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는 되고, ‘철권’은 안돼?…아시안게임 종목 선정 기준은? [궁즉답]
by허윤수 기자
2023.10.05 16:39:20
OCA의 올림픽 가치와 개최국 재량 포함
일부 e스포츠 종목에선 논란도 발생해
| 김관우가 e스포츠 스트리트 파이터V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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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이제 아시안게임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요. 대한민국 선수단이 보여주는 투혼과 선전을 보면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이번 대회 많은 한국 선수 중 독특한 이력을 갖춘 몇몇 선수가 있는데요. 그중 한 명이 바로 e스포츠 ‘스트리트 파이터V’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관우 선수일 겁니다. 44살의 나이로 한국 e스포츠 첫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남기게 됐는데요.
아무래도 오락실 게임으로 친숙하다 보니 아시안게임 종목이 된 ‘스트리트 파이터’와 ‘철권’ 등에 대한 궁금증도 많이 생깁니다. 실제 남자 펜싱의 구본길 선수도 ‘철권’이 아시안게임에서 열렸다면 김관우 선수 자리엔 자신이 있었을지 모른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채택 기준은 무엇일까요. 정식 종목 채택 기준은 대회 개최국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달려 있습니다. 지난 2021년 아시아 e스포츠연맹(AESF)은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을 발표하며 “OCA가 정한 올림픽 가치를 포함해 선정 기준에 따라 종목을 정했다”라고 밝혔습니다.
한국e스포츠협회 역시 ‘OCA가 설정한 기준에 따라 선택했다’라는 AESF의 설명을 전했는데요. 여기서 OCA가 설정한 기준은 ▲다양한 국가 참가 가능성 ▲인기와 전통 ▲종목 간의 균형 ▲지역적 고려 ▲국제 스포츠 동향 ▲성별 등입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공개된 부분은 기본적으로 올림픽 정신에 입각하되 개최국 환경과 입지 조건 등에 맞춰 선정할 수 있다”라는 점을 추가로 설명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논란이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바로 이번 대회 e스포츠 분야가 그랬습니다. ‘왕자영요’, ‘몽삼국’은 중화권에만 인지도가 있는 게임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러면서 개최국 중국에 유리한 게임이라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실제 두 종목 금메달은 모두 중국이 차지했습니다. 한국은 해당 종목과 ‘도타2’ 대해 부족한 프로급 선수 숫자와 저변을 이유로 출전하지 않았습니다.
|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제우스’ 최우제, ‘카나비’ 서진혁, ‘쵸비’ 정지훈, ‘페이커’ 이상혁, ‘룰러’ 박재혁, ‘케리아’ 류민석이 시상대에 올라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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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e스포츠협회의 종목 선정 기준과 비교해 볼까요. 협회는 e스포츠를 정식 종목과 시범 종목 두 가지로 나눕니다. 협회는 정식 종목에 대해 “종목 선정 심의를 통해 e스포츠 적격성에 문제가 없고 저변 및 환경이 충분하다고 인정하는 종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범 종목에 대해선 “e스포츠 적격성은 인정받았으나 현재 저변 및 환경이 미비해 향후 일정 기간 평가 후 재심의를 통해 정식 종목 선정 여부를 가린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협회 종목 선정은 심의 처리 절차를 통해 이뤄지며 심의에서는 적합 평가와 등급 평가를 진행한다”고 덧붙였습니다.
e스포츠가 아닌 다른 종목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타종목 관계자에 따르면 “주최국 재량이 크기에 종목에 포함되려는 경쟁이 심하다”며 “많은 어필을 통해 종목에 포함됐다가 빠지는 경우도 많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개최국의 메달 획득 가능성과 국제 정서 등과도 연결되다 보니 명확한 기준에서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2026년 일본에서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대회에서도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확정됐는데요. 이번 대회에서 논란이 됐던 ‘왕자영요’나 ‘몽삼국’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