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 퍼트 트라우마 이겨낸 김민선…1169일 만에 우승 포효

by임정우 기자
2020.07.06 06:30:01

김민선이 한국여자프로골프(KPGA) 투어 맥콜·용평리조트 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 (사진=KLPGA)
[평창(강원)=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1169일. 김민선(25)이 한국여자프로골프(KPGA) 투어 4번째 우승 이후 5번째 정상에 오르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3년 2개월 11일 만에 우승의 감격의 맛본 김민선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김민선은 5일 강원도 평창군 버치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맥콜·용평리조트 오픈(총상금 6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04타를 기록한 김민선은 공동 2위 이소영(23)과 성유진(20)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이날 경기를 시작한 김민선은 2번홀 보기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김민선은 침착했다. 3번홀 버디로 분위기를 바꾼 김민선은 8번홀과 9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채며 우승 경쟁을 이어갔다.

후반 초반에도 김민선의 버디 행진은 멈출 줄 몰랐다. 그는 10번홀과 11번홀에서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그러나 김민선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그는 12번홀과 15번홀에서 각각 1타씩을 잃으며 이소영에게 1타 차 추격을 허용했다.

김민선에게 더 이상의 보기는 없었다. 17번홀에서 타수를 잃을 위기에서 파를 기록한 김민선은 마지막 18번홀에서 승부의 마침표를 확실하게 찍었다. 그는 차분하게 50cm 거리의 파 퍼트를 성공시키며 1타 차 짜릿한 우승을 확정지었다.



김민선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진행된 우승 기자회견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우승을 차지해 정말 기쁘다”며 “이번 우승을 발판 삼아 프로 데뷔 후 첫 다승을 차지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은 김민선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1m 이내의 쇼트 퍼트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차지한 우승이기 때문이다. 김민선은 올 시즌 국내 개막전으로 열린 KLPGA 챔피언십부터 쇼트 퍼트 공포증에 빠졌다. 그는 아마추어 골퍼도 쉽게 넣을 수 있는 50cm 퍼트를 할 때 스트로크를 하지 못할 정도로 위축됐다.

그러나 김민선은 트라우마를 멋지게 극복했다. 한 타, 한 타에 집중하고 ‘어깨에 힘을 빼고 자신 있게’라는 말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은 김민선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그동안의 마음 고생에서 벗어나게 됐다.

그는 “마지막 18번홀에서 50cm 거리의 챔피언 퍼트를 남겨놨을 때 손이 떨릴 정도로 긴장을 많이 했지만 다행히 성공해 우승할 수 있었다”며 “이번 우승으로 짧은 거리 퍼트를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만큼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걸 목표로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선은 2년 시드를 확보했다는 기쁨도 표현했다. 우승을 차지한 선수가 받는 혜택 중 하나인 시드는 미래를 보장하는 보험과 같다. 그는 “앞으로 2년간 시드 걱정 없이 골프를 할 수 있게 돼 정말 행복하다”며 “쇼트 퍼트 트라우마를 완벽하게 이겨내고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공동 2위에는 11언더파 205타를 친 이소영과 성유진이 자리했고 현세린(19)과 노승희(19) 등이 9언더파 207타 공동 4위 그룹을 형성했다. 이소영은 올 시즌 2번째 우승을 아쉽게 놓쳤지만 상금랭킹과 대상 포인트 1위로 올라서며 아쉬움을 달랬다. 디펜딩 챔피언 최혜진(20)은 8언더파 208타 공동 7위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