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박주영-日 카가와 동반 활약, 하지만 순도는 달랐다

by박종민 기자
2014.03.06 16:10:59

[이데일리 e뉴스 박종민 기자] 박주영(28·왓포드FC)과 카가와 신지(24·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브라질 월드컵을 100일 앞두고 치러진 평가전서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박주영은 6일 새벽 그리스 아테네 카라이스카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그리스와 평가전서 전반 18분 손흥민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으로 내준 로빙 패스를 받아 왼발 대각선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 박주영이 그리스전에서 첫 골을 터뜨리고 동료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 사진= MBC 그리스전 중계화면 캡처


그는 병역 문제가 불거진 후 1년 만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박주영은 홍명보호에 입성한 후 첫 인터뷰에서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박주영은 경기 감각이 부족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공백은 다소 길었지만, 그의 경기력은 축구팬들의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그는 전반 초반 이청용에게 완벽한 골찬스를 선사했으며 선제골을 기록할 때도 정확히 골문 구석을 공략했다.

지난 2011년 11월 열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 이후 2년 5개월 만에 맛본 A매치 득점이었다. 첫 골을 성공시키던 박주영의 모습은 엊그제 골을 넣은 선수처럼 익숙했고 여유로웠다.

한편 카가와도 뉴질랜드와 평가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일본 축구대표팀에 4-2 대승을 안겼다.

카가와는 5일 도쿄 국립경기장서 열린 뉴질랜드전서 전반 7분 패널티지역에서 상대 수비수의 파울을 유도, 패널티킥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켰다. 앞서 오카자키 신지의 선제골도 그의 패스가 시발점이었다.



카가와는 2도움을 기록한 혼다 다이스케와 함께 일본 축구대표팀 공격에 활로를 불어넣으며 승리에 기여했다.

하지만 두 선수의 활약은 그 순도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박주영은 피파랭킹 12위인 ‘강호’ 그리스(한국은 피파랭킹 61위)를 상대로 선취점을 넣었다는 데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리스의 공격에 대표팀의 수비는 다소 문제점을 보였지만 박주영과 손흥민 등도 그리스의 수비진을 철저히 무너뜨렸다.

특히 박주영은 손흥민과 첫 골을 합작하며 찰떡 호흡을 과시했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팀원들과 조화를 이루며 분위기를 쇄신시켰다. 그는 첫 골을 논스톱 슛으로 마무리할 만큼 물오른 골 감각을 뽐냈다.

△ 카가와 신지가 카메라를 보고 웃고 있다. / 사진= 카가와 신지 트위터


반면 카가와는 피파랭킹 89위의 약체를 상대로 선전했다. 일본은 피파랭킹 50위로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다. 이미 승리가 예상된 상황이어서 맥이 빠졌다.

그러한 예상은 시작부터 일본 선수들이 골을 몰아치며 현실화됐다. 일본은 전반 17분 동안 4골을 터트리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게다가 카가와는 대개 성공확률이 90% 이상인 패널티킥으로 점수를 뽑았다. 감각적인 슈팅 능력을 선보인 박주영의 골과는 순도에서 차이가 난다.

두 선수는 이번 평가전을 계기로 부활을 노리고 있다. 박주영은 그간 부진했던 이미지를 털고 5월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선발되는 게 목표다. 카가와는 평가전 부활을 통해 모예스 맨유 감독의 신임을 다시 얻으려 하고 있다. 이미 맨유에서 전력 외로 분류된 그는 평가전 활약을 통해 팀 내 출장시간을 조금씩 확보해 나가겠다는 각오다.

두 선수가 이번 평가전에 만전을 기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