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의 첫 우승' 김수지 "작년 시드전 갔다온게 오히려 도움됐죠"(일문일답)

by이석무 기자
2021.09.05 17:14:38

[이데일리 골프in=용인 박태성 기자] 5일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에 위치한 써닝포인트CC(파72)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19번째 대회인 제10회 KG · 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가 열렸다. 우승을 차지한 김수지(동부건설)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용인=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지난해 시드전을 갔다 온 것이 너무 싫었는데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제10회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KLPGA 정규투어 통산 115번째 도전 만에 감격의 첫 우승을 일궈낸 김수지(25·동부건설)는 인터뷰실에서도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수지는 5일 경기도 용인시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7억원) 최종 3라운드에서 최종 합계 15언더파 201타로 감격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프로 데뷔 5년 차로 앞선 정규투어 114차례 대회에서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김수지는 115번째 대회 만에 깊은 한을 풀었다.

김수지는 “작년 코로나19로 대회가 취소되고 성적도 안 나와 시드전에 가게 됐는데 너무너무 가기 싫었어요”라며 “하지만 시드전을 치르고 돌아와서 그동안 고집했던 골프를 다 버리고 스윙, 태도, 자세 등 모든 것을 바꾼 것이 도움된 것 같아요”라고 털어놓았다.

잘하다가도 마지막 라운드가 되면 불안했던 징크스도 싹 날려버렸다. 김수지는 “항상 마지막 날에 잘 못 치고 주춤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런 부담을 지금은 덜어낼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놓인다”며 “1승을 했으니 2승도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

다음은 제10회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 우승자 김수지와 일문일답.

-프로 첫 우승을 이룬 소감을 밝혀달라.

△지금 아무 생각도 안 난다. 3라운드 내내 긴장을 많이 했다. 아직도 긴장하고 있는 것 같다. 너무 힘든 라운드였는데 잘 끝내 기분이 좋다.

-3라운드 1번홀에서 보기를 하고 나서 무슨 생각이 들었나. 정신이 번쩍 들었나

△1번홀부터 긴장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3퍼트를 하면서 보기가 나왔다. 많은 타수 가운데 겨우 1타 잃었다고 생각했다. 보기에 대한 생각을 지우고 다음부터 잘 풀어가자고 생각했다.

-15번홀에서 이소미가 1타 차까지 추격했다. 그 상황을 알고 있었나.

△(이)소미가 세 홀 연속 버디를 해서 1타 정도 차이가 난다는 것은 대충 짐작을 했다. 그래도 신경 쓰지 말고 내 플레이를 하자고 생각했다. 그 다음에 버디가 나와 다행이었다. 16번홀에서 버디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핀을 바로 보고 쳤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어머니에게 ‘나 우승하고 올게’라고 말을 했다는데 좋은 예감이 있었나.

△최근 조금씩 안 풀리고 답답한 시합이 이어졌다. 마침 이번 대회는 기다렸던 대회인데다 좋아하는 코스에서 열렸다. 잘 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정말 우승을 했다.(웃음)

-5년 동안 상상만 했던 우승을 진짜로 하게 됐는데 상상과 느낌이 달랐나.

△상상했던 것과 너무 달랐다. 물도 훨씬 차가웠고 꽃도 너무 많이 맞았다. 언니, 동생들이 안아줘서 너무 고마웠다. 다만 갤러리가 있었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기는 했다. 그런 부분은 조금 아쉽다.

-작년에 시드전에 내려갔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작년 코로나19로 대회가 취소되고 성적도 나오지 않아 시드전에 가게 됐다. 너무너무 가기 싫었다. 시드전을 치르고 돌아오니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동안 고집했던 골프를 다 버리고 스윙, 태도, 자세 등 모든 것을 바꿨다. 시드전에 갔을 때 동부건설에서 끝까지 응원해줘서 꼭 보답하고 싶었다. 이렇게 보답할 수 있어 기쁘다.



-고집한 것을 바꿨다고 했는데 어떻게 바꾼 것인가.

△플레이스타일을 더 과감하게 바꿨다. 원래 페이드 구질이었는데 드로우 구질로 바꿨다. 그전에는 쇼트게임 위주로 연습했는데 대신 거리를 늘리려고 노력했다. 살도 찌우는 등 여러 가지를 바꿨다.

-오늘 우승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나.

△항상 마지막 날에 잘 못 치고 주춤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 부담을 지금은 덜어낼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놓인다. 1승을 했으니 2승도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승에 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프로 5년 차 만에 첫 우승이다. 그동안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

△작년 시드전에 갔다 오고 나서 힘들었다. 되든 안되든 바꿔서 도전해보자는 마음이었다. 시드전에 갔다 온게 너무 힘들었지만 그게 약이 된 것 같다. 시드전이 육체적으로는 하나도 힘들지 않았는데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최근 드라이버 거리가 얼마나 늘었나.

△신인 때는 245야드 정도 나갔는데 작년에는 225야드 밖에 안나가더라. 최근에는 15~20야드 정도 늘어난 것 같다.

-본인 표현대로는 지난 BC카드 대회에서 미끄러졌다고 했는데 오늘은 뒤집히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나.

△뒤쪽 생각은 안 하고 그냥 앞만 보고 쳤던 것 같다.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쫓아오니 생각을 안 하려고 했다. 아예 스코어보드도 보지 않았다. 생각은 났지만 뒤를 보지 말고 내 플레이만 하자는 생각을 계속했다.

-골프는 어떻게 시작했나.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했디. 그때는 학교에 다니면서 방과 후 실내연습장에서만 쳤다. 공부에 도움된다고 해서 엄마가 시켰다. 그때 수영, 발레, 바둑도 했는데 골프가 가장 재밌었다. 초등학교 때는 취미로 하다가 중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골프가 공부에는 도움은 안 된 것 같다(웃음).

-골프가 재밌다고 느낀 시점은 언제인가.

△시점이 딱히 있다기보다는 골프가 재밌는 시기가 길었던 것 같다. 재미를 느낀 게 재능인 건가(웃음).

-새로운 캐디와 호흡을 맞췄는데.

△하반기부터 같이 한 오빠다. 오늘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감사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나보다 경험을 풍부한 분이라 도움이 많이 됐다. 경기하면서 ‘긴장하지 말고 대충 쳐’라고 얘기해줬다. 마지막 홀에서도 ‘보기 쳐도 되니까 편하게 하라’는 말을 해줬다.

-대회가 끝났는데 지금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엄마, 아빠 동생에게 너무 고맙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가. 집에 있는 강아지들도 보고 싶다(웃음). 이승현 언니가 대회를 앞두고 ‘넌 잘할 수 있으니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조언해줬다. 그 얘기를 떠올리며 계속 경기를 했던 것 같다. 승현 언니에게도 고맙다고 얘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