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가제 폐지법 잇따라 발의..통신3사 온도차

by김현아 기자
2014.09.02 00:00:29

전병헌 의원이어 권은희 의원도 요금인가제 폐지법 발의
권 의원 "공정경쟁 저해 우려 시 정부 사전 개입권 보장"
SKT "규제 여전한 셈" vs KT-LG유플 "사실상 폐지..실효성 의문"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에 이어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이 ‘통신요금인가제 폐지법안’을 발의한다. 전 의원 법안은 사후에 요금산정 근거자료 제출을 소홀히 할 경우 처벌하는 조항을 넣었을 뿐 사실상 완전 폐지에 가깝고, 권 의원 법안은 신고제로 일원화하면서도 정부에 보완 요구 권한을 줘서 정부 역할을 인정한 게 눈에 띈다.

하지만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는 두 법안에 대해 여전히 다른 입장이다.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
권은희 의원은 시장지배적사업자(이동통신 SK텔레콤, 유선통신 KT)의 경우 정부가 요금(이용약관)을 인가하는 현행 요금규제를 사전점검을 통한 이용약관 보완요구가 가능한 신고제로 일원화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이번 주 발의한다.

지금은 이동통신에서 SK텔레콤은 인가제로, KT와 LG유플러스는 신고제로 요금을 정해왔는데, 이를 신고제로 일원화해 요금 경쟁이 촉발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권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로 “이동통신 시장이 요금경쟁보다는 과도한 보조금 경쟁에 치중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의 통신요금 인가제로 인해 이통사들이 요금경쟁을 하지 않고 유사한 시기에 담합 수준의 요금제를 내놓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권 의원은 당장 인가제를 폐지할 경우 공정경쟁 환경을 저해할 수 있다는 후발사업자(KT, LG유플러스) 입장을 고려했다.

시장지배적사업자(SK텔레콤)에 한해 △요금 및 이용조건, 이용자 책임에 관한 사항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경우 △요금이나 이용조건 등이 부당해서 공정한 경쟁을 현저히 저해하거나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이용자의 이용행태를 부당하게 저해하거나 특정인을 부당하게 차별할 경우 등에 대해서는 미래부 장관이 약관 신고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이용약관을 보완토록 요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권은희 의원실 관계자는 “전병헌 의원 법안의 경우 사후규제 성격이나 우리 법안은 미래부에 사전 규제 기능을 줬다”면서 “정부주도의 요금관리가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인가제는 언젠가는 완전히 폐지돼야 하지만, 당장 하기에는 부작용도 우려돼 중재 법안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요금인가제에 대한 폐지논의는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정부가 민간 기업들이 경쟁하는 시장에 요금을 직접 규제하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 규제(신고제 원칙, 시장지배적 사업자 인가제) 속에서도 정부는 신고제를 마치 인가제처럼 운영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게 사실이다.

SK텔레콤의 경우 많게는 요금제 하나 출시하는데 3개월, 1년이 걸렸고 (정부 규제로) 출시 못한 요금제도 있으며, KT나 LG유플러스 역시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할 때는 신고제라는 단어와 달리 정부 협의가 필수적이었다.

그런데 왜 SK텔레콤은 법안에 대해 “규제가 여전하다”고 볼멘소리이고, KT와 LG유플러스는 “사실상 폐지”라면서 반발하는 것일까.

SK텔레콤은 요금인가제가 폐지돼도 공정거래법 이슈로 약탈적 요금은 불가능하고,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요금인상의 우려도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요금인가제가 어떤 식으로든 유지되면) 경쟁사에 사전에 정보가 새 나가거나 창의적인 요금제를 적시에 출시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KT와 LG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5:3:2의 시장구조가 여전한 상황에서 요금인가제는 남아 있는 사실상 유일한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라면서, 사후규제만 적용되거나(전병헌 법) 완화되면(권은희 법) 실효성이 떨어질 것으로 봤다.

후발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권은희 의원법에서) 14일 이내에 정부가 요금의 불공정성을 밝혀내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