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노동자들, 상암에서 축구로 하나가 됐다

by이석무 기자
2018.08.11 19:35:58

1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 축구대회 민주노총 대표팀과 북측 조선직업총동맹 경공업팀의 경기. 북한 경공업 오정철이 드리블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남과 북 노동자들이 축구로 다시 만났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남측 양대노총과 북측 조선직업총동맹(조선직총)은 11일 오후 5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가 개최됐다.

1999년 평양에서 처음 열린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는 이번이 네 번째다. 2007년 경남 창원, 2015년 평양에서 개최된 바 있다. 이번 대회는 3년 만에 재개된 대회다. 남북노동자단체들은 지난 6월 평양에서 8월 남측 개최를 합의한 바 있다.

특히 이번 대회는 4월27일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 이후 열리는 첫 남북 민간교류행사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았다.

이날 축구 경기에 앞서 주영길 조선직총 중앙위원회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민족 자주’를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의 채택과 더불어 마련된 북남로동자통일축구대회에 참가하고 보니 온 겨레와 전세계를 격동시킨 두 차례의 역사적인 판문점 수뇌상봉에 열광하던 그날의 환희와 감동이 되살아나고 4·27 선언 이행의 선봉에 바로 우리 노동자들이 서있다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가슴이 벅차오름을 금할 수 없더”고 말했다.

이어 “이 땅에서 더 이상의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 통일의 시대가 열렸음을 엄숙히 선포한 판문점 선언이 오늘의 성대한 자리를 마련해줬다”며 “북과 남의 노동자들이 펼치게 될 통일축구는 민족사의 새 시대를 맞이한 크나큰 기쁨과 평화롭고 번영하는 통일조국건설에 한 몸을 기꺼이 내던질 북남 노동자들의 억센 기상과 의지를 힘 있게 과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측 양대노총 위원장들은 ‘남북노동자 및 민족간 연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을 통해 다시한번 ‘우리민족끼리’의 가치, 자주통일의 원칙을 확인했다”며 “자주적이고 평화로운 노동자의 삶을 위해 남북노동자의 연대와 단합을 더욱 적극화, 단결된 힘을 하나로 모아 판문점선언을 이행한다면 비로소 노동자가 존중받는 새로운 통일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판문점선언은 73년 분단체제를 끝내고 조국의 평화와 자주통일 시대를 열기 위한 또 하나의 역사적 이정표”라며 “민주노총은 분단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실현한다는 강령에 맞게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 실천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는 특별 공연과 개막식 등을 거쳐 오후 5시부터 시작됐다. 한국노총이 조선직총 건설노동자팀과 맞붙었고 민주노총은 경공업팀과 대결을 펼쳤다. 전후반 30분씩 60분간 2경기를 치르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경기 결과는 북측이 모두 승리했다. 한국노총과 직총 건설노동자팀의 경기에서는 한국노총이 1-3으로 패했다. 민주노총과 직총 경공업팀의 경기도 민주노총의 0-2 패배로 끝났다. 전문 선수가 아닌 아마추어간의 대결이고 친선경기였지만 선수들은 치열한 몸싸움을 아끼지 않는 등 뜨거운 승부욕을 발휘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에는 손을 맞잡고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남북 노동자 통일축구대회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양대 노총 조합원과 서울 시민 등 3만여 관중들이 관중석을 메웠다. 경기장에는 독도가 그려진 대형 한반도기가 걸렸고 ‘4·27 판문점 선언 이행’이라는 글귀가 적힌 대형 플랭카드도 나부꼈다. 관중들은 손에 든 작은 한반도기를 흔들며 응원을 보냈다.

특히 하얀색 유니폼을 맞춰 입은 ‘통일축구 서울 시민 서포터즈’는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우리는 하나다’, ‘힘내라’와 같은 구호를 외치면서 응원을 주도해 눈길을 끌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밴드가 ‘반갑습니다’, ‘달려가자 미래로’ 등 북측 가요와 ‘손에 손잡고’ 등 남측 노래를 부르며 무더위 속에서도 열심히 선수들을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