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영화 관람료 인상, 비난만 할 일 아니다

by박미애 기자
2020.10.26 05:00:00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국내 1위 멀티플렉스 극장 CGV의 관람료 인상 단행에 대한 여론이 곱지 않다.

CGV는 26일부터 일반 2D 영화의 관람료를 주중(월~목) 오후 1시 이후 1만2000원, 주말(금~일)에는 1만3000원으로 조정한다. 기존에 좌석(이코노미·스탠다드·프라임) 별로 가격에 차등을 뒀던 좌석 차등제는 폐지된다. 이에 따라 관람료가 프라임석 기준 1000원, 스탠다드석 기준으로 2000원 오르게 된다. CGV가 관람료를 인상하는 건 2018년 4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매출 급감이 운영에 큰 타격을 입힌 탓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시련은 온 국민이 겪고 있는 것이며 그런 와중에 가격을 올리면 극장에 가기가 더 어렵다고 호소한다.

극장은 코로나19 이후 비상 상황이다. 올 상반기부터 영업 중단, 희망 퇴직, 임금 삭감 등의 조치를 했지만 바이러스 재난을 버티기에 역부족이었다. CGV의 올 상반기 실적은 매출액 28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6616억원)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작 영화들은 극장 개봉보다 OTT 공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제작비 회수는커녕 손해가 불 보듯 뻔한데 극장에 걸리고 싶은 영화는 없을 터다. ‘콜’의 넷플릭스행은 결정됐고 총 제작비 240억~250억원으로 알려진 ‘승리호’를 비롯한 ‘낙원의 밤’ ‘원더랜드’도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극장의 고사 위기는 눈앞의 현실이 됐다.

최근 CGV는 관람료 인상과 함께 3년 내 상영관 30% 감축 등 몇 가지 자구책을 발표했다. 당장 26일부터 대학로·명동역씨네라이브러리·등촌·연수역·홍성·대구아카데미·광주금남로 7개 극장의 영업을 중단한다. CGV는 전국에서 119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향후 35~40개 가량의 상영관을 없앴다는 이야기다. 그것은 곧 거기서 일했던 많은 인력이 거리로 내몰린다는 뜻이기도 하다.

CGV가 관람료 인상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상황이 긴급해서다. 관람료가 인상되면 그만큼 배급사, 제작사에 돌아가는 몫이 커질 수 있다. 가격 인상에는 운영난뿐 아니라 신작 영화들을 OTT에 뺏기는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절박감도 엿보인다. 이번 관람료 인상은 극장의 고육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