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 "겁 나서 고사…팽목항 다녀와서 잘했다 생각"(인터뷰)

by박미애 기자
2019.03.29 06:00:00

전도연(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아직도 진행 중인 사건이잖아요. 세월호 사건을 대면하기가 겁이 났어요.”

전도연이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을 제안받고 한 차례 고사했다면서 한 이야기다. ‘생일’은 2014년 4월16일 300여명의 안타까운 희생자를 낸 세월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전도연은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엄마 순남을 연기했다. 한국 사회에 큰 충격과 아픔을 준 사건이고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다. 상업영화의 접근이 쉽지 않은 소재다.

전도연은 최근 이데일리와 만난 자리에서 “세월호 사건을 이야기한다는 것만으로 공격을 받지 않을까, 없던 오해를 만들지 않을까 겁이 났다”며 작품을 거절한 이유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전도연은 “겁이 나서 거절을 했지만 마음으로는 계속 붙잡고 있었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는 여운, 미덕에 끌려서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밀양’(2007)도 거절의 이유가 됐다. ‘밀양’의 신애가 떠올라서다. 그녀는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서도 자식을 잃고 절망에 빠진 엄마 신애를 연기했다. 그녀는 이 작품으로 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전도연은 “‘밀양’을 하고 나서 아이 잃은 엄마 연기를 다시는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라고 결심을 했지만, 세상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않는 법. 그녀 인생의 큰 변곡점이 된 결혼과 출산의 경험도 ‘생일’을 선택하는데 용기를 줬을 터다.

전도연은 “논리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결혼도 했고 아이의 엄마기 때문에 (사건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게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신애를 연기할 때에는 그 감정을 잘 모르니까 몸을 다 던지다시피 했는데 순애를 연기할 때에는 알 것 같으니까 오히려 한 발 빼게 되더라”며 “감히 다라 말할 수 없지만 아이 잃은 슬픔이 크게 와닿아서, 내가 느끼는 것인지 순남이 느끼는 것인지 헷갈리지 않도록 연기하는 내내 객관성을 지니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전도연은 지난해 ‘생일’ 촬영을 마치고 이종언 감독과 함께 세월호 사건의 상징적 장소인 팽목항을 다녀왔다. 그녀가 본 팽목항의 이미지는 ‘빛바래있었다’. 전도연은 “(세월호가) 기억 저편에 가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며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마주하게 되면 회피하게 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고 고백했다. 전도연은 “팽목항을 다녀오고 나서 ‘생일’이란 작품을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한테는 큰 용기가 필요했던 작품인데 그 용기를 낸 것에 대한 감사를 느꼈다”고 얘기했다.

‘생일’ 개봉을 앞두고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전도연은 “‘생일’로 인해서 세월호 사건에 대한 사회적 환기를 시킬 수 있으면 더할 수 없이 좋겠지만 그건 개인적인 바람”이라며 “이 영화는 ‘다같이 아프자, 슬프자’는 게 아니라 ‘아프고 슬프지만 다시 살아갈 힘을 내자’는 영화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관심을 당부했다. 개봉은 오는 4월3일.

전도연(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