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킬러스' 페르소나 심은경→4개의 상상력…개성·조화 다 잡은 살인극 유니버스[종합]
by김보영 기자
2024.10.18 18:08:26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각자의 개성, 유쾌한 상상, 진지한 고찰을 집약한 감독 4인의 영화적 실험. 장르성과 시대성, 다채로운 재미로 꽉 채운 웰메이드 시네마 협주곡. 감독 4인의 창작 로망을 완벽히 충족한 심은경이 펼치는 무한 변주가 빛난, ‘더 킬러스’(감독 김종관, 노덕, 장항준, 이명세)다.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더 킬러스’의 기자간담회에는 장항준 감독, 김종관 감독, 노덕 감독, 이명세 감독과 배우 심은경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더 킬러스’는 헤밍웨이의 단편소설 ‘더 킬러스’를 대한민국 대표 감독 4인이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고 탄생시킨 4편의 살인극을 담은 시네마 앤솔로지다. 영화 ‘최악의 하루’, ‘조제’ 김종관 감독과 ‘연애의 온도’, ‘특종: 량첸살인기’ 노덕 감독, ‘리바운드’, ‘오픈 더 도어’ 장항준 감독,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형사 Duelist’의 이명세 감독이 의기투합해 대한민국 감독들의 다채로운 색깔과 개성을 한 번에 만끽할 수 있는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다.
‘더 킬러스’는 이명세 감독이 아이디어를 기획해 프로젝트 총괄을 맡고 감독들에게 협업을 제안해 탄생한 작품으로 알려졌다. 이명세 감독은 “모든 책략자들의 꿈이겠지만, 어떻게 해야 지속가능한 영화 작업을 할 수 있을까. 자본이 독립된 채 창작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싶은 오랜 꿈이 있었다”라고 말문을 열며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을 모티브로 해서 가장 장르적으로, 감독들이 각자 다른 색 다른 이야기를 보여줘서 한 편의 이야기로 들려주는 게 이 영화의 매력 아닐까, 마친 지금 시대의 분위기와도 잘 맞아 떨어질 것 같아 네 감독들을 모셨다”고 취지를 밝혔다.
네 에피소드 중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은 “이명세 감독님은 학창시절부터 그의 영화를 보며 자란 사람들이 많을 만큼 존경하는 선생님이자 경애하는 친구”라며 “아이디어, 콘셉트 내용 자체가 너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다른 감독들과 함께 다른 색을 낼 수 있는, 아마 다시 오지 못할 좋은 기회를 만났다고 생각한다”고 ‘더 킬러스’ 프로젝트에 합류한 이유를 밝혔다.
에피소드 ‘업자들’을 연출한 노덕 감독 역시 “이명세 감독님의 영화를 보며 자랐다. 영화인으로서 이전에 관객으로서 그의 팬이었다. 제안 자체가 영광스레 느껴졌다. 감사한 일이고 꼭 참여해야겠단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됐다”고 존경을 나타냈다. ‘변신’을 연출한 김종관 감독은 “아이디어도 매력적이었지만, 이명세 감독님의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라며 “여러 번 만나 이 프로젝트를 논의했지만 실제로 만들어질지는 몰랐다. 만나서 술 먹는 자리구나 했는데 어느 순간 같이 작업하게 됐다”고 전해 웃음을 안겼다.
한동안 일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심은경은 오랜만에 한국 영화 ‘더 킬러스’로 국내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오랜만의 한국 영화 복귀작이 ‘더 킬러스’가 된 소감을 묻자 심은경은 “공개는 되지 않았지만 ‘별빛이 내린다’ 등 다른 한국 작품들도 출연을 했었는데 ‘더 킬러스’가 작년 이맘때쯤 촬영을 마친 후 제일 먼저 공개하게 됐다”라며 “‘더 킬러스’가 저의 어떤 전환점이 되어준 작품이었어서 이렇게 저의 예상보다 빠른 시일에 관객들에게 인사드릴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제가 하고자 한 것을 드디어 했다는, 꿈을 한 가지 이룬 듯한 작품이 됐다. 많은 분 앞에 선보이게 돼 무엇보다 행복하고 기쁘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또 평소 존경하던 이명세 감독과 작업한 기쁨도 밝혔다. 그는 “이전부터 이명세 감독님하고 인연이 있었다. 어느날 ‘더 킬러스’란 프로젝트가 있는데 같이 해보지 않겠냐는 연락을 해주셔서 그 순간이 아직도 꿈만 같다”라며 “왜냐면 처음 감독님 작품 접한 게 중학생 때 ‘M’이란 작품을 통해서였고 이후 ‘인정사정 볼 것 없다’도 보고 이런 대감독님과 작업을 하는게 영광이고 꿈만 같았다”고 전했다.
특히 심은경은 김종관 감독의 에피소드 ‘변신’부터 노덕 감독의 ‘업자들’, 장항준 감독의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 이명세 감독의 ‘무성영화’까지 4인 감독의 에피소드에 모두 등장한다.
그는 “처음 제안받은 건 ‘더 킬러스’ 안의 무성영화 에피소드였는데 다른 감독님들도 역할에 좀 제안을 주시게 돼서 어쩌다 보니 모든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충무로의 정말 유명한 감독님들이신데 이렇게 같이 한 프로젝트에서 만날 수 있고 다양한 장르 영화여서 저에게는 너무 뜻깊고 도전이었던 작품이었다”고 의미를 밝혔다.
헤밍웨이의 단편 소설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게 된 이유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이명세 감독은 “창작과 자본이 윈윈할 수 있는 장르적 힘을 가지고 있어서”라며 “창작자들에게 많은 열린 공간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종관 감독은 “원래는 6인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이명세 감독님이 6인이서 이 작품을 각색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었다”라며 “하지만 아무리 변주(배리에이션)를 줘도 6인이 한 작품을 전부 다르게 각색해 작업하는 건 좀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이 작품의 모티브적인 부분들만 각자 가져가기로 합의했다. 일단 살인자가 등장하고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설정,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진다는 일 정도만 가져갔다. 그렇게 장점 위주로 생각하며 작업했더니 훨씬 자유로워지더라. 그렇게 완성됐을 때 내용이 하나처럼 모이게 되는 프로젝트가 된 것 같다”고 자부심과 만족감을 표현했다.
노덕 감독은 “‘업자들’은 소설 속의 일(살인)이 벌어질 것처럼 무드를 잡고 멋있게 상황을 펼치지만 결국 아무도 죽이지 않은 채 심심하게 끝나는 그런 소설 속의 내용이 재미있고 웃기다 생각해 무드를 가져와 접목한 작품”이라고 자신의 에피소드를 설명하기도 했다. 장항준 감독은 “상업적 결말이 나와있지 않다는 점에서 헤밍웨이의 소설은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다리는 대상이 누구인지도 정확히 모른다는 점이 창작 욕구를 불러일으켰고, 70년대 한국 사회의 분위기와 연결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고 자신의 에피소드 연출 의도 및 과정을 전했다.
네 감독과 함께한 심은경은 “연기는 항상 다 어렵지만 이번 작품 같은 경우는 어려움을 느꼈다, 고비를 넘겼다는 느낌보다 정말 즐기면서 촬영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감독님들의 모든 현장을 다 즐기면서 재미있게 촬영을 했었고 연기를 처음할 때가 많이 떠오르더라. 연기 처음했을 때 긴장도 했지만 연기가 너무 즐겁다, 계속 잘해나가고 싶다는 감정을 다시 찾게 해준 소중한 작품으로 자리잡게 된 듯하다”고 애틋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더 킬러스’는 오는 23일 극장에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