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체공휴일 근로자 절반은 못 쉰다

by최훈길 기자
2021.06.23 00:00:00

휴일 격차 커지는데도 대체공휴일법 통과
국민 모두 차별 없이 ‘쉼표 있는 삶’ 누려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휴일 양극화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노동단체들은 지난 21일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평등하게 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럼에도 소용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은 22일 대체공휴일을 늘리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이 제정안은 공무원·대기업과 소규모 사업장 간 휴일 격차를 심화시키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사라진 공휴일을 돌려 드리겠다”며 대체공휴일 법안 처리를 예고했다. (사진=연합뉴스)
공무원, 대기업 직원들은 올해만 4일을 더 쉴 수 있게 됐다. 현재는 공휴일 중 추석, 설날, 어린이날에만 대체 공휴일이 적용된다. 제정안이 시행되면 주말과 겹치는 모든 공휴일에 대체 공휴일을 적용하게 된다. 올해의 경우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성탄절까지 대체 공휴일 적용을 받게 된다. 이 결과 쉴 수 있는 ‘빨간날’이 나흘이나 늘어나는 셈이다.

하지만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유급휴가를 적용하지 않는 근로기준법은 그대로여서다. 정부가 현행 근로기준법과의 충돌을 이유로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법률 대안을 제시하면서 제정안이 통과됐다.



물론 모든 사업장에 공휴일을 늘리는 게 무리라는 반론도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하루만 쉬어도 손실이 큰 영세 사업장이 많아서다. 그럼에도 5인 미만 사업장만 휴일을 배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

정의당은 1600만명 노동자 중 절반이 넘는 842만명이 대체 공휴일에 쉴 수 없게 됐다고 반발했다.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누구보다 쉴 권리가 절실하다. 이들을 배제할수록 상대적 박탈감만 커질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후보 시절에 “쉼표 있는 삶을 국민들에게 드리고 싶다”고 했다. 휴식이 곧 새로운 생산이고, 휴식을 통해 서로 공감하고 국민 통합까지 이룰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쉼표 있는 삶을 이루려면 국민 모두가 동등하게 쉴 권리를 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졸속으로 만든 선심성 정책의 후유증만 커질 뿐이다. 이제라도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휴일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