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트 득점률 75%, 미라클 두산의 또 다른 힘

by박은별 기자
2014.05.30 21:56:27

사진=뉴시스
[잠실=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번트 득점률 75%. 미라클 두산의 또 다른 힘이었다.

두산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에서 6-1로 이겼다. 롯데와 상대전적 3승4패를 기록했고 3위 두산은 1위 삼성과 승차를 3.5게임까지 좁혔다. 3연승도 이어갔다.

팀 타율 3할1푼3리로 1위에 올라있던 두산. 그들에겐 무시무시한 화력만 있는 건 아니었다. 성공률 높은 번트 작전까지 더해지며 점수를 쌓아갔다. 또 한 번 결정적인 상황에서 결정적인 번트가 나왔다.

상황은 이랬다. 두산이 롯데 선발 장원준을 상대로 2회 2사 후 이원석과 정수빈의 적시타가 터져나오며 2-0으로 앞서갔다. 하지만 4회 히메네스에게 비거리 140m짜리 초대형 솔로포를 얻어맞고 1점차로 쫓겼다. 승부를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두산으로선 추가점이 절실히 필요했다. 3,4회 주자를 내보내고도 홈까지 불러들이지 못했던 두산. 5회 기다리고 기다리던 추가점이 나왔다.

선두타자 정수빈이 볼넷을 얻어냈다. 다음 타자는 민병헌. 민병헌은 차분히 번트를 댔고 주자를 2루까지 보내는데 성공했다. 오재원이 땅볼로 물러나긴 했지만 정수빈은 3루까지 안착.그리고 김현수의 방망이에서 적시타가 터졌다. 1,2번째 타석에서 장원준의 슬라이더에 당했던 김현수가 이번엔 슬라이더가 높게 제구된 걸 놓치지 않고 적시타로 연결시켰다.

이후 두산은 칸투의 볼넷, 홍성흔의 적시타로 1점을 더 추가했다. 스코어 4-1. 팽팽했던 승부가 한 쪽으로 기운 순간이었다. 선발 니퍼트에게도 큰 힘이 된 점수였음은 당연했다. 경기는 그대로 두산의 6-1 승리.

번트가 성공한 이후 나온 김현수의 도망가는 적시타가 결정적 승인이었다. 여기서 주목해 볼 건 두산의 번트 득점률이다.

두산은 희생타 31개를 기록, SK(36개)에 이어 리그 2위에 올라있다. 번트를 자주 대는 팀 중 하나다. 번트 이후 적시타가 나오지 않는다면 쓸데없는 아웃카운트만 늘리는 셈이 되지만 두산은 연일 영양가 높은 번트를 성공시키고 있는 중이다.



5월 들어선 번트 후 득점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다. 12번 번트를 대서 9번이나 득점으로 연결됐다. 번트 이후 득점 성공률은 75%. 그중 번트 성공으로 인한 다득점 경기는 5번이나 된다.<표 참조>

자료제공=베이스볼S
사실 민병헌이 번트를 댄 것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민병헌은 타율 3할8푼3리로 팀내 2위, 리그 3위에 올라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좌투수 상대로는 타율이 무려 5할4푼으로 리그 1위에 올라있다. 좌완 장원준을 상대로 가장 칠 확률이 높은 선수이기도 했다.

그러나 민병헌은 이전 두 타석에서 장원준을 상대로 좋은 타구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민병헌이 번트 작전을 선택한 이유였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가장 잘 치는 타자에게 번트를 지시했다는 건 감독이 꼭 점수를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송일수 두산 감독은 승부처라 본 것이다.

벤치와 선수가 하나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두산의 높은 번트 득점률은 의미를 둘 법하다. 작전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그만큼 벤치와 선수가 한 마음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만약 선수들 자체가 작전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후속 타자들의 집중력도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 선수들과 벤치는 찰떡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그 번트 하나로 장원준까지 무너트렸다는 점에서 번트 성공이 주는 의미는 크다. 장원준은 홍성흔에게 맞은 적시타 이후 마운드에서 내려와야했다. 장원준이 시즌 10경기를 치르면서 5회도 치르지 못한 채 내려온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좌완 토종 에이스라 불리는 장원준도 두산 타자들을 만나선 결국 무너진 셈이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두산의 전력분석팀은 “오늘은 상대 에이스가 나오는 날이다. 오늘까지 잘 쳐야 진짜 우리 타자들이 잘 치는 것이다”고 했다.

두산은 장원준을 조기강판시키며 ‘잘 치는 팀’임을 증명해보였다. 뻥뻥 쳐서 점수만 낸 것이 아니라 그 속엔 작전 플레이도 함께 곁들여졌다는 점에서 두산의 이날 승리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