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토종 OTT 경쟁 심화…"플랫폼 보다 콘텐츠 지원 필요"

by김가영 기자
2022.05.11 05:30:00

글로벌 OTT, 한국 시장 중요성→투자 확대
인수위, 토종 OTT 지원 방안 내놓으며 OTT 경쟁 심화 예고
"OTT 국적 따지기 보다 K콘텐츠 관점에서 바라봐야"

‘오징어게임’ 포스터(사진=넷플릭스)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아시아에서 가입자 수가 증가하며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가입자 감소와 주가 폭락으로 ‘위기설’까지 겪고 있지만 아시아에서는 전혀 다르다. 이 같은 현상의 이유로 K콘텐츠의 흥행이 꼽힌다. 이로 인해 한국이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중심에 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이어지고 있다.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식과 함께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인수위원회에서는 글로벌 OTT에 대항해 토종 OTT에 대한 지원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의 열쇠는 콘텐츠에 있는 만큼 이를 제작하는 중소제작사들과 스태프 처우에 대한 지원과 환경 개선이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토종 OTT에 대한 지원은 대기업 중심으로 편파적인 지원이 될 수 있다”며 “OTT 플랫폼이 어느 나라 것인지 국적을 따지는 것보다 K콘텐츠 관점에서 정책을 고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배우나 제작진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고 그들이 더 많은 활동을 하면 K콘텐츠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수익적인 면도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에 토종까지, 경쟁 심화된 K콘텐츠 시장

OTT 공룡으로 불린 넷플릭스가 11년 만에 처음 가입자 감소를 기록하며 최근 주가가 폭락했다. 9일(현지시간) 넷플릭스의 주가는 173달러로 마감됐다. 2004년 10월 나스닥 상장 이후 18년 만에 하루 최대폭 하락을 기록한 지난달 20일의 종가 226달러보다 53달러가 더 빠졌다.

하지만 아시아에서는 가입자 수가 109만명 증가했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증가한 지역은 전세계에서 아시아가 유일했다. 그 배경으로 ‘오징어게임’의 흥행이 꼽힌다. 넷플릭스 측은 ‘오징어게임’이 자체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이로 인해 438만명의 신규 가입자를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덕분에 넷플릭스의 지난해 3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74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의 한국이 더 이상 주변국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징어게임’으로 재미를 본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한국에서 지난해보다 10편 가량 많은 25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5500억원을 투자한 것과 비교해 올해 투자금은 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넷플릭스뿐 아니라 또 다른 글로벌 OTT 디즈니+, 애플TV+도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이어간다. HBO맥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도 국내 진출을 계획 중이다. 이런 가운데 새 정부까지 토종 OTT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디어·콘텐츠산업 컨트롤타워인 ‘미디어혁신위원회’를 설치하고 ‘K-OTT펀드’를 조성해 OTT 특화 콘텐츠 제작 지원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파친코’ 포스터(사진=애플TV+)
◇플랫폼 보다 콘텐츠 제작자 지원이 중요


글로벌 OTT와 토종 OTT의 경쟁 심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과열된 경쟁이 과연 올바른 성장으로 향할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오징어게임’이 흥행하면서 러닝 개런티에 대한 문제가 대두됐다. 실적에 비해 창작자와 스태프는 그만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제작사들이 OTT업체의 하청업체로 전락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콘텐츠를 제작하는 현장 인력들도 이런 문제를 체감하고 있다. 한 제작 스태프는 “국내 콘텐츠 시장에 투자된 금액이 늘고 있다는데 현장에서의 처우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일자리가 많아졌다는 정도”라며 “오히려 플랫폼 경쟁이 심화할수록 현장에선 요구조건이 더 까다로워지고 (작품 완성) 납부기한이 당겨진 듯한 느낌이 든다”고 토로했다. 국내 콘텐츠 시장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만큼, 현장 역시 이 같은 성장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단순히 플랫폼이 글로벌 OTT이기 때문이 아니다. 토종 OTT가 성장하더라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플랫폼사와 제작사의 통상적인 계약 관계, 업무 구조 등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지원책을 현실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토종 OTT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그 지원이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이어지는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