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위협한 18세 소녀 유카 사소 "나보다 훨씬 잘쳐"

by주영로 기자
2019.03.11 06:00:00

필리핀여자골프 3일 내내 박성현과 대등한 경기
박성현 "18세 나보다 잘쳐, 나를 보는 것 같아"
"2~3년 뒤 LPGA 투어에서 함께 뛰게 될 것" 기대

지난 8일 필리핀 라구나의 더컨트리클럽에서 끝난 필리핀여자골프투어 더컨트리클럽 레이디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왼쪽)이 사흘 내내 함께 경기한 18세 소녀 유카 사소와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준선 프리랜서 사진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나를 보는 것 같았다.”

필리핀의 18세 아마추어 여자골퍼 유카 사소가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성현(26)을 놀라게 했다. ‘펑펑’ 거침없이 돌아가는 드라이브샷과 침착함 속에서도 대범한 경기를 펼치는 승부사 기질을 엿본 박성현은 10년 전 자신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8일 필리핀 마닐라 근교 라구나의 더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필리핀여자프로골프투어 더컨트리클럽 레이디스 인비테이셔널 마지막 3라운드. 4타 차 선두로 나선 박성현은 챔피언조에서 우승 경쟁을 펼친 유카 사소의 경기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빙의 승부 끝에 2타 차 우승을 거머쥔 박성현은 “나보다 더 멀리 칠 때도 있었고, 수준 높은 경기를 했다”며 사소에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박성현은 세계랭킹 1위의 자존심을 지켰지만, 사소의 겁없는 추격에 하마터면 우승을 놓칠 뻔 했다.

사소는 이날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성현과 함께 경기하면서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우승을 넘봤다. 경기 중반에는 1타 차까지 추격하며 박성현을 긴장케 만드는 등 대범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7번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리는 실수를 하기 전까지 완벽한 경기를 펼치며 마지막까지 박성현을 위협했다. 박성현은 그런 사소를 보고 “3일 내내 함께 경기했는데 나하고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10년 전 자신을 떠올렸다. 이어 그는 “내가 18세 때는 사소처럼 치지 못했다”며 “솔직하게 말해서 18세 때의 나보다 더 잘 쳤다. 쇼트게임도 돋보였고, 위축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2~3년 뒷면 사소와 LPGA 투어에서 함께 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예사롭지 않은 실력을 인정했다.



사소는 필리핀여자골프를 대표하는 기대주다. 필리핀에선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이나 박성현 같은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을 높게 평가 받고 있다. 아마추어 여자골프 세계랭킹은 29위지만,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가장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평가된 태국의 아탸야 티티쿨, 한국팀의 조아연, 임희정(이상 19) 등 보다 한수 위의 기량을 선보이며 개인전과 단체전 2개의 금메달을 모두 휩쓸었다. 필리핀 여자골프 사상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첫 번째 금메달이었다.

사소는 크지 않은 체구에서 강한 힘과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장타를 구사했다. 첫날부터 박성현과 함께 경기한 그는 종종 더 멀리 쳐 갤러리들의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쇼트게임과 위기관리도 뛰어나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특히 장타에 정확성까지 더해지는 날엔 박성현처럼 몰아치는 능력도 갖췄다. 대회 2라운드에선 14개의 티샷 가운데 13개를 페어웨이에 떨어뜨렸고, 그날 한꺼번에 4타나 줄이면서 박성현을 계속 위협했다. 최종일 17번홀에서 더블보기를 했지만, 그 전까지는 버디 9개를 뽑아내고 보기는 단 3개 밖에 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가 열린 더컨트리클럽의 코스 전장은 6500야드에 이르고, 그린의 경사는 심해 꽤 난도가 높은 편이었다. 게다가 강한 바람이 불었던 날씨 상황을 고려하면 사흘 동안 단 보기의 보기는 사소의 매우 수준 높은 경기를 대변했다. 경기 스타일만 보면 멀리 쳐 놓고 가깝게 붙여서 버디를 만들어 내년 박성현과 흡사했다.

박성현과 사소는 경기 뒤 나란히 시상대에 섰다. 박성현은 우승트로피를 차지했고, 사소는 베스트 아마추어상을 받았다. 함께 트로피를 든 박성현은 사소에게 “넌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필리핀에서 만난 18세 아마추어 골퍼 사소는 세계랭킹 1위 박성현에게 어떤 우승이든 쉬운 우승은 없음을 다시 일깨워 준 미래의 경쟁자였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성현을 놀라게 한 필리핀의 18세 여자 아마추어 골퍼 유카 사소가 아이언샷을 하고 있다. (사진=박준석 프리랜서 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