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8전 279기 동생 박주영의 우승에 감격한 박희영 "이제 독립한 거 같아요"

by주영로 기자
2023.10.05 18:02:10

5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 자매 나란히 출전
언니 박희영 "동생 우승이 내 우승보다 더 기뻐"
"포기할 법도 한 데 악착같이 하는 모습 대견해"
박주영, 1일 대보하우스디 오픈에서 278전 279기
하이트 첫날 1언더파 공동 3위..2주 연속 우승 발판

박희영이 1번홀 티샷을 끝낸 뒤 페어웨이를 걸어가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
[여주(경기)=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독립한 거 같아서 더 뿌듯해요.”

278전 279기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본 박주영(33)의 우승을 지켜본 언니 박희영(36)은 자신의 첫 우승보다 더 기뻤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주영의 이름 앞엔 ‘박희영의 동생’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프로가 된 지 16년이 흘러 KLPGA 투어에선 고참 선수가 됐지만, 그는 여전히 박희영의 동생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박주영의 언니 박희영은 고교 시절부터 주목받는 유망주였던 데다 한국(3승)을 거쳐 미국 LPGA 투어에서도 3승을 거두면서 프로골퍼로 동생에 늘 앞섰다.

2021년 결혼해 작년에 아들을 낳은 박주영은 약 1년가량 투어 활동을 쉬었다가 지난 4월 복귀했다.

엄마가 된 박주영에게 투어 활동은 더 고됐다. 그는 “아들을 재워놓고 나서 2~3시간씩 퍼트 연습을 했고 밤 9시에는 연습장에 가서 샷 연습을 했다”라고 육아와 골프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다는 말도 했다.

2010년 KLPGA 투어 활동을 시작해 13년 동안 우승이 없던 박주영은 추석 연휴 기간 펼쳐진 대보 하우스디 오픈에서 마침내 기다렸던 첫 우승에 성공했다. 279경기 만에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KLPGA 투어 역대 최다 출전 우승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언니 박희영은 동생의 우승 장면을 TV로 지켜봤다.



5일 경기도 여주시 블루헤런 골프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 출전한 박희영은 “당시 대회 준비를 위해 연습하던 중 동생의 경기를 봤다”라며 “너무 감격스러웠다”라고 누구보다 기뻐했다. 그러면서 “사실 그때 동생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체해서 속도 불편했고 어지럼증세도 있었다”라며 “오히려 그 덕에 차분하게 경기할 수 있었던 게 우승에 도움이 된 것 같다”라고 아무도 모르고 있었던 우승의 또 다른 비결을 귀띔했다.

우승으로 박주영은 KLPGA 투어를 대표하는 ‘엄마 골퍼’가 됐다.

KLPGA 투어에서 엄마 골퍼 우승은 김순희, 안시현, 홍진주에 이어 박주영이 네 번째다. 또 KLPGA 투어에선 처음으로 자매가 모두 우승하는 진기록도 추가했다.

박희영은 “이제는 박주영의 언니로 불러달라”며 “(동생이 나에게서) 독립한 거 같아 뿌듯하다. 그동안 돌아보면 포기할 법도 한 데 더 악착같이 하면서 우승을 만들어내는 모습이 더 감동적이었다”라며 “임신하고도 고생을 많이 했는데 4~5개월 만에 투어로 복귀해 이렇게 우승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대견하다”라고 같은 엄마 골퍼로 동생의 우승을 더 높게 평가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동생이 한발 앞서 갔다. 박희영은 5오버파 77타를 쳐 공동 66위에 머물렀지만, 박주영은 1언더파 71타를 쳐 공동 7위로 2개 대회 연속 우승의 발판을 만들었다.

박희영은 “동생의 장점은 아무래도 장타에 있다”라며 “어려서부터도 멀리 치기도 했지만 롱게임이 워낙 좋았고 쇼트게임까지 좋아졌다. 지금은 저에게 알려줄 정도로 기술적으로 많이 향상됐다. 골프에서 쇼트게임과 퍼트를 잘하면 최강이 될 수 있다. 큰 흠이 없다”고 동생의 더 큰 활약을 기대했다.

대회 1라운드에선 김연희와 최은우가 나란히 3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선두에 올랐다. 박현경과 성유진, 김수지, 정슬기가 2언더파 70타를 쳐 공동 3위로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초청 선수로 출전한 박성현은 첫날 5오버파 77타를 쳐 공동 66위에 머물렀다.

박주영이 1번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조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