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13승 실패서 배운 묵직한 진리

by정철우 기자
2014.09.04 22:00:00

김광현이 4일 문학 롯데전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SK 와이번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스마일 K’ 김광현(26.SK)이 시즌 최고의 투구를 했지만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대신 매우 진부하지만 묵직한 교훈 하나를 얻었다. 처절한 승부의 세계에선 때로 힘이 센 자가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자가 된다는 것을 말이다.

김광현은 4일 문학 롯데전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삼진을 무려 10개나 잡아내며 5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호투했다. 팀이 3-1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왔기에 승리 투수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김광현은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다. 평균 자책점을 드디어 2점대(2.97)로 떨어트렸지만 원했던 팀의 승리는 만들지 못했다.

표면적으로는 불펜 투수들의 방화가 문제였다. SK는 3-1로 앞선 7회, 전유수 진해수 여건욱 등 세 명의 투수를 투입했지만 4점을 뺏기며 역전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김광현에게도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가 좀 더 긴 이닝을 버텨줬다면 경기 흐름은 달라질 수 있었다.

단 한 번의 틈을 보인 것이 문제였다.

김광현은 5회까지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 최고 155km의 광속구와 115km까지 떨어트린 커브의 조합, 여기에 장기인 슬라이더는 마치 춤을 추듯 꺾여 들어갔다. 롯데 타자들은 좀처럼 김광현의 현란한 투구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4회 손아섭에게 내야 안타, 최준석에게 중전 안타를 맞으며 무사 1,2루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김광현은 이를 악 문 광속구로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를 무력화 시켰다. 박종윤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강민호를 1루 플라이, 문규현을 다시 삼진으로 잡으며 이닝을 매조졌다. 유리하게 카운트를 잡은 뒤 느린 커브로 타이밍을 뺏던 완급 조절 대신, 힘을 앞세운 공으로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를 밀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6회까지 평정심을 유지하지는 못했다. 1사 후 손아섭에게 홈런을 맞은 뒤 갑자기 흔들렸다. 평소 약점을 보여왔던 최준석에게 바로 볼넷을 내주며 자신의 호흡을 유지하지 못함을 보여줬고 박종윤에게 안타를 맞으며 1,2루가 됐다. 이후 강민호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만루까지 위기가 불어났다.

물론 위기를 넘기는 능력은 보여줬다. 문규현의 잘 맞은 타구가 3루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가며 한숨을 돌린 뒤 대타 히메네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끝냈다.

하지만 김광현은 6회에만 무려 32개의 공을 던져야 했다. 총 투구수도 107개가 됐다. 이전 페이스라면 최소 7회는 막을 수 있을 듯 보였지만 6회의 많은 투구수는 그와 팀의 승리를 날리는 하나의 이유가 됐다.

반면 롯데 선발 옥스프링은 김광현 보다 1개 많은 108개의 공으로 6.2이닝을 책임졌다. 3실점(1자책)하며 김광현 보다 많은 점수를 내줬지만 수비수들의 잇단 실책과 아쉬운 수비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마지막까지 자기 공을 던졌다. 그리고 승리투수가 됐다.

6이닝 1실점과 6.2이닝 3실점. 2아웃 차이가 2점 차를 이긴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