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박민지도 쫄게 한 19세 황유민은 누구

by주영로 기자
2022.05.16 00:10:00

NH투자증권 챔피언십 최종일 박민지와 우승 다퉈
평균 드라이브샷 235m 장타에 근성 돋보여
지난해 한국여자아마 제패, 한국여자오픈 4위 기록
7월 프로 전향 계획..하반기 프로무대 활동 예정

황유민.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용인(경기)=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챔피언조에서 같이 친다는 생각에 사실 좀 쫄렸어요.”

‘대세’ 박민지(24)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8억원) 마지막 날 우승 경쟁을 펼친 아마추어 황유민(19)과의 대결이 쉽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민지를 쫄게 만든 황유민은 아마추어 무대를 주름잡아온 유망주다. 그는 15일 경기도 용인시 수원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일 3라운드에서 박민지를 상대로 마지막까지 우승을 다투다 준우승했다. 합계 10언더파 206타를 적어낸 황유민은 우승을 차지한 박민지(11언더파 205타)에 딱 1타가 모자랐다.

골프팬들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황유민은 아마추어 무대에선 김효주(27), 최혜진(23)의 뒤를 이을 예비 스타로 평가받고 있다. 아마추어 여자골프 세계랭킹 4위로 한국 선수 중에선 유일하게 10위 이내에 올라 있다.

기량 면에성 이미 프로 선배와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이날 경기에서도 보여줬던 163cm의 크지 않은 체구지만, 폭발력을 바탕으로 드라이버샷 평균 235m(약 260야드)의 장타력을 갖췄다. 지난해 아마추어 메이저 대회인 강민구배 한국여자아마추어 선수권에서 14언더파 202타를 쳐 신지애(2005년), 권서연(2017년)이 갖고 있던 54홀 최저타 신기록으로 우승했고, 올해 4월에는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 대회에도 초청받아 출전했다.

아마추어 무대뿐만 아니라 프로 대회에서 여러 번 두각을 보였다. 지난해 내셔널 타이틀이자 메이저 대회인 DB그룹 제35회 한국여자오픈에서 4위에 올랐다. 까다로운 코스에서 경기가 열려 나흘 동안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가 9명에 불과했던 대회에서 4언더파를 적어내 프로에 뒤지지 않는 실력을 뽐냈다. 9월에는 OK저축은행 박세리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해 첫날 버디만 5개 골라내며 ‘노보기’ 경기를 펼쳐 또 한 번 주목받았다.



이날 경기 역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8번홀까지 버디 4개를 뽑아내고 보기는 1개 적어낸 황유민은 공동 선두로 출발을 박민지에 2타 앞선 단독 선두를 달려 우승의 기대감을 높였다.

13번홀(파3)에서 나온 한 번의 실수가 뼈아팠다. 티샷이 길어 그린 뒤에 떨어졌고, 두 번째 샷이 홀을 지나쳤다. 약 4m 거리의 파 퍼트마저 홀을 빗겨가 이 홀에서 버디를 잡은 박민지에 2타 차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침착하게 파 행진을 이어가는 경기운영은 황유민의 성장 가능성을 엿보이게 했다. 오히려 박민지가 15번과 17번홀에서 보기를 적어내 다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역전 또는 승부를 연장으로 이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불운이 따른 게 아쉬웠다. 18번홀(파4)에서 티샷한 공이 디봇 자국에 빠지는 불운이 찾아왔다. 홀까지 거리는 100m 남짓했으나 공이 놓인 위치가 나빴다. 회심의 샷을 했으나 공이 우측으로 밀리면서 날아가 벙커에 빠졌다. 벙커에서 친 세 번째 샷은 홀 뒤로 굴렀고, 파 퍼트가 빗나가 공동 2위에 만족했다.

국가대표 후배를 상대로 어렵게 시즌 첫 승을 올린 박민지는 “(황유민은) 정말 잘 치는 선수다”라며 “챔피언조에서 같이 경기하게 돼 사실 좀 쫄았다. 정규투어에 올라오면 많은 우승을 할 것 같다”고 칭찬했다.

황유민은 김효주를 길러 낸 한연희 전 국가대표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다. 한 감독은 “크지 않은 체격이지만, 보기와는 다르게 근성이 뛰어나고 승부욕이 강한 선수”라고 평가한 뒤 “연습량이 많고 빠른 스윙스피드로 장타를 때려낸다. 김효주가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장점이라면 황유민은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선수다. 프로 무대에서 더 큰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프로 예비 고사에서 팬들의 눈도장을 받은 황유민은 오는 7월 프로 전향해 하반기부터는 프로 무대에서 뛴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