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롤린스 영입이 '신의 한수'가 될 5가지 비화

by정재호 기자
2014.12.11 16:27:53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류현진(27·LA다저스)의 소속팀인 LA 다저스가 숨 가쁘게 움직인 하루였다.

1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에서 있은 ‘제113회 윈터미팅’ 셋째 날 앤드루 프리드먼(37) 운영사장과 파한 자이디(37) 단장이 마침내 감춰둔 수완을 한껏 발휘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올스타 유격수’ 지미 롤린스(36·필리스)를 데려와 보스턴 레드삭스로 떠난 핸리 라미레스(31·레드삭스)의 공백을 메웠고 2루수 디 고든(26·다저스)과 4선발투수로 내정돼 있던 베테랑 우완투수 대니 해런(34·다저스)을 현금(해런 연봉보전)과 함께 마이애미 말린스로 팔아치웠다.

둘의 대가로 다저스가 획득한 선수는 ‘좌완 선발 유망주 앤드루 헤이니(23·말린스), 2루수 엔리케 키케 에르난데스(23·말린스), 포수 유망주 오스틴 반스(24·말린스), 우완 구원투수 크리스 해처(29·말린스)’ 등 4명이다.

고든의 빠른 발이 아깝기는 하나 값싼 젊은 선수를 대거 수혈했다는 점에서 영구적인 ‘컨텐더(우승후보)’를 꿈꾸는 스텐 카스텐(62) 회장 이하 프리드먼의 성향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왼쪽 타석에 선 지미 롤린스가 방망이를 힘껏 휘두르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장래가 촉망되는 헤이니는 당장 풀타임 5선발을 맡고 OPS(출루율+장타율)가 뛰어난 반스는 ‘머니볼 신봉자’ 자이디의 눈에 미래 주전포수가 될 재목감이었으며 내야 전 포지션과 외야까지 두루 수비가 가능한 에르난데스는 ‘유틸리티 특급시대’를 활짝 연 ‘제2의 조시 해리슨(27·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을 꿈꾸지 말란 법이 없다.

해처 역시 2014시즌 9이닝당 탈삼진이 9.6개에 달할 만큼 의외의 실력자여서 무너진 다저스 불펜진에 ‘저비용고효율’의 모범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하나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브랜든 맥카티(31·양키스)를 데려온 것이다. ‘201cm 꺽다리’ 우완 선발투수인 맥카티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보낸 전반기 동안 ‘18경기 평균자책점(ERA) 5.01’ 등으로 부진했으나 양키스로 옮기고 난 뒤 ‘14경기 7승5패 2.89’ 등으로 사람이 달라졌다.

4년 계약기간(액수 미공개 상태)이 약간 마음에 걸리기는 하나 강력한 싱커를 자랑하는 ‘땅볼 투수’ 맥카티를 4선발로 데려온 건 비교적 잘한 일로 보인다.

이날로 다저스는 내년 선발 로테이션을 ‘클레이튼 커쇼(26·다저스)-잭 그레인키(31·다저스)-류현진-맥카티-헤이니’ 등으로 완성 지었다는 데 만족한다.

아울러 하루 만에 유격수 고민도 말끔히 해결해 윈터미팅의 새로운 승자로 꼽힐 만했다.

경험 많은 스위치히터 롤린스의 영입은 프리드먼의 ‘신의 한수’가 될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어 흥미롭다. 나이가 많고 나이를 먹으면서 기록이 떨어지고 있는 게 흠이지만 롤린스는 크게 4가지 측면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유격수로 통한다.

첫째 2014시즌 ‘팬그래프’에서 내놓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에서 유격수 랭킹 4위에 올랐을 만큼 아직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

그를 앞선 유격수는 ‘조니 페랄타(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이언 데스먼드(29·워싱턴 내셔널스), 에릭 아이바르(30·LA에인절스)‘밖에 없었을 정도로 11월 말 만 36세를 찍은 선수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2014시즌 138경기 타율 0.243 17홈런 55타점 78득점 28도루 OPS 0.717 등)을 보였다.

통산 4번의 골드글러브(GG) 수상에서 보듯 수비는 뛰어나다. 2012년이 마지막 황금장갑의 해였을 만큼 녹슨 기미가 없다. 필드 밖에서는 월드시리즈(WS) 우승 경험이 있는 ‘클럽하우스의 리더형’ 베테랑으로 ‘팀 퍼스트’ 플레이를 할 줄 알고 야시엘 푸이그(24·다저스) 같은 야생마를 길들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두 번째는 계약사항이다. 2012시즌을 앞두고 FA로 소속팀과 3년 3300만달러(2015년 옵션)짜리 재계약을 체결한 롤린스는 내년 1100만달러(약 120억원)를 받고 계약이 만료된다.

요즘 시세로 그다지 비싸지 않은 몸값이어서 1년 단기 주전용으로 활용하기에 가장 적당하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올겨울 FA시장에서 유격수 부문은 기근이나 다름없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었다. 유격수로 시장에 나오는 그나마 쓸 만한 선수는 의문부호가 뒤따른다는 한국인 강정호(27·넥센 히어로즈)를 비롯해 ‘아스드루발 카브레라(29·내셔널스), 제드 라우리(30·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스티븐 드루(31·뉴욕 양키스)’ 등으로 예년에 비해 빈약한 편이다.

강정호를 뺀 위의 세 선수에 심지어 레드삭스에서 좌익수로 전향하게 될 핸리 라미레스까지 롤린스보다 못한 시즌 WAR 수치를 나타냈다.

끝으로 롤린스의 개인적인 취향이 맞물려 있다. 현역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롤린스는 자신의 마지막을 불태울 곳으로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를 선호한다고 줄곧 말해왔다. 그가 다저스 행에는 트레이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까닭이다.

동기부여가 확실해진 만큼 부상같은 돌발변수만 발생하지 않는 한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는 롤린스의 활약상이 앞으로 기대된다.

멀리 보면 또 하나가 더 있다. 다저스가 핸리 라미레스를 붙잡지 않은 데는 수비도 수비지만 코앞으로 다가온 특급유망주 코리 시거(20·다저스)와 세대교체 시점을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시거는 유망주들의 총집합체인 지난 ‘애리조나 폴리그(가을리그)’를 현장에서 지켜본 뭇 스카우트들로부터 찬사를 전해 들으며 메이저리그 진입이 멀지 않았음을 무력 시위했다.

뉴욕 일간지 ‘뉴욕 포스트’의 야구 전문기자인 조엘 셔먼은 “애리조나 폴리그에 가 있는 스카우트나 현장 관계자 누구와 얘기를 나누더라도 시거의 이름은 필연적으로 나오고 있다”며 “이제 약관 20살인 그가 대부분 자기보다 나이 많은 명망 있는 선배들을 상대로 경기의 최고선수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스카우트는 대화 도중 이 호리호리한 좌타자를 향해 ‘인상적이다(impressive)’는 단어를 적어도 3번 이상이나 연발했다”고 덧붙였다.

준비된 시거의 중간다리 역할로 롤린스를 데려와 1년 정도 바짝 쓰는 그림이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시거가 당장 내년에 승격된다면 산전수전 다 겪은 멘토로 롤린스는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