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일치 MVP' 이재영 "상금? 동료들과 똑같이 나누면 어떨까"

by이석무 기자
2019.03.27 22:56:19

27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에서 한국도로공사를 꺾고 통합우승을 차지한 흥국생명 이재영이 MVP 트로피를 받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천=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핑크 폭격기’ 이재영(흥국생명)이 소속팀 흥국생명을 정상에 올리며 한국 여자프로배구 최고의 스타로 우뚝 섰다.

이재영은 27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8~19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29점을 책임지며 흥국생명의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견인했다.

이재영은 이번 챔피언결정전 4경기에서 합계 106득점을 올리는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경기당 평균 26점씩 책임졌다. 특히 최대 승부처였던 3차전에서 원맨쇼를 펼쳤다. 혼자 34득점을 올리며 도로공사의 추격을 뿌리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재영은 이번 챔프전 기자단 투표 결과 총 투표 29표를 모두 휩쓸어 만장일치로 MVP에 올랐다.

시상식을 모두 마치고 인터뷰실로 들어온 이재영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 코트 위에선 누구보다 투지 넘치는 모습을 보이지만 경기가 끝난 뒤에는 영락없는 20대 초반의 발랄함이 넘쳤다.



이재영은 “힘들지만 재밌었던 챔피언 결정전이었다. 작년에 꼴찌를 하며 느낀 점이 많았다. 감독님에게도 많이 혼났다. 내가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감독님이 ‘잘해도 더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해줬다. 덕분에 자만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재영은 엄마와 같은 존재인 박미희 감독에 대한 남다른 고마움을 전했다. “감독님은 혼내야 할 때 혼내고 격려할 때는 격려해주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만장일치로 MVP가 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은 이재영은 “나만 잘한 게 아니라 다 잘했는데 나만 받아서 미안하다”며 “MVP 상금을 동료와 똑같이 나눠보고 싶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재영은 우승의 순간에도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는 “지금은 옆에서 받쳐주는 선수가 많다. 작년 아픔이 밑거름이 되기도 했지만 올해는 부담 없이 마음 놓고 즐기면서 했던 것 같다”고 말한 뒤 옆에 있던 리베로 김해란을 지긋이 바라보기도 했다.

긴 시즌을 끝냈지만 이재영은 쉴 틈이 없다. 당장 해외에서 열리는 이벤트 경기에 참가해야 하고 국가대표 일정도 기다리고 있다. 이재영은 “한 3일 정도는 쉴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호텔 침대가 많이 불편했다. 집에 있는 내 침대에서 아무 생각 없이 푹 쉬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