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 동생 이민우 "누나와 함께 우승하는 상상 즐거워"

by주영로 기자
2018.06.01 06:00:00

빅리그 동반 우승 꿈꾸는 겁 없는 남매골퍼
"누나 스윙은 너무 안정적, 나는 너무 공격적"
큰 스윙 궤적과 강한 스윙으로 호쾌한 장타

호주교포 이민우가 25일부터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제니시스 챔피언십에 출전해 화끈한 장타쇼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KPGA)
[이천=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나는 PGA 투어에서, 누나는 LPGA 투어에서 함께 우승하는 상상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10월 프로 턴을 앞두고 있는 호주 교포 아마추어 골퍼 이민우(20)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민지(22)의 남동생이다. 어려서 함께 골프를 시작한 남매는 곧 PGA와 LPGA 투어에서 함께 뛸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누나와 함께 우승하는 상상 즐거워”

이민우는 5월 30일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클럽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B금융 리브 챔피언십 개막을 하루 앞두고 마지막 샷 점검에 나섰다. 연습라운드를 마친 뒤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그는 “그때(2016년)처럼 누나는 LPGA 투어에서, 나는 PGA 투어에서 우승한다면 기념비적인 일이 될 것 같다”며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이민우의 상상이 현실로 이뤄질 경우 세계 골프 역사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남매의 ‘빅리그’ 우승이라는 특별한 기록이 탄생하게 된다. 누나 이민지는 2012년 US 걸스 주니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4년 뒤 이민우가 US 주니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남매가 같은 대회에서 동반 우승한 건 처음이었다.

이민우가 국내 남자 프로골프무대의 새로운 스타로 깜짝 등장했다. 지난달 25일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보여준 화끈한 장타와 풍부한 상상력을 앞세운 창의적인 경기로 골프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회 3라운드 7번홀(파5)에서 나온 이글은 이민우의 색깔을 잘 보여줬다.

티샷 후 홀까지 남은 거리는 약 220m였다. 그린 왼쪽에는 워터해저드가 있었고, 핀을 직접 공략하기 위해선 벙커도 넘겨야 했다. 게다가 바람의 방향도 종잡을 수 없었다. 이민우는 ‘드로(왼쪽으로 휘어지는 구질)를 쳐서 210m 정도 날리면 공이 그린 앞에 떨어져서 홀 방향으로 굴러 가게 될 것’이라고 상상했다. 왼쪽에 있는 워터해저드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기에 오로지 성공하는 상상만 했다. 4번 아이언을 꺼내 든 이민우는 정확히 그린 앞 10m 지점에 공을 떨어뜨렸고, 상상대로 홀 방향으로 굴러 그린에 올라갔다. 그리고 15.8m 거리의 이글 퍼트를 성공시켰다. 완벽한 전략과 자신감이 만들어낸 이글이었다. 이민우는 “머릿속으로 몇 번씩 상상했고 생각한 대로 플레이했다”며 “모든 게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이민우는 코스에서 매우 공격적이다. 때론 위험 부담이 커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두 가지 확실한 신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민우는 “첫 번째는 위험 부담을 생각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실수가 아닌 성공을 상상한다”고 자신만의 경기 운영에 믿음을 가졌다.

풍부한 상상력과 함께 긍정 마인드도 이민우의 장점이다. 오는 9월 미국프로골프(PGA) 웹닷컴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출전하는 이민우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앞날을 상상하고 있다. 그는 “웹닷컴 투어에서 경기하는 선수들을 보면서 ‘나라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더 멀리 칠 수 있고, 퍼팅도 더 잘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하면 자신감이 생긴다”고 자신만의 특별한 훈련법도 공개했다.

이민우는 어려서부터 누나 이민지와 함께 골프를 배웠다. 그러나 경기스타일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민우는 장타를 앞세운 공격 골프, 누나 이민지는 똑바로, 안정적인 경기를 우선한다. 이민우는 “누나의 골프는 너무 안정적이다”며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때로는 누나의 경기 스타일이 자신에게 필요하다는 것도 알다. 그는 “나는 조금 더 안정적이어야 하고 누나는 조금 더 공격적이어야 한다”며 “둘에게 부족한 점을 섞으면 최상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국내에서의 관심만큼 해외에서도 이민우를 바라보는 기대가 크다. 그는 벌써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될성부른 나무임을 진작 알아본 것. 나이키는 일찌감치 이민우에게 클럽 등을 지원하며 프로가 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민우는 31일부터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 골프클럽에서 막을 올린 KPGA 코리안투어 KB금융 리브 챔피언십에서 다시 한 번 화끈한 장타쇼를 선보인다.

이민우 드라이브샷 연속 스윙. (사진=KPGA)
▶큰 스윙 아크, 유연한 어깨회전 장타 비결

이민우의 장타는 큰 스윙 아크와 충분한 어깨 회전에서 나온다. 183cm 키는 전형적인 장타자의 체형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키에 비해 팔과 유연함으로 장타에 필요한 폭발적인 스피드를 만들어 낸다. 백스윙 때 긴 팔과 충분한 어깨 회전으로 큰 궤적의 스윙을 만들고, 다운스윙 때 몸의 꼬임을 빠르게 풀어 훨씬 강한 스피드를 만들어 낸다.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는 280m다. 제네시스오픈 3라운드 18번홀에서는 290m(공식기록 315야드)를 날리기도 했다. 이민우는 “그것보다 더 멀리 칠 수 있다”며 “350야드까지는 날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장타의 비결은 묻자 그는 크게 웃었다. 그는 “장타의 비결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젓더니 “겉으로 보기엔 힘이 없어 보이지만 벤치프레스를 하면 80kg 이상은 충분히 들어 올릴 정도로 강골이고 몸도 유연하다”고 자랑했다.

실제 스윙을 보면 큰 원을 그리듯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궤적이 눈에 띈다. 어드레스에선 크게 다른 게 없다. 신경을 쓰는 건 왼발 뒤꿈치 앞에 놓는 공의 위치와 팔의 긴장을 풀어주는 정도다. 스윙이 시작되면 머뭇거림이 없다. 빠르게 들어 올렸다가 강하게 내리치는 스윙은 위력적이다. 어드레스부터 백스윙, 다운스윙, 임팩트에 이어 피니시로 연결되는 동작이 군더더기 없이 밸런스를 유지하며 하나의 동작처럼 움직인다는 것 또한 매우 인상적이다.

드라이버에 또 다른 비결도 숨어 있다. 이민우는 가벼우면서 강한 스펙을 선호한다. 헤드는 캘러웨이 로그 로프트 9도를 쓴다. 여기에 63g(프로젝트 X 모델)의 샤프트를 장착했다. 남자 프로골퍼 대부분이 70g대 이상의 무거운 샤프트를 선호하는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무게가 가벼우면 강한 스윙에서 샤프트가 버티지 못하고 크게 휘어지는 현상이 나올 수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샤프트의 길이를 약 0.25인치 잘랐다. 기본 45인치 샤프트를 잘라 47.75인치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변형시킨 샤프트는 원래의 강도보다 조금 더 강해져 빠르고 폭발력 있는 스윙을 버텨낼 수 있는 효과를 낸다. 이민우는 “팁 부분을 자른 만큼 강도가 올라가 가벼운 샤프트임에도 충분히 힘을 받쳐준다”고 말했다.

이민우 드라이브샷 연속 스윙. (사진=KPGA)


이민우는

1998년 7월 27일

호주 퍼스 출생

가족관계 이수남(부), 이성민(모) 누나 이민지(LPGA 투어)

아마추어 남자골프 세계랭킹 10위

호주 국가대표

2016년 US 주니어 챔피언십 우승

2016년 주니어 인비테이셔널 세지 밸리 준우승

2015년 WA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

이민우가 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경기 중 코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KP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