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깡'으로 주목받는 '밈', 또 다른 '악플' 우려

by김현식 기자
2020.05.26 06:00:00

'밈', 유희적 측면과 공격성 경계 모호
'창렬스럽다' 신조어에 속앓이…
'언니 저 맘에 안들죠' 인용 개표방송 뭇매
"희화화 전 예의지켜야"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최근 국가기관인 통계청 공식 유튜브 채널 운영 담당자는 가수 겸 배우 비의 ‘깡’ 뮤직비디오에 조회수 686만 건을 ‘UBD’로 환산한 댓글을 남겼다가 ‘경솔했다’는 지적을 받고 사과했다. ‘UBD’는 비가 주연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의 흥행참패를 일부 누리꾼이 조롱하며 만든 단위였기 때문이다. 영화의 누적 관객수가 17만 명인 것에 빗대 ‘1UBD’는 17만, ‘2UBD’는 34만을 의미한다.

(사진=이데일리DB)
최근 온라인상에서 비의 ‘1일 1깡’ 열풍이 불면서 ‘밈’이 밀레니얼 세대의 새로운 놀이문화로 주목받는 분위기지만, 이처럼 조롱과 희화화가 기저에 깔린 콘텐츠가 많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최영균 대중문화평론가는 25일 “‘밈’이 대체로 공격성보단 유희적 측면이 더 크긴 하지만 그 경계가 모호한 것이 사실”이라며 “당사자가 상처를 입는 경우도 있는 만큼 또 다른 형태의 ‘악플’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1일 1깡’ 역시 조롱과 희화화에서 출발했다. 2017년 발표된 곡인 ‘깡’은 비의 또 다른 ‘흑역사’ 작품으로 불리면서 3년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깡’은 비가 데뷔 후 처음으로 도전한 힙합 장르의 곡인데, 일부 네티즌들은 트렌드를 따라가려다가 난해한 노래와 퍼포먼스를 만들어냈다며 실패를 조롱했다. 유튜브에 게재된 ‘깡’ 관련 영상에는 “비는 시대를 뒷선 천재다”, “영어 자막 넣은 사람을 국가모욕죄로 고발하겠다”, “빈틈없이 촌스럽고 끊임없이 어긋났으며 쉴 틈 없이 안타깝다” 등 조롱 섞인 댓글도 여전히 잇따르고 있다.

이태임과 예원의 욕설 영상 속 표현을 써 논란이 된 MBC 총선 개표 방송 장면. (사진=MBC)
DJ DOC 김창열은 자신이 광고모델을 한 식품업체가 부실한 상품을 내놓으면서 만들어진 ‘창렬스럽다’는 신조어가 ‘밈’으로 소비되자 정신적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그는 식품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MBC는 지난달 총선 개표방송 도중 배우 이태임과 가수 예원의 욕설 다툼 영상에서 출발해 ‘밈’으로 발전한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라는 표현을 썼다가 뭇매를 맞자 사과했다. ‘여자의 적은 여자’란 프레임을 적용시킬 때 쓰이는 일종의 ‘여혐’ 표현이라는 점과 당사자인 이태임과 예원에게는 잊고 싶을 트라우마일 것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한 표현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영균 평론가는 “‘밈’이 건전한 놀이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선 소재가 되는 대상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가 필요하다”며 “특정 인물이나 작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심어질 수 있는 ‘밈’의 사용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