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트라웃과 조롱당한 푸이그, 범가너에 사인요청 구설

by정재호 기자
2014.07.16 16:32:56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타겟 필드’에서 거행된 대망의 ‘2014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이 ‘형’ 내셔널리그(NL)를 5-3으로 누른 ‘동생’ 아메리칸리그(AL)의 승리로 돌아갔다.

‘영원한 캡틴’ 데릭 지터(40·뉴욕 양키스)의 은퇴를 앞두고 치른 생애 마지막 올스타전으로 화제를 모았던 경기에서 가장 빛난 별은 이번 올스타 출전선수 중 가장 나이가 어렸던 마이크 트라웃(22·LA에인절스)이었다.

트라웃은 1회말 선취 1타점 3루타와 5회 3-3의 균형을 깨는 좌측 2루타 등의 고감도 활약(3타수2안타 2타점)으로 생애 첫 올스타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트라웃은 전설의 테드 윌리엄스(1941년)와 켄 그리피 주니어(1992년)에 이어 만 23세가 되기 전에 올스타전에서 2개 이상의 장타를 때려낸 역대 3번째 선수로 등록되며 그들 못지않은 역대급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야시엘 푸이그가 베이스를 짚고 일어서려 하고 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뿐만 아니라 올스타전 역사상 지난 1934년 얼 애버릴 이후 무려 80년 만에 ‘2루타-3루타와 2타점 이상’을 동시에 작성한 2번째 선수의 영예를 안았다.

단 3개월 반이 모자라 1992년 켄 그리피 주니어가 세웠던 역대 최연소 올스타 MVP 타이틀은 아쉽게 놓쳤다.

지난 6월말 불혹(만 40세)이 된 지터도 진기록 하나를 수립했다. 1979년 39세였던 칼 야스트르젬스키와 1933년 38세였던 베이브 루스를 넘어 올스타전에서 멀티히트(한경기 2안타이상)를 때린 가장 나이 많은 선수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

경기 뒤 ‘ESPN’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미국 야구를 대표하는 신구 영웅들의 바통터치 같았던 ‘올스타전 대관식’에 초점을 맞췄다.

떠나는 별 지터는 “그냥 지금 있는 그대로의 트라웃을 지켜보라. 정말 밝은 미래를 가진 선수다. 앞으로 얼마나 잘할지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하는 대로만 꾸준하다면 그는 여기서 아주 오랫동안 빛날 것이다”고 덕담을 건넸다.

반면 쿠바야구의 떠오르는 영웅으로 추앙받는 푸이그는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한 악몽 같았던 생애 첫 메이저리그 올스타 주간을 보냈다.

전날 올스타전 홈런더비에서 단 한 개의 타구도 담장을 넘기기 못해 체면을 구겼고 이날 공식경기에서는 선발 우익수 겸 2번타자로 투입됐으나 ‘3타수무안타 3삼진’의 부진으로 고개 숙였다.



미국 최대 일간지인 ‘USA투데이’는 1회 트라웃의 깊숙한 3루타를 놓치며 선취점을 헌납하는 푸이그의 수비 장면을 대비시키며 언뜻 ‘MVP 영웅’ 트라웃과 ‘악역’ 푸이그의 이미지를 억지 연출하는 데 힘을 쏟는 인상을 풍겼다.

뿐만이 아니다. LA 다저스의 앙숙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쪽에서는 올스타전 이모저모를 취재한 현장 기사에서 푸이그에게 자존심도 없냐는 식의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마저 풍겼다.

그들 눈에 비친 이야기는 이렇다. 푸이그는 한 클러비를 시켜 수고스럽게도 타겟 필드의 내셔널리그(NL) 올스타 클럽하우스 양쪽 끝을 가로질러 있는 매디슨 범가너(2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라커로 자신의 등번호 66번이 새겨진 원정 저지(상의 유니폼)를 들려 보내 사인을 받아오도록 시킨 것으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취재결과 드러났다.

여기서 ‘클러비’란 선수들의 장비를 챙겨주고 세탁과 잔심부름을 도맡는 10여명의 클럽하우스 직원을 일컫는다. 클러비는 서비스의 대가로 메이저리거들로부터 팁을 받는다.

타겟 필드 측은 다분히 공개적으로 숙명의 앙숙인 다저스 올스타와 샌프란시스코 올스타의 라커를 클럽하우스 양쪽 끝에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역사적인 라이벌 관계에다 양팀을 대표하는 투타의 젊은 맞수인데 제법 먼 거리임에도 푸이그는 굳이 껄끄러운 범가너의 사인을 받기 위해 클러비의 손에 자신의 저지를 들려 보내는 광경은 둘 간의 스토리를 잘 아는 기자들에게는 꽤나 솔깃한 장면이었다.

특히나 둘은 지난 5월 경기 도중 한 차례 주먹다짐이 오갈 듯 고성을 높인 사건의 중심에 섰다. 푸이그가 범가너로부터 홈런을 때리고 방망이를 살짝 집어던지는 행동과 이후 마치 감상하듯 천천히 베이스를 도는 태도에 무시당했다고 여긴 범가너가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홈플레이트로 돌아오는 푸이그에게 다가가 싸울 듯이 고함을 친 것이다.

돈 매팅리(53) 다저스 감독의 퇴장을 불렀던 이 사건 이후 푸이그와 범가너는 앞으로 지켜볼 만한 새로운 앙숙관계로 팬들 사이에서 정립됐다.

어쨌든 범가너는 클러비가 손에 든 푸이그의 저지에 사인을 해줬는데 왜 그랬냐고 묻자 “그들이 내게 요구했다”며 퉁명스럽게 답했다.

크로니클의 기자는 푸이그에게도 다가가 이유를 물었고 푸이그는 “올스타전에 나온 NL 팀동료 모두의 사인을 모으고 있다”고 해명했다.

같이 뛴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사인을 요청한 어떻게 보면 지극히 평범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둘의 사이도 사이려니와 라이벌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가십거리를 만들고 흔들어보고자 혈안이 돼 있는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