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빤' SBS 선거방송 주시평 PD "6개월 고민의 산물이죠"

by이정현 기자
2016.04.14 16:10:14

파격적인 구성으로 호평..정치 문턱 낮추는데 초점

주시평 SBS PD
[이데일리 스타in 이정현 기자] “선거방송은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을 깨 보고 싶었다.”

시청률은 아쉬웠지만 기발함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SBS의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방송을 진두지휘한 주시평 SBS PD는 “정치에 무관심한 이들의 흥미를 자극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았다”고 자평했다. 재밌는 선거방송에 방점을 찍고 알맹이를 채워나간 것이 주효했다.

SBS는 영화 ‘스타워즈’와 ‘반지의 제왕’ 등을 패러디해 선거 방송에 활용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결을 별들의 전쟁에 비유하거나 절대반지를 찾아 나선 원정대에 현역 국회의원의 얼굴을 합성해 흥미를 돋웠다. ‘어벤져스’의 슈퍼히어로도 등장했다. 또 총선 정국을 삼국지에 비유해 사극 드라마 형식으로 구성하는 등 아이디어가 톡톡 튀었다.

주 PD는 SBS 교양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 출신으로 지난 2012년 제19대 총선 때부터 SBS 개표방송을 연출했다. 18대 대선을 거쳐 이번 총선을 끝으로 파견직이 종료된다. 그는 “정치는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라며 “정치 전문가가 나와 어렵게 풀어내는 방식보다 좀 더 흥미로운 방송은 무엇일까 6개월여 동안 고민했다”고 밝혔다. ‘약 빨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파격적인 방송 구성은 오랜 고민의 산물이다.



“선거 방송이 시작된 지 30년이 지났는데 바뀔 때가 됐다. 정치는 어려운 것이지만 반대로 우리 생활에 아주 밀접한 것이다. 새로운 방송 구성을 통해 그간의 정치사를 알기 쉽게 보여주고 판세를 짚어준다면 유권자가 후보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흥미 유발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주시평 PD를 비롯한 SBS 제작진은 인구학적, 경제학적인 분석을 통해 판세를 읽었다. 초접전 지역구에는 동별로 표심 향방을 담았고 시시각각 변하는 개표 현황을 발 빠르게 전달했다. 또 카카오톡과 손잡고 전원책 변호사, 정봉주 전 국회의원 등을 초빙해 선거 판세를 상세하게 분석하는 모바일 방송을 기획해 호평받았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SBS는 KBS와 MBC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파격적인 방송 구성이 호평받은 것에 비하면 성적이 아쉽다. 주 PD는 “선거방송인데 너무 가벼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SBS 개표 방송 전체를 지켜본 시청자라면 생각이 달랐을 것이다”라며 “흥미를 끄는 부분은 방송 초반에 배치해 관심을 끌어 올리고 후반에는 보도국 기자들의 리포트를 기반으로 판세 분석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에 있을 제20대 대선에는 개표 방송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변화를 추구하는 SBS의 노선은 이어질 것이다. 이번에 처음 시도된 모바일 방송의 경우 노출빈도가 적어 아쉬웠는데 다음 선거 개표방송 때 개선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