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로 지명된 '복덩이' 리쉘, 챔프전 MVP로 대반전

by이석무 기자
2017.03.30 22:49:22

30일 막을 내린 NH농협 2016-2017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승1패로 챔피언 자리에 오른 IBK기업은행 선수들이 MVP로 선정된 리쉘을 헹가래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성=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IBK기업은행의 여자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우승의 중심에는 외국인선수 매디슨 리쉘(24)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리쉘은 30일 기업은행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프로배구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쳐 일등공신이 됐다. 챔프전 4경기에서 무려 139점을 퍼붓는 괴력을 뽐냈다. 우승을 확정짓는 4차전에서도 혼자 36점을 책임졌다.

리쉘은 챔프전 MVP를 수상하며 활약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기자단 투표에서 29표 가운데 21표를 얻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리쉘이 아니었다면 기업은행의 우승은 당연히 없었다. 챔프전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흥국생명의 타비 러브와 비교하면 리쉘의 존재감은 더욱 빛났다.

사실 리쉘에게도 고비가 있었다. 1차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 이정철 감독에게 질타를 받았다. 28득점으로 팀내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지만 공격성공률은 38.36%에 그쳤다.

하지만 2차전부터 리쉘은 제 컨디션을 되찾았다. 2차전에서 33득점에 공격 성공률 52.54%로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3차전에선 42득점으로 이번 시리즈 한 경기 최다득점을 달성했고 그 활약은 4차전까지 이어졌다.

리쉘이 극적으로 살아난데 대해 이정철 감독은 “리쉘이 1차전을 마치고 어깨가 잘 안돌아간다고 했다. 워밍업이 제대로 안된 것 같았다. 몸을 일찍 풀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운동을 하기 전에 어깨 마사지로 이완시켜놓도록 준비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오늘도 토스가 좋지 않아 정상적인 스윙이 이뤄지지 않았다. 원하는 코스로 때리지 못했는데 그래도 마지막에 차고 나가준 덕분에 4세트에서 마무리했다. 아직 나이가 어린 만큼 경험을 더 쌓는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칭찬했다.

IBK기업은행 입장에선 리쉘이 복덩이나 다름없다. 기업은행은 이번 시즌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맨 마지막인 6번째 지명권을 얻었다. 가장 마지막에 리쉘을 뽑았는데 막상 확인해보니 기대 이상이었던 것이다.

리쉘은 큰 이변이 없는 한 다음 시즌에도 기업은행의 유니폼을 입을 전망이다. 리쉘 본인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일단 집에 돌아가 쉬면서 생각하겠다”고 말을 아꼈지만 이미 에이전트를 통해 한국에서 계속 뛰고 싶다는 의사 표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철 감독도 “지난 시즌 아제르바이잔에서 지금 받는 돈의 반 밖에 못받았다고 하더라. 한국은 생활하는데 돈이 안든다. 외국인선수에게 쏟는 정이라는 것도 있다. 8개월 있으면서 본인이 잘 판단했을 것이다”며 “다음 시즌 국내선수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일단 다 잡겠다”고 말했다.

리쉘은 “많은 장애물을 견뎌내고 우승해 너무나 기쁘고 잘싸운 것 같다”며 “MVP는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수상 결과를 듣고 너무나 놀랐다. 상을 받게 돼 기쁘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