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어우두'...주축 선수 부상·부진에 고개숙인 두산

by이석무 기자
2018.11.13 00:28:54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아쉬운 패배를 당한 두산 베어스. 사진=연합뉴스
[잠실=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포스트시즌이 시작되기전 거의 모든 전문가들과 팬들 사이에선 ‘어우두’라는 말이 나왔다. ‘어차피 우승은 두산의 것’이라는 뜻이었다.

실제로 두산의 2018 정규시즌은 너무나 완벽했다. 일찌감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고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93승을 거두며 정규리그 역대 최다승 타이기록을 수립했다. 정규리그 2위인 SK와는 무려 14.5경기나 앞섰다.

게다가 두산은 정규시즌을 마치고 3주 간의 휴식을 취하며 체력을 회복했다. 플레이오프에서 넥센 히어로즈와 5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치르고 지칠대로 지친 SK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3주 간의 공백은 두산에게 오히려 독이 됐다. 정규시즌의 뜨거웠던 타격과 투수력은 한국시리즈에서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 감각을 되찾는데 한참이나 시간이 걸렸다. 상당수 선수는 한국시리즈가 끝날때까지 제 컨디션을 회복하지 못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이 발목을 잡은 것은 부상 변수였다. 두산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교육리그에서 훈련을 하던 도중 우완 셋업맨 김강률이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어오지 못했다.

유일한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불펜에서 공백이 생긴 것은 두산에게 결코 반갑지 않은 변수였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시리즈 3차전을 앞두고는 4번타자 김재환이 옆구리 근육 손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정규시즌에서 44홈런으로 홈런왕에 오른 김재환이 없는 두산 타선은 무게감이 확 떨어졌다. 최주환, 양의지 등이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빈 자리는 확실히 드러났다.

주축 선수들의 부진도 뼈아팠다. 지난 시즌까지 토종 에이스로 활약했던 장원준은 올해 정규시즌 내내 부진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1, 2차전에 구원투수로 나왔지만 아웃카운트 1개도 잡지 못하고 볼넷만 3개를 내준 채 3차전부터는 모습을 감췄다.

6년 연속 10승 이상 거둔 유희관도 한국시리즈에선 전혀 팀에 기여하지 못했다. 5차전까지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하다 6차전 연장 13회초에 처음 마운드에 올랐지만 한동민에게 결승홈런을 맞고 고개 숙여야 했다.

타선에선 오재일과 박건우의 부진이 뼈아팠다. 팀의 핵심 전력으로 과거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었던 두 선수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전혀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오재일은 16타수 2안타 타율 1할2푼5리, 박건우는 24타수 1안타 타율 4푼2리에 머물렀다.

두산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고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루지 못한 5번째 팀이 됐다.

두산은 정규시즌에서 1위를 차지한 1995년, 2016년에는 한국시리즈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두산이 정규시즌에서 우승하고도 통합우승을 달성하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패배했지만 충격은 올해가 훨씬 더 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