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 “연기 싫었던 아역시절, 군대 도피처였다”(인터뷰③)

by김윤지 기자
2017.07.20 00:00:00

사진=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배우 유승호는 뚜렷했다. 수줍음 많은 말투엔 철학과 확신이 담겨 있었다. 당당했지만 겸손했고, 신중했지만 분명했다. 친근한 스타를 반기는 요즘 트렌드와 유승호는 확실히 달랐다. SNS는 전혀 하지 않았고, 예능 등 작품 외에선 그를 보기 힘들다. “최신 차보단 클래식카가 좋다”는 취향에서 스타일이 드러났다. 아역배우로 시작해 어느덧 20대 중반인 그는 그렇게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인터뷰도 마찬가지였다. 뻔 한 말은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솔직했다. 지난 13일 종영한 MBC 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극본 박혜진, 연출 노도철, 이하 ‘군주’)에 대한 후일담부터 빨랐던 군 입대의 이유까지,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인터뷰②에서 이어)

―대학을 진학하지 않았다. 지금도 후회가 없나.

△전혀 없다. 당시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 공부가 하기 싫어서 대학을 가지 않은 것이다. (웃음)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녔다. 연기와 공부를 동시에 해야 했다. 부모님께서 기본적인 지식은 갖춰야 한다고 했다. 당시엔 그게 불만이었다. 이미 직업이 있는데 공부를 왜 해야 하나 싶었다. 한편으론 대학 진학을 하면 연극영화과를 전공할 텐데,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던 제가 입학하면 누군가는 입학을 할 수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어른이 되면서 달라진 것이 있나.

△크게 다르지 않다. 운전 정도? 어린 시절 스물다섯은 다 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했다. 정작 그 나이가 되니까 아직 어리고 방황하고 고민한다.

―아역배우 시절 어른이 되면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보고 싶다고 했다.

△실제 스무 살이 되던 해 1월 1일 실행해 봤다. 살짝 취해서 거리를 걸었던 기억이 난다. (웃음) 이제 마실 수 있는 나이이지만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보통 직접 운전해서 움직이는데, 술을 마시면 대리 기사 분을 불러야 한다. 차를 사랑하는 나머지 제가 아닌 누군가가 핸들을 잡는다는 게 마음이 쓰인다. 유일한 취미가 차다. 취미 삼아 레이싱을 배워볼까 싶기도 하다. 물론 안전한 레이싱을 지향한다.

―만나는 친구 중에 연예인 친구는 없나.

△중학교 때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연예인 친구는 사실 없다. 기회는 있지만 조금 부담스럽다. 친구와는 편히 장난도 치고 농담도 하지 않나. 상대방이 연예인이란 생각이 들면 그럼 안 될 것 같아 조심스러워 진다. 꾸준히 연락하는 연예인은 (소)지섭이형 정도다. 새해 인사하는 정도다.

―아역 시절엔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았다. 성인이 된 후에도 드물다.

△형식적인 답변을 하고 싶지 않았다. 진실을 말하고 싶지만 때론 말하지 못할 때가 있지 않나. 그렇다고 거짓말은 원치 않았다. 가끔은 할 이야기가 없을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SNS도 하지 않으니까 팬들이 답답해하더라. 요즘 흐름을 따라갈 생각은 없지만, 너무 등한시하는 것도 이기적이지 않나 싶더라. 소통은 어느 정도 필요한 것 같다.



―작품은 어떻게 결정하나.

△주변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미성년자일 땐 부모님의 뜻을 많이 따랐다. 이젠 제 의견이 많이 반영된다. 쉽게 결정을 내리는 편은 아니다. 어쨌든 흥행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제가 출연하는 작품에 자신의 시간, 명예, 돈을 건다. 더욱 신중해진다. 언젠가 해보고 싶은 작품을 하기 위한 타협이기도 하다.

―원하는 작품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음…망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킬 수 없기 때문에 나중에 제 돈으로 해볼 생각이다. (웃음)

2000년 MBC 드라마 ‘가시고기’로 데뷔한 그는 초등학생 때인 2002년 주연한 영화 ‘집으로’의 성공으로 아역스타로 급부상했다. 인생의 대부분을 연예인으로 살아온 그였다.

△같은 동네에 어린이 모델을 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때가 다섯 살이었다. 아동복 카탈로그를 추천 받았다. 하다보니 CF를 찍고, 드라마를 찍고, 영화를 찍고 있더라. 사실 하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도 즐겁진 않으셨다. 집안 사정이 좋진 않았는데, 일이 계속 들어왔다. 상황에 끌려 일을 계속했다. 중·고등학교 때까진 쭉 그런 마음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만 둘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고,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군대로 도망쳤다. 직업과 인생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군대에서 ‘이 길이 내길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산엔터테인먼트 제공
―특별한 계기가 있나.

△하루는 비가 많이 왔다. 물을 퍼야 했다. 그때 선임들이 TV를 보고 있었다. 드라마였는데, 남자 배우가 연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나도 잘 할 수 있는데’란 생각이 들었다. 그날 하루 종일 우울했다. 그제야 연기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이후 군대 안에서 드라마를 볼 때마다 많이 느꼈다.

―전역 이후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고 있나.

△그땐 탄탄대로가 될 거라 생각했다. 그만큼 열심히 했다. 결과를 마냥 좋았다고 말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힘들기도 했다. 그렇게 ‘군주’를 만났다. 아쉽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칭찬도 들어서 좋았다. 급하지 않게 천천히 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