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있지만' 양혜지 "원작 열렬한 팬, 빛나 연기하며 속 시원" [인터뷰]

by김보영 기자
2021.08.28 08:00:00

'알고있지만' 오빛나로 180도 다른 연기 변신
웹툰 찢고 나온 비주얼…김민귀와 러브라인도 호평
"'라이브온' 지소현이 오빛나인줄 몰랐다는 반응 신나"
한소희, 송강 선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

(사진=어썸이엔티)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라이브온’ 지소현이 ‘알고있지만’ 속 오빛나인지 전혀 몰랐다는 반응이 가장 기분 좋았어요. 각각의 캐릭터 그래도 절 봐주신 것 같아 기뻤죠.”

배우 양혜지가 JTBC 드라마 ‘알고있지만’을 통해 숨겨진 또 다른 색깔을 발견했다. 배우 양혜지는 웹드라마 최초 누적 재생수 1억 뷰를 기록해 시즌 3 특별판까지 제작된 화제작 ‘전지적 짝사랑 시점’(전짝시)을 통해 처음 존재감을 알렸다. 이른바 ‘웹드 여신’으로 불리며 ‘알 만한 사람들은 아는’ 괴물 신예로 주목받던 그는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지은실로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가, JTBC ‘라이브온’의 모범생 지소현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라이징 스타로 본격 발돋움 했다. 이번에 마친 ‘알고있지만’ 오빛나 역은 전작에서 양혜지가 연기해온 착실하고 사랑스러운 배역들과는 180도 다른 인물이었다.

‘알고있지만’은 사랑은 못 믿어도 연애는 하고 싶은 여자 유나비(한소희 분)와 연애는 성가셔도 썸은 타고 싶은 남자 박재언(송강 분)의 하이퍼리얼리즘 캠퍼스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양혜지는 극중 유나비의 절친이자 ‘어디에든 존재하는’ 캠퍼스 내 정보통 오빛나로 등장, 남사친 남규현(김민귀 분)과의 러브라인으로 극에서 주목받았다.

양혜지는 원작 웹툰 속 오빛나가 모니터를 찢고 튀어나온 듯 강렬한 빨간 탈색 머리와 짙은 스모키 화장, 록시크 패션으로 처음부터 시선을 사로잡더니, 언제나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고 싶은 욕심, 사랑을 잘 몰라서 가볍고 기분에 충실해 자유분방한 20대 초반의 단면들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여기에 남사친 남규현(김민귀 분)과의 편안한 로맨스 호흡으로 유나비(한소희 분)-박재언(송강 분) 러브라인 못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며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았다.

양혜지는 최근 이데일리와 화상으로 만나 ‘알고있지만’을 떠나보내는 소감과 오빛나 역을 만난 과정, 촬영장에서 쌓은 추억, 연기에 대한 고민 등을 솔직담백히 털어놨다.

양혜지는 원작 웹툰 때부터 열렬할 팬이었음을 고백하며 “20대 초반의 연애, 인간관계에는 ‘후회’가 빠질 수 없다. 후회를 겪으며 어른으로 성장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알고있지만’은 그런 사랑과 후회들을 최대한 현실처럼 자연스럽게 보여주려 노력한 드라마”라고 작품에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헤어스타일, 의상, 표정 등 웹툰 초반에서부터 임팩트있게 등장하는 빛나의 화려함을 최대한 표현하고 싶었다”며 “평소에 당차고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하는 성격이지만 사랑에서만큼은 다른 빛나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캐릭터에 대한 끝없는 고민, 연구를 거쳐 지금의 ‘오빛나’ 캐릭터가 탄생했음을 설명했다.

아울러 “너무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게 작업해 행복한 시간이었다.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더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다면 더 좋았겠다는 바람일 뿐, 작품 자체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는 없다”는 종영 소회도 덧붙였다.

끊임없는 연기에 대한 갈망과 열정도 엿볼 수 있었다. 양혜지는 자신이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 팬들이라고 강조하며 “제가 사소한 걸 해도 그것만으로 행복하다고 말씀해주시는 것 자체로 감사한 일이다. 제가 그 분들에게 보답해드릴 수 있는 건 최대한 꾸준한 작품으로 열굴을 보여드리는 일”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어썸이엔티)
아래는 양혜지 종영인터뷰 일문일답.

△전작 ‘라이브온’ 때와 완전히 다른 이미지, 연기 변신 시도에 성공했다는 호평들이 따르고 있다. 관련 소감과 함께 빛나 캐릭터를 연기하며 특별히 신경썼던 부분들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다른 캐릭터들보다도 지소현 역과 특히 차이가 컸다고 저 역시 생각한다. 소현이와 다른 템포로 빛나를 연기하기 위해 손동작 등 바디 제스처를 특히 많이 사용했다. 누군가를 바라볼 때의 시선 처리도 정면으로 딱딱 확실하게 시선을 줘서 흐름에 변화를 줬다. 특히 지소현이 오빛나인지 몰랐다는 시청자분들의 반응들을 들을 때 가장 기분 좋았다. 각각의 캐릭터로 봐주신 것 같아 기뻤다.

△‘알고있지만’에 합류한 계기는?

-워낙 웹툰의 팬이었어서 오디션을 통해 들어왔다. 학교 다닐 때 이 웹툰이 연재 중이었는데 굉장히 재밌게 봤다. 오디션을 볼 수 있다는 소릴 듣자마자 이 기회를 꼭 잡아야겠다고 생각했기에 탈색 헤어부터 옷 스타일까지 빛나로 보이고자 엄청난 준비를 거쳤다.

△작품, 캐릭터의 인기를 실감한 적은 있나.

- 사실 코로나19 시국이다보니 밖으로 다닐 일이 딱히 없었다. 누군가 먼저 절 알아보는 경험은 아직 한 번도 못했다. 또 평소에 민낯으로 수수하게 다니다 보니 실제 저와 극 중 역할을 매치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 다만 저희 아빠가 제게 그런 부탁을 전혀 안하시는 분인데, 최근 자기 친구 딸 사인 한 번 해줄 수 있냐고 부탁하셔서 매우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오빛나와 실제 본인의 싱크로율은 어떤가.

-저도 사람들과 있는 시간을 즐긴다는 점에선 빛나와 비슷한 지점이 분명 있다. 다만 빛나는 내가 아는 두 사람이 사귀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 때 단도직입적으로 ‘너네 사귀지’ 물어본다면, 저는 그들이 직접 말해 줄 때까지 기다려주는 성격이다. 한편으론 그런 돌직구 성격의 빛나를 연기하는 게 속 시원해서 간접 희열을 느낀 적도 많다.

△염색머리, 패션 등 스타일링도 큰 화제를 모았는데.

-극 초반의 빨간 투톤 염색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져가고 싶었던 헤어컬러라 처음부터 그대로 가져가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었다. 그 외 의상 실장님과 많은 논의를 거쳐 극 중 스타일링이 탄생했다.



△촬영장 분위기는?

- 일하러 가는 게 아닌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기분이 들 정도로 현장이 너무 즐거웠다. 중간 대기 시간이 길어져도 저희끼리 으ㅤㅆㅑㅤ으ㅤㅆㅑㅤ 힘을 북돋는 분위기가 있어서 행복했다.

△드라마에서는 웹툰 속 빛나 캐릭터와 다른 점도 있고, 드러나지 않은 서사들도 많았는데 웹툰 캐릭터를 얼마나 참고했는지 극 중 빛나의 차별성을 어떻게 드러내려 했는지도 궁금하다.

-빛나는 웹툰에서도 임팩트있게 등장한다. 헤어스타일, 의상도 세고 쎄한 느낌의 표정도 있다보니 눈에 띄는 빛나만의 화려한 느낌을 드라마 초반에서부터 가져가고 싶었다. 다만 이후로 규현과 러브라인이 생기면서는 또다른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려 했다. 평소엔 당차고 내 할 말 다하지만 사랑에서만큼은 귀엽고 질투도 하는 그런 차별점을 주려 했다. 또 웹툰에선 빛나가 쎄한 느낌을 주는 캐릭터라 드라마화 전부터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런 부분들을 드라마에선 거부감 없이 이해, 납득할 수 있게 접근하려고도 노력했다.

△빛나와 비교했을 때 본인의 실제 연애관은 어떤지

-아직까진 빛나의 자유연애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저는 사람을 다소 신중하게 만나는 편이어서 이 사람과 만나야겠다는 확신이 100% 들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 때만 만난다.

△연기를 하면서 공감이 되거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다면?

-극 중 배경이 캠퍼스이다 보니 저 역시 대학교를 졸업을 한 사람으로서 옛 생각이 많이 났다. 다만 극 중 애들은 공부, 과제를 안 해도 너무 안 한다. 전시회 준비도 안 하고 과제도 없다(웃음). 이게 어떻게 대학교일 수 있냐 장난스레 하소연한 적도 있다.

△자신의 실제 대학생활은 어땠는지?

-학교를 자체를 되게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공강인 날도 무작정 학교를 갔을 정도다. 거기에서 애들과 밥 먹고 연기 연습 하고 도서관도 가고 학교에서 보낸 시간이 많다. 학점 신경도 많이 써서 성적을 잘 받으려 밤샘 공부를 한 적도 있다.

△한소희, 송강 배우는 실제로 보니 어땠나.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다. 정말 선한 사람들이라는 느낌을 준다. 또 비슷한 나이대라 일 이외의 일상 이야기들도 편안히 나눌 수 있었다. 특히 한소희 언니는 호흡을 맞추면서 ‘서로 믿어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제가 어떤 식으로 연기하고 행동해도 나비는 날 받아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훨씬 더 편히 호흡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알고있지만’이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은지, 시청자들에겐 어떤 작품이 되길 바라는지.

-저에겐 빨간 머리 염색을 했던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듯 하다(웃음). 특히 드라마에서 21, 20살 친구들이 학우들과 보내는 술자리나 엠티(MT)가 대학교를 졸업해 시간이 흐르고 나면 정말 소중한 추억이 된다. 요즘은 시국 때문에 대학생 친구들이 이런 기회를 누릴 수가 없어서 참 아쉽다. ‘알고있지만’이 보여주는 즐거운 대학생활을 통해서라도 많은 분들이 대리만족을 느끼고, 코로나19가 괜찮아지면 이런 자리도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게 해주고 싶다.

△배우 양혜지를 계속 연기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연기에 권태기를 느낀 적은 없나?

-가장 큰 원동력은 팬들이다. 제 작은 움직임에도 행복하다 표현해주시는 팬들에게 늘 감사하다. 제가 그 분들에게 보답해드릴 수 있는 건 꾸준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권태기는 느껴본 적이 없고, 느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을 ‘선택받은 사람’이라 표현하는데 선택을 받은 만큼 그에 맞는 책임을 분명 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힘들지만 연기는 늘 재미있고 행복하다. 아직까지 지친 적은 없다.

△배우 양혜지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인간 양혜지와 배우 양혜지의 구별을 굉장히 잘하는 편이다. 인간 양혜지의 영역까지 침범하는 순간 제가 크게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 상당히 구별을 잘 주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장점이 된다. 오래 이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된다고도 생각한다.

△배우로서 롤모델이 있다면, 또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서현진 배우님을 너무 좋아한다. 제가 하고 싶은 연기의 끝판왕격으로 계신 분이라고 생각한다. 대사를 하실 때 그 감정선이 완전히 피부에 와닿고, 딕션도 너무 완벽하시다. 배우로서 목표가 있다면 전보다 연기를 좀 더 잘하고 싶다. 배우로서는 연기를, 인간 양혜지로서는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