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위의 반란"..'펭귄' 이형준, 매치플레이서 통산 2승 달성

by김인오 기자
2015.10.04 17:28:46

이형준이 4일 열린 먼싱웨어 매치플레이 4강전 7번홀에서 세컨 샷을 하고 있다.(사진=KPGA)
[용인=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남자골프 유일의 매치플레이 경기는 상금 랭킹 96위의 반란으로 막을 내렸다. 주인공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3년 차 이형준(23). 자신의 생애 두 번째 우승을 일대일 ‘맞짱 승부’에서 일궈냈다.

이형준은 4일 경기도 용인의 88컨트리클럽에서 열린KPGA 코리안투어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총상금 8억원) 마지막 날 ‘베테랑’ 주흥철(34·볼빅)과의 결승전에서 18번홀을 남기고 2홀을 앞서 마지막 홀을 치르지 않고 우승을 확정했다.

통산 2승째를 매치플레이에서 신고했다. 2012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이형준은 지난해 헤럴드 KYJ 투어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신고한 후 약 11개월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형준은 올해 8개 대회에 출전, 단 한 차례도 톱10에 오르지 못했다. 이 대회 전까지 쌓은 상금은 1431만 1690원, 순위는 96위에 불과했다. 반면 주흥철은 톱10에 3차례나 오르며 상금 1억원을 넘겨 11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를 알 수 없는 매치플레이의 묘미답게 상금 랭킹 96위가 상금 랭킹 11위를 꺾는 대이변이 일어났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 2억원을 획득한 이형준은 상금 랭킹 7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형준의 별명은 ‘펭귄’이다. 통통한 볼살 때문에 붙여졌다. 대회 주최사인 먼싱웨어의 브랜드 마크 역시 펭귄. 우승자와 주최사 모두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만들게 됐다.

전반은 경험이 많은 주흥철에게 끌려갔다. 시작부터 드라이버 샷이 흔들리면서 쉽게 홀을 내줬다. 1번홀과 2번홀에서 연속 아웃오브바운드(OB) 실수를 범한 이형준은 전반을 마칠 때까지 2홀 차를 좁히지 못했다.



후반에는 반전이 일어났다. 10번홀(파4) 버디로 1홀 차로 따라붙은 이형준은 13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홀 1.5m에 붙여 버디를 잡으면서 동점을 만들었다.

역전은 15번홀(파4)에서 만들어졌다. 티샷을 그린 앞 벙커에 빠뜨리며 위기를 맞은 이형준은 왼발을 벙커 턱에 올려놓고 쳐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그린에 볼을 올렸다. 이어진 5m 버디 퍼트. 주흥철이 파로 마쳐 들어가면 역전이 되는 상황이었다. 이형준의 퍼터를 떠난 볼은 거짓말처럼 홀로 떨어졌고, 우승을 확신한 듯 힘찬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우승컵의 향방은 17번홀(파5)에서 결정됐다. 이형준은 2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쳐 마지막 홀로 이어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주흥철이 짧은 파 퍼트를 놓쳐 보기를 적어내면서 우승컵은 이형준에서 돌아갔다.

2013년 3위, 지난해 공동 5위로 매치플레이에서 강점을 보여줬던 주흥철은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또 한 번 좌절하고 말았다.

3-4위전에서는 이성호(28)가 2홀 차로 이동민(30·바이네르)을 누르고 3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