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킬미 힐미', 표절 논란 종식..진수완 작가 2008년 시놉이 원안
by강민정 기자
2015.03.11 18:43:34
2008년 진수완 작가가 쓴 '아무도 모른다'가 원안
MBC 드라마국에 제출된 시놉..당시 '시기상조' 판단
2012년 기획 착수..'킬미 힐미'로 제목 변경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MBC 수목 미니시리즈 ‘킬미 힐미’가 곧 끝난다. 11,12일 이틀이면 ‘연기대상 감’이라는 지성, 황정음의 연기도 ‘시청자의 뒤통수를 쳤다’는 진수완 작가의 이야기도 끝이 난다.
이러한 시점에 또 다시 ‘킬미 힐미’를 향한 의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충호 작가다. ‘킬미 힐미’와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SBS 수목 미니시리즈 ‘하이드 지킬 나’의 원작자다.
이 작가는 ‘킬미 힐미’ 방송 초반 ‘하이드 지킬 나’의 원안이 된 ‘지킬박사는 하이드씨’와의 표절을 의심하는 SNS 글을 올려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하이드 지킬 나’ 제작사나 방송사에서 조차 “각자의 드라마가 어필하는 매력이 따로 있다”며 서둘러 표절 논란을 진화했던 일이다.
그런데 이 작가는 ‘킬미 힐미’가 끝나는 이 시기, 다시 ‘합리적 의심’을 시작했다. 11일 오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동안의 심정을 솔직히 드러낸 이 작가의 말엔 ‘킬미 힐미’가 ‘지킬박사는 하이드씨’에서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변함없는 주장이 담겨있었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소재로 이야기를 꾸린 작품 사이에선 흔히 표절 시비가 붙었다. ‘킬미 힐미’와 ‘하이드 지킬 나’도 다중인격 남자주인공과 그를 안아줄 여자주인공의 사랑이야기라는 공통분모 때문에 이렇게 잡음을 내고 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러한 시시비비는 애초에 무의미한 일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킬미 힐미’는 2012년에 기획된 작품으로 알려졌지만 그보다 4년 전인 2008년에 탄생됐다. ‘아무도 모른다’라는 가제로 진수완 작가가 시나리오를 완성한 드라마였다.
7개 인격을 가진 남자와 그를 사랑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당시 MBC 드라마국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킬미 힐미’의 제작사인 팬엔터테인먼트와 MBC 드라마국 고위관계자들 역시 이와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킬미 힐미’가 2012년에 나왔고, ‘지킬박사는 하이드씨’가 2011년에 나왔다는 시기상의 논리로 표절을 의심했던 이충호 작가의 주장은 맞지 않는 셈이다.
‘아무도 모른다’ 기획을 논의한 방송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작품은 2008년 방송가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었다. 그때만해도 판타지 장르, 캐릭터가 강한 장르에 시청자가 익숙하지 않았다. 진수완 작가는 그 사이 ‘해를 품은 달’을 먼저 내놓았고 2년 뒤 ‘아무도 모른다’를 다시 떠올렸다.
제작사 관계자는 이데일리 스타in에 “‘아무도 모른다’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았을 뿐 내부적으로 굉장히 아쉬웠던 작품이다”며 “2012년 분위기에선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거란 판단에 다시 기획에 착수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드라마의 한 관계자는 “처음 ‘킬미 힐미’가 이런 논란에 휘말렸을 땐 모든 이들이 작품에 집중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2008년도 원안을 바탕으로 했다는 확신이 있었으니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봤다”며 “조용히 지나가길 원했지만 만약 정식으로 법적 대응이 들어왔다면 깨끗하게 끝날 문제였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이충호 작가가 ‘킬미 힐미’를 제대로 봤다면 표절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 반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드라마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 ‘킬미 힐미’는 다중인격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아니다”며 “아주 기본적인 틀일 뿐 ‘킬미 힐미’가 그리는 이야기는 단순한 삼각관계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것이 아닌데 이충호 작가, 진수완 작가 모두에게 상처가 되는 시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진수완 작가는 ‘킬미 힐미’ 대본을 탈고했다. 최근 “그대들은 최고였습니다”라는 감사한 마음이 담긴 글귀와 함께 전달된 마지막 회 대본이 스태프의 SNS를 통해 공개돼 많은 시청자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킬미 힐미’ 제작진은 막바지 촬영에 한창이다. 스태프와 출연진 모두 12일 마지막회까지 시청자의 기억에 오래 남을 작품이 되기 위해 합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