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회는 3라운드, 어떤 대회는 4라운드…왜 라운드 수가 다른 걸까요?[궁즉답]

by주미희 기자
2023.09.14 15:12:01

KLPGA 투어, 스폰서 재량에 따라 4라운드로 늘려
KPGA 코리안투어는 해외 투어와 동일하게 72홀 경기
72홀 플레이가 가장 공정성 있다는 것이 골프계 정설
54홀 경기에 컷 탈락 제도 있어야 세계랭킹 점수 부여
이 때문에 세계 주요 투어에는 3·4라운드 경기만 존재

지난달 열린 KLPGA 투어 메이저 대회 한화 클래식에서 벙커 샷을 하는 홍정민(사진=KLPGA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한국프로골프에는 두 가지 주요 투어가 있습니다. 한국남자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A) 투어입니다. KPGA 코리안투어는 2023시즌 23개 대회를, KLPGA 투어는 32개 대회를 치릅니다. KLPGA 투어를 보다 보면 어떤 대회는 3라운드로 진행되고, 어떤 대회는 4라운드로 치러지는데요. 프로골프투어에 라운드 규정이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스폰서의 의지가 라운드 수의 차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KLPGA 투어에 4라운드 대회가 등장한 역사는 짧습니다. 2011년이 돼서야 한 시즌에 5개 이상의 72홀 대회가 열리기 시작했으니까요. 이전까지는 한해에 대회가 10개 안팎으로 열리는 데 그쳤고, 선수 수도, 상금도 지금과는 천차만별일 정도로 적었습니다. 이 때문에 3라운드 대회가 주를 이뤘죠.

하지만 좋은 선수가 많이 나오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들이 여러 차례 우승하면서 KLPGA 투어도 많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투어가 점차 발전하면서 3라운드 대회를 4라운드로 늘리고자 하는 스폰서들의 의지가 커졌습니다. 중계 방송에 더 오래 노출되고 기사도 더 많이 나오며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존 예산(골프장 대여비+총상금+인건비 등)이 늘어나기는 하지만 이를 감수하기로 한 거죠. 가장 상금이 많고 권위있는 메이저 대회를 4라운드로 치르는 건 당연한 이치고요. 이에 올 시즌 32개 대회가 치러지는 KLPGA 투어에서 4라운드 대회는 절반 수준인 무려 17개가 됐습니다.

3라운드 대회를 치르고 실리를 취하겠다는 스폰서들도 있습니다. 프로암을 두 번 치르는 거죠. 대회에 출전하는 프로 선수와 아마추어가 함께 라운드하는 프로암 대회는 VIP 고객을 접대하는 아주 중요한 행사입니다. 골프계 한 관계자는 “프로암을 중시하는 대회들은 본 라운드를 금~일요일 3라운드로 진행하고 수, 목요일에 걸쳐 프로암 경기를 한다. 4라운드로 대회를 할 경우 프로암을 이틀 진행할 수 없으니 대회를 3라운드로 줄이는 셈”이라고 귀띔했습니다.



KPGA 코리안투어의 경우 전통적으로 4라운드 72홀 경기를 치러왔습니다(매치플레이 제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DP 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등 모든 대회를 4라운드로 치르는 해외 투어들과 동일하게 경기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공정하게 선수의 실력을 가릴 수 있는 방식은 72홀 플레이라는 것이 골프계 정설입니다. 예선 한 라운드만으로는 선수 실력을 가릴 수 없으니 적어도 두 번은 예선을 치러야 한다는 의미로 1, 2라운드 경기를 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1라운드 오전에 경기한 선수가 2라운드에서는 오후에 경기를 하고 1라운드에서 오후에 경기한 선수는 2라운드에서는 오전에 경기를 하죠. 모든 선수가 36홀을 비슷한 컨디션에서 치러야 한다는 취지 때문입니다.

54홀만 경기하는 리브(LIV) 골프가 출범했을 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54홀 경기는 시니어 투어에서나 하는 것”이라고 수위 높은 비판을 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PGA 투어는 예비일을 두어서라도 72홀을 완주할 정도로 4라운드 모두 경기를 마무리하는 걸 중시합니다.

물론 18홀로 경기할 수도, 36홀로 경기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최소 2라운드 경기를 해야 공식 대회로 인정되고 기록도 모두 공식적으로 반영됩니다. 선수들이 코스의 오전, 오후 컨디션을 다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주요 투어에는 3, 4라운드 경기만 있을까요? 이는 3라운드 경기부터 세계랭킹 포인트가 부여되기 때문입니다. 한국남녀프로골프투어에서도 2, 3부투어는 주로 2라운드로 치러집니다. 다만 세계랭킹 점수는 주어지지 않죠.

지난해 LIV 골프 선수들은 세계골프랭킹위원회(OWGR)에 세계랭킹 포인트를 달라는 탄원서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OWGR은 이에 대한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OWGR 세계랭킹 가이드 라인에는 세계랭킹 포인트를 받으려면 36홀 컷 탈락에 최소 54홀(기준은 72홀) 이상 진행하는 대회여야 하고, 출전자 기준은 75명 이상이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LIV 골프는 컷 탈락 없이 54홀로 순위를 가리며, 출전 선수 수도 48명에 그쳐 세계랭킹 점수를 얻지 못했습니다. 정식 투어로 인정받지도 못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