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3편 스크린 과반 점령'...한국영화 설 자리가 없다

by김용운 기자
2007.12.22 13:31:01

스크린쿼터 후폭풍...예매율 높아도 극장수 부족해 발만 동동

▲ '색즉시공2','내 사랑', '용의주도 미스 신'(사진 위에서부터 시계방향)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한국영화계가 초비상 사태를 맞고 있다. 2007년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가 146일에서 73일로 축소된 이후 한국영화의 스크린 수가 현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같은 현상은 연말연시 성수기를 맞아 더욱 극심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영화인들을 한숨짓게 만들고 있다.
 
연말연시 극장가는 크리스마스와 방학 등이 맞물린 연중 최고 성수기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의 공세에 밀려 높은 예매율에도 불구하고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극장들은 절반으로 줄어든 스크린쿼터 일수를 한국영화로 채운 뒤 나머지를 외화 상영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영화홍보사인 유쾌한 확성기에 따르면 20일 현재 니콜 키드먼 주연의 판타지대작 '황금나침반'이 474개의 스크린을 접수했고 니콜라스 케이지의 '내셔널 트레저2'가 354개, 윌 스미스 주연의 ‘나는 전설이다’가 240개의 스크린을 확보한 상태다. 전국에 약 1900여개의 스크린이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들 외화 3편이 전체 스크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연말, 한국영화는 최소한 3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했었다. 하지만 올 연말 각종 영화예매 사이트에서 ‘황금 나침반’에 이어 예매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내 사랑’은 18일 개봉 당시 224개의 스크린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같은 날 개봉한 ‘용의주도 미스신’도 220개 가량의 스크린에서 개봉,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난 13일 개봉한 ‘색즉시공2’는 420개 스크린에서 개봉했지만 일주일 만에 100여개의 스크린이 감소했다.

할리우드 직배사의 한 관계자는 “연말연시 할리우드 대작 공세는 전세계 극장가에서 보편적인 일이다”며 “관객들 역시 할리우드 대작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고 극장 역시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내 멀티플렉스의 한 관계자는 “한국영화가 외화보다 극장 측 수익배분이 높다”고 전제 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는 작품마다 관객들의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는 반면 외화는 그렇지가 않아 극장들이 성수기일수록 외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고 전했다.

국내 영화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결국 스크린쿼터 축소로 인해 성수기 극장가에서 한국 영화가 타격을 입은 것 같다”며 “앞으로 연말 성수기에 보고 싶은 한국영화가 있더라도 막상 극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어 발길을 돌리는 관객들이 많을 것이다”고 현상황을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연말 성수기를 겨냥해 만들어지는 한국영화가 외화 배급에 밀려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한국영화 제작 자체가 점점 더 어려워 질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