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단일팀인가' 女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논란 일파만파

by이석무 기자
2018.01.18 06:00:00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새러 머리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올림픽 개막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팀을 강행하려고 하지만 정작 단일팀 당사자인 대표선수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면 우리 선수는 23명 그대로 출전한다. 이에 더해 북한 선수단의 출전 규모를 플러스 알파로 IOC와 협의하는 것”이라며 “우리 선수들의 피해는 없다. 오히려 북한의 우수 선수를 참가시키면 전력이 보강되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15일 국회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지원 특별위원회에도 참석해 “선수교체가 자주 이뤄지는 아이스하키 특성상 우리 선수들이 출전 못 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을 이끄는 새라 머리(캐나다) 감독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대표팀 전지훈련과 짧은 휴가 일정을 마치고 16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머리 감독은 “아무런 사전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올림픽이 이렇게 임박한 시점에서 단일팀 얘기가 나온다는 게 충격적”이라고 털어놓았다.

머리 감독은 “지금처럼 올림픽이 임박한 상황에서 새로운 선수들이 추가될 경우 조직력에 위험이 될 수 있다”며 “(북한 선수에게) 대표팀의 시스템을 가르치는 데만 해도 한 달이 걸린다. 나 역시 불안하다”고 밝혔다.

‘북한 선수들이 들어오면 한국 대표팀 전력이 좋아질 것’이라는 도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머리 감독은 “2~3명 정도는 우리 대표팀에 도움이 될만한 수준”이라면서도 “그나마 우리 1~3라인에 들어올 만한 수준의 선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늦게 합류하는 북한 선수들에게 자리를 뺏기는 선수들은 박탈감으로 사기가 꺾일 것”이라며 선수들의 사기에 대한 걱정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머리 감독의 걱정은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만약 단일팀이 성사되더라도 나는 우리 선수를 먼저 챙기겠다. 내게 북한 선수를 기용하라는 압박은 없길 바란다”며 정치권 압박이 선수 기용에까지 파고드는 것을 우려했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무리한 단일팀 구성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크다. SBS가 지난 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해 72.9%가 ‘무리해서 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서도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반대하는 청원이 100건 이상 올라왔다.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에서 한국과 경기를 치르는 상대 팀도 단일팀 논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국의 첫 경기 상대인 스위스의 아이스하키협회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단일팀을 통해 남북한이 서로 가까워진다면 세계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지만, 스포츠의 관점에서는 찬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세계랭킹 6위인 스위스는 “다른 모든 팀도 여자 대표팀에 많은 돈과 자원을 투자했다. 만약 남북한 단일팀에 한해서만 엔트리를 증원한다면 이는 공정하지 않고 경쟁을 왜곡시킬 수 있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공정한 경쟁이 생명인 스포츠에 정치적 입김이 개입되는 것에 대해선 거부감을 드러낸 셈이다.

이처럼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같은 입장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17일 정례브리핑에서 “남북 단일팀은 평화올림픽 구성의 일부분”이라며 “우리 선수들이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다. 북측도 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그런 방향에서 협의를 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남북 단일팀 구성이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고조시키겠다는 정부 의도와 달리 평창 올림픽에 대한 국민적인 반발과 내부 갈등만 키우는 역효과가 우려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