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감독' 최태웅·조동현 감독 부임...새 변화의 시작

by이석무 기자
2015.04.08 16:30:10

최태웅 현대캐피탈 신임감독.
조동현 신임 부산 케이티 감독. 사진=부산 케이티 농구단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프로스포츠에 감독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40대를 넘어 30대 감독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프로농구 부산 케이티(kt)는 계약이 만료된 전창진 감독의 후임으로 조동현 울산 모비스 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1990년대 연세대 오빠부대 돌풍의 한 시대를 이끌었던 조동현 감독은 1976년 7월생으로 만 38살에 불과하다. 현재 활약 중인 프로농구 감독 가운데 최연소다. 1998년 35살의 나이로 처음 감독을 맡았던 유재학 현 모비스 감독을 제외하면 역대 프로농구에서 가장 어린 감독이기도 하다.

이에 앞서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성적부진으로 자진 사퇴한 김호철 감독을 대신해 ‘컴퓨터 세터’로 이름을 날렸던 최태웅 감독에게 새로 지휘봉을 맡겼다. 조동현 감독과 마찬가지로 1976년 4월 생인 최태웅 감독도 만 38살 밖에 되지 않았다.

특히 지난 2년간 모비스에서 코치로 활약했던 조동현 감독과 달리 최태웅 감독은 불과 한달 전까지 선수로서 코트를 누볐다. 선수로선 나이가 많기는 했지만 세터라는 포지션 특성을 감안할때 1~2년 정도는 더 현역으로 뛸 수도 있었다.

물론 그전에도 구단에서 젊은 감독을 파격적으로 기용한 예는 있었다. 하지만 이처럼 주요 프로스포츠에서 30대 감독이 한꺼번에 등장한 예는 거의 없었다.

단순히 선수 시절 잘했다고 해서 감독을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스타 출신은 좋은 감독이 되기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선수과 감독은 영역이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감독은 자기 혼자만 잘하면 되는 자리가 아니다. 팀 전체를 아울러야 하기 때문에 경험과 관록이 분명 중요한 자리다. 현재 프로야구 김성근 감독이나 프로배구 신치용 감독, 프로농구 유재학 감독 등 최고의 감독으로 인정받는 인물들도 모두 20년 이상 또는 그에 버금가는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현대캐피탈과 케이티는 경험이 없는 30대 감독이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최태웅 감독과 조동현 감독은 젊다는 점 외에도 닮은 점이 있다. 현재 맡은 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과 올시즌 팀 성적이 안좋았다는 점이다.

현대캐피탈은 창단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하는 쓴맛을 봤다. 케이티 역시 정규리그 7위에 그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구단으로선 팀 분위기를 확 바꿀 계기가 필요했고 최선책은 감독의 교체였다.

하지만 아무나 감독으로 데려올 수는 없었다. 아무리 명망이 높은 감독이라도 팀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그만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최태웅 감독은 2010년 FA 박철우의 보상선수로 삼성화재에서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뒤 주전세터 역할은 물론 후배들을 지도하는 사실상의 플레잉코치까지 맡았다. 조동현 감독은 2004년부터 9년이나 케이티에서 뛰며 주장을 맡기까지 했다.

젊은 감독들이 훌륭한 성공사례를 먼저 만들어냈다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마찬가지로 30대 나이에 OK저축은행 감독에 취임한 김세진 감독은 취임 2년 만에 삼성화재이라는 거함을 물리치고 프로배구 정상에 올랐다.

역시 40살의 젊은 나이로 서울 SK 지휘봉을 잡은 문경은 감독도 3년 연속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리며 지도력이 을 인정받았다. 프로야구의 김기태 KIA 감독, 프로축구 FC서울의 최용수 감독 역시 젊은 감독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다.

이들은 모두 기존의 권위적인 리더십을 버리고 보다 선수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면서 새로운 변화를 쉽게 받아들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형님리더십’의 성공사례다.

이종훈 스포츠 평론가는 “예전의 감독이 아버지였다면 지금은 형님같은 감독을 원하는 분위기다. 오즘은 경기 경험이 부족함을 과학적인 전력 분석으로 메울 수 있다. 결국 단순히 명성보다는 실제로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을 찾으려 하는 것이 최근 구단의 추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