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조용히 보내지는 않겠다"…JLPGA 여왕 이보미의 귀환

by주영로 기자
2018.03.02 06:00:51

이보미 개막전 출사표
지난해 극심한 슬럼프로 1승 그쳐
둔해진 스윙 감각 되찾는데 올인
"존재감 다시 보여 드리겠다"

이보미가 1일 일본 오키나와 류큐 골프장에서 열린 JLPGA 투어 2018시즌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1라운드 2번홀에서 티샷 전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
[일본(오키나와)=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드디어 개막전이다. 이렇게 긴장되긴 처음이다.”

이보미(30)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2018년 개막전을 앞두고 떨리는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1승에 그치면서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때문에 올해 개막전은 또 다른 느낌이다. 그는 1일 일본 오키나와 류큐 골프장에서 열린 JLPGA 투어 개막전 다이킨오키드 레이디스(총상금 1억2000만엔)를 앞두고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개막전은 처음이다”고 털어놨다.

이보미는 지난해까지 일본에서만 통산 21승을 거뒀다. 2011년부터 투어를 뛰면서 시즌 1승에 그친 건 우승이 없었던 루키 시즌 이후 처음이었다. 2015년(7승)과 2016년(5승) 연속으로 상금왕에 올랐고, 2015년에는 시즌 총상금 2억3049만7057엔을 획득해 일본 남녀 프로골프 연간 최다 상금 기록을 세웠다.

서두르지는 않을 계획이다. 작년 개막전에서 3위로 좋은 성적을 냈음에도 더 완벽한 경기를 하기 위해 욕심을 냈다가 오히려 엇박자가 난 일은 기억하고 있다. 그렇게 한 번 꼬이기 시작한 스윙은 시즌 내내 풀지 못했고, 결국 시즌 막판에는 멘털까지 흔들어놨다.

이보미는 “지난해와 같은 실수를 올해는 되풀이 하지 않겠다”며 “작년에는 너무 완벽함을 추구하다 보니 원하는 걸 하지 못할 때마다 조금씩 위축되고 그로 인해 멘털이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개막전을 시작으로 3~4개 대회를 꾸준하게 출전하면서 떨어진 컨디션을 끌어올리려고 한다”며 “그다음부터 내가 생각하고 계획한 대로 경기를 풀어가는 데 집중하겠다”고 나름의 전략을 밝혔다.



오전 일찍 코스에 나온 이보미는 연신 코를 훌쩍이며 라운드를 준비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태국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타일랜드에 출전했다가 날씨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감기에 걸렸다. 약을 먹으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아직 다 낫지 않았다. 미흡한 점도 많이 발견했다. 4라운드 경기 내용을 분석해보니 잘했던 샷보다 못했던 샷이 훨씬 많았다. 이보미는 “정말 마음에 드는 샷은 딱 한 번 밖에 없었던 것 같다”면서 “아직은 스윙이나 컨디션이 50% 정도 밖에 올라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보미는 겨울 동안 일본 오키나와와 미야자키에서 훈련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에서 단체로 훈련을 해왔던 방식에 변화를 줬다. 기술적인 보완보다 둔해진 스윙 감각을 되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라운드 위주의 훈련을 많이 했다. 훈련 일정이 짧았던 탓에 아직은 생각한 만큼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당장 중요한 건 빠른 우승이 아니다. 우승은 결과이고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보미는 “동계훈련 내내 예리함이 떨어진 스윙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고, 둔해진 감각을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면서 “차츰 내 스윙을 찾고 감각을 끌어올리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의 계획에 믿음을 가졌다.

이보미의 2018년 목표는 확실하다. 그는 “몇 승을 하겠다는 목표는 정하지 않았다”면서 “그 대신 올해도 조용히 보내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존재감을 다시 보여 드리겠다”는 게 개막전에 나서는 이보미의 각오다.

이보미가 1일 일본 오키나와 류큐 골프장에서 열린 JLPGA 투어 2018시즌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 2라운드에서 티샷 후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주영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