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바이오메딕스, 확실한 플랫폼으로 바이엘·노보 꺾었다

by석지헌 기자
2024.04.22 09:10:52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사 에스바이오메딕스(304360)가 확실한 플랫폼 기술로 파킨슨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하는 신약 개발을 예고했다. 모든 조직의 세포로 분화할 능력을 지녔지만 그만큼 다루기 힘든 배아줄기세포에 대해 최대 99.9%에 달하는 분화율을 끌어내 주목받고 있다.

강세일 에스바이오메딕스가 지난 16일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 하는 모습.(사진= 석지헌 기자)
강세일 에스바이오메딕스 대표는 지난 16일 이데일리와 만나 “세포 자극을 최소화해 치료제를 만드는 독자적인 플랫폼으로 글로벌 톱티어 그룹보다 월등히 우수한 치료제 개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수정란에서 채취한 배아줄기세포를 자체 플랫폼을 통해 도파민 세포의 전 단계격인 ‘도파민 신경전구세포’를 만든다. 이후 이 도파민 신경전구세포를 뇌 속 6곳에 주사해 넣는 형식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도파민 세포로 변하는 전 단계 세포를 직접 넣어준다는 점에서 파킨슨병의 근본적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아줄기세포로부터 높은 순도의 신경전구세포를 확보하는 회사의 원천기술이 ‘TED’이며, 이 전구세포에서 또다시 분화된 도파민 신경전구세포가 파킨슨병 치료제 ‘TED-A9’이다.

파킨슨병은 뇌 속 도파민 세포가 소실되면서 발생한다고 알려진다. 퇴행성 신경계 뇌질환 중 알츠하이머 치매 다음으로 흔하며, 평균 발병 나이는 60대 중반~70대다. 고령화에 따라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확산하는 질환이다. 아직까지 근원적인 치료제는 없기 때문에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은 상황이다.

배아줄기세포는 어떤 세포나 조직으로든 발달할 수 있는 원시적 세포다. 이 때문에 원하는 세포로 분화만 된다면 향후 대부분의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배아줄기세포를 원하는 세포로 분화되도록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원시적 형태인 만큼 아주 미세한 환경 변화에 따라 어떠한 세포로든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원하는 세포로 자라도록 특정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이 특정 환경을 조성하는 플랫폼 기술이 치료제 성패를 가른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몸 안에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세포여야 하기 때문에 ‘고효율’로 특정 세포 분화를 유도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에스바이오메딕스 플랫폼은 이미 모든 경쟁사를 통틀어 가장 앞서 있음을 증명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에스바이오메딕스와 같이 배아줄기세포를 기반으로 파킨슨 치료제를 개발하는 곳은 독일 바이엘의 자회사 블루락 테라퓨틱스와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가 후원하는 말린 팔머(Malin Parmar) 교수팀이 있다.

도파민 세포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일종의 표지자(FOXA2+, LMX1A/B, FOXA2/LMX1A/B+) 분석을 통해 각 회사의 분화율을 비교한 결과, 에스바이오메딕스 분화율은 99.6%에서 최대 99.9%까지로 100%에 가까운 순도로 균일하게 나타났다. 블루락의 경우 각 표지자에 따라 60~94.4%, 팔머 교수팀은 80~95.4%로 나타났다는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분화율이다.



에스바이오메딕스가 이처럼 압도적인 분화율을 낼 수 있는 건 최소한의 화합물만 적용해 세포 간 신호전달 과정을 효율적으로 유도했기 때문이다. 실제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치료제를 만들기까지 저분자 화합물 단 4개만 쓰지만, 블루락은 저분자 화합물과 재조합 단백질을 합쳐 10개, 팔머 교수팀은 9개를 쓴다.

강 대표는 “세포의 분화 과정에는 여러가지 신호전달 경로들이 관여하며 이들 신호전달 과정을 단백질 또는 저분자 화합물로 제어할 수 있다”며 “배아줄기세포로부터 도파민 신경전구세포로 분화가 일어나는 일련의 신호전달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유도하는지가 분화율 향상의 핵심인데, 우리는 단 4개의 저분자 화합물만으로 99%이상 분화를 유도할 수 있다. 그만큼 핵심 신호전달 경로를 선별할 수 있다는 것이고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양의 저분자화합물을 처리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동물실험에서 확인한 행동 개선효과도 차이가 극명했다. 에스바이오메딕스의 경우 치료제 이식 2개월 만에 파킨슨 증상 개선이 나타났다. 이에 비해 블루락과 팔머 교수팀은 최소 5개월 이후부터 증상 개선이 이뤄졌다. 이러한 임상 결과는 국제 학술지 ‘셀 스템 셀’에 실리면서 객관성을 더했다.

회사는 현재 임상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효능을 보는 임상 1·2a상을 진행 중이다. 크게 3명씩 4그룹으로 나눠 진행 중이며 저용량을 투여한 첫 번째 그룹에 대한 1년 중간관찰(총 2년) 결과가 다음 달 나온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배아줄기세포 1회 분화 시 약 25만 명에게 투여 가능한 약을 생산할 수 있는 대량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선 임상 3상까지 자체 진행하고 생산도 직접 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기술이전 논의도 진행 중이며 현재 여러 곳과 접촉 중이라고 설명했다.

에스바이오메딕스가 추정하는 국내 파킨슨병 환자 수는 20만 명 이상이다. 임상 3상까지 종료되는 시점은 2029년쯤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다만 그 전에 조건부 품목허가와 같은 조기 허가 가능성도 열려있다.

강 대표는 “현재는 좋은 약, 그걸 백업할 데이터를 만드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미션이라고 생각한다”며 “약이 단순히 좋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왜 좋은지, 왜 병이 나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설명을 해줄 수 있는 데이터를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