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피부염의 오해와 진실 [김수영 교수 피부 이야기]

by노희준 기자
2021.12.12 05:00:00

[김수영 교수의 마카롱보다 달콤한 피부 이야기]

진료실에서 흔히 만나는 피부 질환에 대해 매주 다룰 예정입니다. 피부 질환에 대한 정보가 많지만 환자분들이 궁금해하시는 점을 위주로, 과학적인 근거를 곁들여 유익하고 재미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피부과 전문의가 해설해주는 피부 질환 칼럼을 읽고 독자 여러분 모두 건강한 피부를 가지시기를 희망합니다.

[김수영 순천향대서울병원 피부과 교수] 많은 환자들이 아토피피부염으로 진료실에 내원한다. 어린이의 10-20% 어른의 약 1-3% 에서 아토피피부염이 발생한다. 아토피 피부염은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으로 주로 어릴 때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진료실을 찾는 많은 분들이 아토피 피부염이 생기는 원인에 대해 무척 궁금해한다. 아토피피부염은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여 발생하는 질환이다.

아토피 피부염의 특징은 심한 가려움과 건조한 피부 및 습진 병변이다. 피부는 각질층과 세포사이 물질이 피부장벽 (skin barrier)을 형성하는데 이 피부장벽이 깨지면 피부가 매우 건조하고 가려워진다. 아토피 피부염은 환자의 나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유아에서는 주로 양볼에 붉은 습진 양상으로 나타나 이를 “태열” 혹은 “ 침독” 으로 부르는데, 이는 진단적으로 유아 아토피 피부염에 해당한다. 이 경우에는 1년 이내로 지속되어 대부분 자연히 낫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에서는 팔과 다리 내측에 가려운 피부 습진으로 나타나고, 성인 아토피 피부염은 팔다리 내측 뿐 아니라 얼굴과 목에 아토피 습진이 심하게 나타나는데, 오랫동안 긁어서 피부가 건조하고 두꺼워져 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아토피 피부염의 90% 는 5세 이전에 나타나고, 커가면서 대부분 소실되지만 소아 환자의10-30%는 성인기까지 아토피피부염이 지속된다. 또한 성인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약 17%는 성인기에 처음 발생했다고 보고되었다. 따라서 성인기에도 아토피 피부염으로 피부과에 내원하는 경우가 흔하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다른 알레르기 질환이 나타날 확률도 높다. 학술적인 용어로 아토피 행진(Atopic march)이라고 하는데, 아토피피부염 환자에서는 음식 알레르기, 알레르기 비염, 천식이 잘 발생한다.

아토피 피부염의 발생에는 유전적 요인이 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70% 에서 부모가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한 명이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경우 자녀에서 아토피 피부염이 발생할 확률은 2-3배 높아지고, 양쪽 부모 모두 아토피 피부염이 있다면 발병위험은 3-5배 높아진다. 또한 아토피 피부염의 발생에 면역학적 이상이 핵심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면역력이 떨어져서’라고 하는 것은 정확히는 옳지 않다. 오랜 연구를 통해 아토피피부염에 ‘관여하는’ 면역기전이 밝혀지고 있는데, 알레르기 반응에 관여하는 특정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나타나면서 피부에 염증을 일으키고 아토피피부염을 유발한다고 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다.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삶의 질은 여러 연구에서 현저히 낮게 나타난다. 그만큼 환자들의 고통이 큼을 알 수 있다. 환자들은 심한 가려움 뿐 아니라 우울감 및 자존감 저하를 호소하고,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에서도 위축되어 있다. 심한 경우에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아토피 피부염도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경증, 중등증. 중증 등 질병의 중증도가 다양하다.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 질환처럼 악화 시에는 약이 필요하고 잘 관리하면 약 없이 지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앓아서 증상을 무시하거나,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혹은 약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 때문에 치료가 늦어지기도 한다. 아토피 피부염은 심한 가려움증 때문에 긁으면 습진이 악화되고, 이로 인해 다시 가려워지는 악순환을 한다. 따라서 심할 때는 짧게 스테로이드 치료를 하고,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여 가려움증을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증일 경우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습진 부위 적절한 강도의 스테로이드 연고 등을 함께 사용한다. 최근에는 듀필루맙(Dupilumab)이라는 새로운 주사제가 나와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은 평소 생활 습관 및 피부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아토피 피부염의 악화인자로 음식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있다. 많은 환자분들이 밀가루나 인스턴트 음식을 먹었을 때 아토피 피부염의 악화를 경험한다. 일부 논문에서도 밀가루, 인스턴트 음식과 아토피 피부염의 관련성을 보고하였고, 방부제 성분이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킬 수 있어, 신선한 음식 위주로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 샤워는 땀과 먼지를 씻어내기 위해 매일 하는 것이 좋다. 뜨겁거나 차가운 물 보다는 피부 자극이 적은 미지근한 물 온도가 추천된다. 보습제는 샤워 직후 물기가 마르기 전에 발라야 흡수가 잘 되며, 최소 하루 두 번 도포한다. 파라벤 등의 방부제나 향이 포함되지 않고 보습기능이 강화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미세먼지도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초미세먼지는 피부 장벽을 뚫고 침투해 피부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외출을 삼가고 피부 노출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물론 가려움과 습진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반드시 피부과 치료와 생활 습관 교정을 병행 해야 함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