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준의 유럽 다이어리]“이번엔 스위스 원정…고지대 골프 적응 마쳤다”
by임정우 기자
2021.08.26 17:02:08
[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문경준의 유럽 다이어리-③오메가 유러피언 마스터스.’
2021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KB금융 리브 챔피언십 우승자 문경준(39)은 올해 한국과 유러피언투어를 병행한다. 2019년 제네시스 대상을 차지한 문경준은 올 시즌 유러피언투어 16번 카테고리를 받았다.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거쳐 올라온 선수들보다 카테고리 순번이 높은 문경준은 시즌 중 시드 순번이 재조정 되는 리랭킹 대상자가 아니다. 유러피언투어에서 첫 시즌을 보내게 된 문경준이 현장에서 전해오는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편집자주>
“아빠 건강히 잘 다녀오세요. 학교 잘 다니고 있을게요.”
2학기 개학을 앞둔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2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유러피언투어 대회에 출전하는 게 지난 3월 케냐 사바나 클래식 이후 약 5개월 만이어서 그런지 기분은 정말 좋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스위스로 직항하는 비행기가 없어 파리를 경유해야 했다. 20시간의 비행으로 몸은 피곤했지만 유러피언투어 오메가 유러피언 마스터스(총상금 200만 유로)가 열리는 스위스 크랑 몽타나의 크랑쉬르시에르 골프클럽에 도착한 뒤 빨리 골프를 치고 싶어졌다. 골프장의 상태와 날씨, 풍경까지 모든 게 완벽했기 때문이다.
일요일에 숙소에서 컨디션을 조절한 뒤 월요일부터 연습 라운드를 돌았다. 첫 번째 연습 라운드를 돌면서 고지대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케냐 대회가 열렸던 해발 1700m보다는 낮지만 해발 1400m여서 그런지 거리가 정말 많이 나갔다.
| 유러피언투어 오메가 유러피언 마스터스가 열리는 스위스 크랑 몽타나의 크랑쉬르시에르 골프클럽 전경. (사진=문경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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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온도가 10도일 정도로 날씨가 쌀쌀한 편이지만 드라이버 샷 캐리 거리는 가볍게 310야드를 넘어갔다. 아이언의 경우 기존보다 7~10% 정도 더 나갔다. 케냐 대회를 치르면서 내 거리를 믿고 쳐야 하는 중요성을 깨달은 만큼 클럽별 거리를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코스는 티잉 그라운드부터 페어웨이, 그린, 벙커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여기에 풍경까지 좋아 휴가를 즐기러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스위스에 놀러온 게 아닌 만큼 코스 구석구석을 살피고 늦은 시간까지 연습하는 등 더 집중했다.
유러피언투어 대회장 분위기는 지난 3월과는 많은 게 달라져 있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선수들은 식사하러 식당에 가거나 숙소 주변에 나갈 수 있게 됐다. 골프장과 숙소 등 대회 조직위원회가 정해놓은 버블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카타르와 케냐 대회 때와는 확실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위험성이 있는 만큼 실내는 물론 이동할 때 마스크를 항상 착용했다.
화요일에는 이태희, 장이근, 김시환과 함께 두 번째 연습 라운드를 소화했다. 첫날보다 조금 더 확실한 코스 공략법을 세우는 데 집중했다. 두 번의 연습 라운드를 통해 느낀 건 이번 대회가 열리는 크랑쉬르시에르 골프클럽은 어려운 홀과 쉬운 홀이 확실히 나뉘어 있다는 것이다.
몇몇 홀은 파4지만 두 번째 샷을 롱 아이언을 칠 정도로 길었다. 반대로 파4에서 원온이 되는 홀도 짧은 홀도 몇 개 있었다. 코스 레이아웃이 내 골프와 잘 맞는 편인 만큼 페어웨이와 그린 등 한국과 다른 잔디에 빠르게 적응한다면 만족스러운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번 대회는 톱10을 목표로 잡았다. 올 시즌 초반 한국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현재 샷과 퍼트 감이 나쁘지 않은 만큼 유럽에서도 내 실력이 통한다는 걸 성적으로 증명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또 유러피언투어에서 다음 시즌까지 출전권을 유예시켜줬지만 올 시즌처럼 리랭킹 없이 모든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높은 카테고리 순번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이번 대회에서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이번 대회를 마치고는 이탈리아로 이동할 예정이다. DS 오토모바일스 이탈리아 오픈을 치르고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두 대회를 마치고 레이스 투 두바이 포인트를 100위 이내로 끌어올리기 위해 온 힘을 기울여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