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맨체스터 테러 희생자에게 바친 우승트로피

by이석무 기자
2017.05.25 11:26:4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유로파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뒤 테러 희생자를 위로하기 위한 플랭카드를 들고 있다. 사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SN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고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폭탄 테러로 상처 입은 홈팬들을 우승 트로피로 위로했다.

주제 모리뉴 감독이 이끄는 맨유는 25일(한국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프렌즈 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폴 포그바의 선제골과 헨리크 미키타리안의 쐐기골에 힘입어 아약스(네덜란드)를 2-0으로 이기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의미가 남다른 우승이었다. 맨유의 연고지인 영국 ’제2의 도시’ 맨체스터는 최근 끔찍한 비극을 겪었다. 지난 22일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이 열리던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자살 폭탄으로 추정된 테러가 발생했다. 22명이 목숨을 잃고 64명이 부상을 입었다. 아이돌 스타를 보기 위해 찾은 어린이와 10대 청소년이 희생자 대부분이었다.

영국 당국은 사고 직후 대테러 경계수위를 최고조에 올렸다. 특히 맨체스터 도시가 입은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몰리는 각종 공개 이벤트는 줄줄이 취소됐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면서 집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맨유 선수들은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잠시 펄쩍 뛰면서 좋아했지만 이내 감정을 자제했다. 과도한 세리머니 대신 차분하게 우승의 순간을 만끽했다. 무리뉴 감독을 헹가레 치지도 않았다. 대신 공식 홈페이지와 SNS 등을 통해 ‘맨체스터를 위하여(For Manchester)’란 문구와 함께 추모 피켓을 든 사진을 올려 시민들을 위로했다.

무리뉴 감독은 우승 확정 후 “어제는 정말 기자회견을 하고 싶지 않았다. 경기 준비에 집중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우리의 일보다 훨씬 중요한 일(맨체스터 테러)이 일어났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꼭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우리의 우승으로 맨체스터 시민들이 기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맨유의 레전드인 데이비드 베컴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정말 힘든 시기에 찾아온 작은 기쁨”이라며 “오늘은 스포츠 이상의 중요한 날이다. 구단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밤이지만 맨체스터 도시, 더 나아가 영국 전체에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고 밝혔다.

이날 결승전 M.O.M(Man Of the Match)로 선정된 미드필더 안데르 에레라도 “사고가 일어난 뒤 큰 충격을 받았다. 이번 유로파리그 우승을 희생자들에게 바친다”고 위로를 건넸다. 맨체스터 구단은 “우승 퍼레이드를 펼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맨유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맨유는 그동안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선 3차례(1967~68, 1998~99, 2007~08)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유로파리그에선 정상에 서지 못했다. 이번 우승으로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 리그, 슈퍼컵 등 모든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 우승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맨유능 프리미어리그에선 부상자들이 속출하면서 6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천신만고 끝에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본선에도 진출하게 됐다.

리그에서의 부진으로 ’세계 최고의 감독‘이라는 수식어에 상처를 입을 뻔 했던 무리뉴 감독은 유로파리그 우승을 통해 자존심을 회복했다.

무리뉴 감독은 “이번 시즌은 감독을 맡은 이후 가장 힘든 시즌이었다”라면서도 “그래도 매우 훌륭한 시즌을 보냈다. 우리는 처음부터 이 순간을 염두에 뒀고,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