궁하려는 것은 아닐세.” 헤일리가 다시 답했다. “데이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의도를 알아요. 어떻게 해서든 내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충분한 돈을 주지 않으려는 거죠?”

이 대화 후 충격을 받은 프라이스는 그해 12월 110만달러(약 12억3400만원)에 달하던 자신의 연봉을 7만달러(약 7800만원)로 낮추고 대신 전 직원 117명의 연봉을 최저 7만달러로 인상했다. “인간은 7만달러의 연봉을 받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연구를 근거로 한 인상이었다. 덕분에 3500달러에 불과했던 헤일리의 연봉은 단숨에 두 배로 뛰어올랐다.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CEO 댄 프라이스
사회적기업가 정신교육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레그 디스는 사회적기업가 정신의 구성요소를 공공가치 창조, 새로운 기회 추구, 지속적인 혁신, 대담한 행동, 책임감 등으로 규정한다. 풀어 말하면 사회적기업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사회문제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가 정신을 거창하게 보지 않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함께 일하는 직원에 대한 배려에서부터 사회적기업가의 정신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프라이스의 사례처럼 말이다.



소셜벤처 겜브릿지의 도민석 대표는 “기본적인 법을 잘 지키는 것이 사회적기업가가 할 일”이라고 말한다. 사회적기업가라면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같은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고 직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사내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도 대표의 철학이었다.

예비사회적기업 째깍악어의 김희정 대표 역시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해 배려”를 사회적기업가의 정신으로 꼽았다. 김 대표는 “에어비앤비가 회사주식을 호스트에게 나눠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회사는 결국 구성원 전체가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주주고 주인”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테슬라 자동차를 선물받은 댄 프라이스
다시 그래비티 페이먼츠로 돌아가 보자. “과도한 임금이 노동자를 게으르게 하고 시장경제 질서를 무너뜨리게 할 것”이라는 일부 보수 성향 매체의 비판은 기우에 불과했다. 회사의 주가는 계속 상승했고 이직률은 낮아졌다. 연봉이 높아진 직원들은 회사 근처로 집을 옮겨 삶의 질을 끌어올렸다. 직원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지면서 업무 스트레스는 줄어들었고 효율성은 오히려 높아졌다.

2016년 7월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직원들은 10개월간 몰래 모은 돈으로 프라이스에게 테슬라 자동차를 깜짝 선물했다. 프라이스는 직원들을 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 광경을 담은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왜 사람들은 이런 작은 회사의 이야기에 열광했을까. 그것은 일반 기업가인 프라이스가 흔히 ‘합리적’이라고 일컫는 기업과 시장의 절대 원칙인 ‘최소비용 최대효율’을 저버린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그냥 기업가와 사회적기업가의 차이는 어쩌면 그곳에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