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인간 엄홍식의 삶…유아인 '나혼산' 선택이 탁월한 이유 [스타in 포커스]

by김보영 기자
2020.06.20 15:02:58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무엇보다 제 스스로가 편해지고 싶었고, 대중 역시 저란 사람을 좀 더 편하게 느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유아인이 최근 영화 ‘#살아있다’로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나 혼자 산다’ 출연 계기를 묻자 언급한 대목이다.

(사진=‘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결과적으로 유아인의 판단이 옳았다. 최근 영화 ‘#살아있다’로 대중과의 소통에 나선 유아인이 데뷔 17년 만에 처음으로 스크린 뿐 아니라 예능을 통해서도 대중에게 다가섰다. ‘인간’ 유아인을 보여주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나 혼자 산다’를 선택한 것은 유아인 본인에게도, ‘나 혼자 산다’ 제작진에도 화제성과 시청률을 모두 챙긴 ‘윈-윈’(Win-Win)이 됐다.

20일 현재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유아인’, ‘유아인 집’, ‘유아인 수상소감’, ‘유아인 차’ 등 유아인이 언급된 키워드들이 반 나절 넘게 최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는 어제(19일) 밤 방송된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유아인이 게스트로 출연했기 때문이다. 유아인의 ‘나 혼자 산다’ 출연은 지난 주 방송 말미 공개된 짧은 예고 영상만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그의 출연이 오롯이 그의 바람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의외로 다가왔다. 그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개인적으로 심심하기도 했고 저 스스로가 배우라며 가지고 있던 너무 많은 기준들과 원칙들을 무너뜨리고 싶은 느낌이 있었다”며 자신이 먼저 ‘나 혼자 산다’ 출연을 제작진 측에 제안했음을 털어놨다.

그리고 그는 이날 방송을 통해 자신의 취향과 개성이 담긴 으리으리한 3층 집을 최초로 공개했다. 17년차 각종 수상을 휩씬 충무로 스타의 위상에 걸맞게 집과 차는 화려했지만, 그 속을 살아가는 유아인의 일상은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허당미(美)’로 친근한 ‘옆집 청년’을 방불케 했다.

유아인의 집은 깔끔한 화이트톤 인테리어에 대리석 바닥, 모던한 주방, 와인룸은 물론 미니 텃밭, 정원까지 그야말로 꿈에 그린 공간이었다. 특히 곳곳에 장식된 수많은 그림과 조각상을 통해서는 유아인의 개성과 예술 감각을 엿볼 수 있었다.

3층 침실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던 유아인은 2층으로 내려가더니, 2층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마무리하는 차원이 다른 일상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런가 하면 덜렁거리는 성격으로 휴대폰을 찾기 위해 2층과 3층을 오가는 등 의외의 허당미로 웃음을 유발했다. 유아인은 자신의 VCR 영상을 보면서 “여기 FLEX하기 좋구나?”, “집이 허세 덩어리다. 반성하려고 나왔다” 등 거침없는 없는 입담으로 솔직한 매력을 드러냈다.

(사진=‘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우리가 좀처럼 만나볼 수 없었던 인간 엄홍식의 삶과 가치관, 속사정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유아인의 화려한 집은 대구에서 홀몸으로 서울에 상경해 배우의 꿈을 키워나가며 그린 삶의 원동력이자 세속적 소망이 응축된 공간이었다. 영화 ‘#살아있다’로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가 했던 말처럼 상경하며 꿈꿔 온 세속적 욕망은 거의 다 이뤘음을 입증하는 꿈의 공간이었지만, 그 안을 살아가는 인간 엄홍식의 속내는 달랐다.



거침없는 연기로 강렬한 캐릭터를 구현해내고, SNS 등 보여지는 공간에서도 배우이자 인간으로서 자신의 가치관과 소신을 표출하던 그였지만, 그 넓은 집 안에 자신의 사진, 배우 인생을 입증하는 수많은 트로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시상식 수상 소감 논란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던 기억과 당시의 심경도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시상식 무대에 올라선 제 모습을 많이 아실 텐데 불안, 초조, 약간 예민함 이런 것들에 대한 멘탈을 (운동으로) 도움받고 있다”고 고백했다.

무지개 회원들은 의아해 하며 “평소 유아인씨 이미지 같으면 저런 데서 긴장을 하나도 안할 것 같다. 달변가 같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유아인은 “워낙 제 나이에 오를 무대가 아니고, 제가 받을 상이 아닌 그런 걸 어릴 때 하다 보니까…”라며 “시상식에 선배님들이 계시고 시청자들 눈치도 보이고 이것 때문에 혼날 것 같더라. 주인공 같지 않은 그런 느낌도 있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평소 긴장을 많이 하는 성격이냐”라는 물음에 유아인은 “저는 아닌 줄 알았는데 그렇더라. 그냥 말할 때 제 속이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까 아니었다”고 말했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과 다르지 않게 그의 삶에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알 수 없는 초조함, 긴장이란 감정이 자리잡아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근육을 이완시키는 운동으로 스스로를 관리하며 극복해나가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사진=‘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그가 보여준 일상은 누린 부와 명성에 상관 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삶의 과도기, 그에 비롯되는 개인의 고민과 불안을 진솔히 보여줌으로써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인간 엄홍식으로 진솔히 다가서고 싶던 유아인의 소망과 진심이 대중에게도 통한 셈이다.

유아인 역시 결과적으로 ‘나 혼자 산다’ 촬영이 그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던 값진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나 혼자 사는 삶을 어디까지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결과적으론 출연 전 느낀 이런 고민들도 다 털어놓는 시간이 됐다. 뭔가를 추구하며 살아오던 나의 삶, 목표, 내가 갖는 고민들, 앞으로 내가 가진 숙제들을 시원히 털어놓는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를 방송에 내보낸 ‘나 혼자 산다’도 유아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20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 시청률은 수도권 가구 기준 1부 12.3%, 14.3%를 기록, 지난주 시청률에서 소폭 상승했다. 특히 유아인 혼라이프가 공개된 2부 시청률만 2%가량 상승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화제성 역시 완벽히 접수했다. 방송 당시는 물론 방송이 끝난 현재까지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유아인 나이, 집, 차부터 털 없는 고양이, 자리끼, 그의 반려묘 이름인 도비까지 올랐다.

시너지를 낳는 이 조합은 계속될 예정이다. 방송 말미 공개된 예고 영상에서는 요리를 하면서도 먼 산을 바라보고, 음식을 먹다가도 먼 산을 바라보는 유아인의 4차원 일상과 더 깊어진 내면의 이야기를 다룰 것을 시사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유아인의 어떤 일상이 그려질지 벌써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