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월드컵] 벤투호, 드디어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다

by이석무 기자
2022.11.18 00:00:00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16일 오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표팀은 이날 ‘캡틴’ 손흥민의 합류로, 완전체가 됐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드디어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역대 가장 화려한 멤버를 자랑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역대 두 번째 월드컵 원정 16강에 도전한다.

지구촌 최대의 축구 축제인 2022 카타르 월드컵은 2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개최국 카타르 대 에콰도르의 조별리그 A조 경기를 시작으로 12월 18일 결승전까지 29일간 열전에 돌입한다.

카타르 월드컵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크다. 우선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이어 아시아에서 열리는 두 번째 월드컵이자 중동에서 열리는 최초의 월드컵이다. 아울러 그동안 월드컵이 6~7월에 열렸던 것과 달리 처음으로 11월에 대회가 개최된다. 섭씨 40도가 넘은 카타르 여름 무더위를 고려해 개최 시기를 변경했다.

경기는 수도 도하를 비롯해 총 5개 도시 8개 경기장에서 열린다. 카타르의 국가면적은 1만1586㎢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경기도보다 약간 크다. 작은 규모의 국가에서 수백만 축구팬들이 몰려 더욱 뜨거운 열기를 뿜어낼 전망이다. 축구를 보기 위해 장거리 비행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이번 월드컵은 이슬람 율법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카타르에서 열리는 만큼 기본적으로 술이 허용되지 않는다. 축구팬들은 경기장에서 음주할 수 없고 지정된 장소와 시간에만 술을 마실 수 있다.

역시 우리 국민의 관심은 한국 축구대표팀 성적에 집중된다. 파울투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에게 이번 월드컵은 지난 4년간 흘린 노력의 결실을 수확할 시간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그해 8월 23일 한국 대표팀 감독에 부임한 벤투 감독은 지난 4년간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고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소신을 고집스럽게 지키며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이제 벤투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은 월드컵에서 또 한 번의 기적을 꿈꾼다. 한국 축구의 역대 월드컵 최고의 순간은 역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이룬 4강 진출이다.



하지만 안방에서 열렸던 한일월드컵을 제외하면 한국은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한국 축구의 원정 월드컵 최고 성적은 2010년 남아공 대회 16강 진출이다.

최근 두 차례 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다.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선 졸전 끝에 1무 2패 조 최하위에 그쳤다.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선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꺾는 이변을 일으켰지만 1승 2패 조 3위에 만족해야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8위인 한국은 이번 월드컵 H조에서 포르투갈(9위), 우루과이(13위), 가나(60위)와 경쟁을 펼쳐야 한다. 세 팀 모두 객관적인 전력상 벅찬 상대임에 틀림없다. 우리가 승리를 확실히 담보할 수 있는 팀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기대감은 높다. 한국 대표팀은 역대 가장 화려한 멤버를 자랑한다. 우리에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월드클래스’ 손흥민(30·토트넘)이 있다.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정상급 수비수로 떠오른 김민재(26·나폴리)도 버티고 있다.

손흥민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소속팀 경기 도중 안와골절상을 입어 수술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월드컵 첫 경기를 불과 3주 앞두고 일어난 악재였다. 하지만 불편한 몸을 이끌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쓰고서라도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대표팀 ‘캡틴’으로서 남다른 책임감을 엿볼 수 있다.

지난 두 차례 월드컵 본선에서 총 3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카타르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면 박지성, 안정환을 넘어 한국 축구 역대 월드컵 본선 득점 단독 1위에 오르게 된다. 아울러, 월드컵 3개 대회 연속 득점으로 박지성(2002년·2006년·2010년)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중국, 터키 리그를 거쳐 올여름 이탈리아 무대에 안착한 김민재는 4년 전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러시아 월드컵 참가가 무산됐던 아픈 기억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 임하는 각오가 누구보다 뜨겁고 의욕적이다.

여기에 황희찬(26·울버햄프턴)과 황의조(30), 황인범(26·이상 올림피아코스), 이재성(30·마인츠), 정우영(23·프라이부르크), 이강인(21·마요르카) 등 유럽 주요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벤투호의 운명을 책임진다.

또한 K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조규성(24·전북현대)을 비롯해 송민규(23·전북현대), 나상호(26·FC서울), 윤종규(24·FC서울) 등 월드컵을 처음 경험하는 국내파 젊은 피들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