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리포트]‘날마다 거리마다 즐거움 한가득’ 순간포착
by박미애 기자
2017.05.29 16:27:36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매년 5월 칸국제영화제가 펼쳐지는 칸은 프랑스 남동부를 대표하는 휴양지다. 영화제 메인 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시작되는 크루아제트 거리는 한쪽에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다른 한쪽에는 고급 상점과 호텔이 줄지어 서있다. 그 거리를 따라서 걷다 보면 도시의 여유에 휩쓸려 생각도 행각도 느려진다. 천천히 걷다 보면 거리 곳곳에서 영화제 못지않은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
◇여행의 완성은 날씨다. 어디를 가든 날씨가 꽝이면 여행할 맛도 나지 않는 법이다. 칸의 하늘은 도착한 날부터 떠나는 날까지 단 하루도 비를 내리지 않았다. 기온이 30도 가까이 치솟는 날에도 덥지 않다. 공기가 습하지 않아서다. 햇볕만 뜨거울 뿐 그늘에 들어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시원하다.
◇칸은 바다를 낀 도시다. 해변의 낮과 밤이 다르다. 낮에는 일광욕을 하거나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햇볕이 좋은 날에는 특히 많다. 수영복 차림으로 해변가가 아닌 골목길을 걷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밤의 해변은 근사한 야외극장이 된다.
◇도시의 특성은 상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같은 브랜드도 주력상품이 다르다. 칸영화제는 드레스 코드가 있어서 영화제 기간 화려한 차림의 사람들을 거리에서 많이 보게 된다. 의류 매장도 일상복보다는 턱시도나 드레스를 쇼윈도에 진열해둔 곳이 많다.
◇주말이면 팔레 드 페스티벌 인근에 플리마켓이 들어선다. 명품부터 직접 만든 물건까지 없는 게 없다. 빈티지 상품을 좋아하면 수백만원 짜리 명품도 10분의 1도 되지 않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국내에서 120만원에 판매중인 L 브랜드 가방의 가격이 마켓에서 150유로(19만원)였다. 운 좋으면 국내에서 보기 힘든 ‘희귀템’을 손에 넣을 수도 있다.
◇가장 큰 즐거움은 아무래도 영화제다. 낮에는 상영관을 중심으로 영화를 보기 위한 관람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인기작일수록 경쟁이 치열하다. 수상과 관계없이 올해의 가장 핫한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였다. ‘옥자’ 공식 상영회 초대권은 그야말로 ‘피케팅’이었다. 밤이 되면 팔레 드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거리 전체가 거대한 파티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