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의 '스승의 날' 역투와 9년 전 특훈

by박은별 기자
2014.05.15 21:53:15

사진=박은별 기자
[잠실=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15일 롯데와 LG의 경기가 열리는 잠실구장. 양상문 LG 감독이 훈련을 마치고 라커룸으로 들어오던 중이었다.

마침 3루 쪽에서 훈련을 준비하고 있던 롯데 선발 장원준과 마주했다. 장원준은 양 감독에 꾸벅 인사를 했다. 장원준을 발견한 양 감독.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 원준아, 너 몇 승 했니? : 4승 했습니다.

: 그럼 천천히 해도 되겠네. : 안됩니다. 이미 2승을 하셨잖습니까. 저희 지금 연패 중입니다. 올해 끝나면 FA도 되고….

: 넌 그래도 어디든 갈 수 있지 않냐. 오늘 스승의 날인거 알고 있지?(웃음) : 네. 스승에게 잘 배웠다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웃음)

스승과 제자의 짖궂은 장난과 다정한 대화는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양 감독과 장원준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양 감독이 2004~2004년 롯데 감독을 지냈던 시절, 당시 신인으로 입단한 선수가 장원준이었다. 그를 1군에서 적극 기용하며 키운 것이 양 감독. 장원준은 그 이후 2011년까지 75승을 따내며 쭉쭉 성장했다. 장원준과 입단동기인 강민호 역시 당시 양 감독의 든든한 지지 속에 지금의 국가대표 포수로 컸다.

결과적으로 이날 장원준은 장담한대로 “스승에게 잘 배웠다”는 걸 제대로 증명해 보였다. 7회까지 홈런 1개 포함 7피안타 무사사구 1실점, 호투하며 팀의 4연패를 끊어줬다. 9-4 롯데의 승리. 반대로 양 감독엔 부임 첫 패를 안겼다.



장원준은 1회 삼자범퇴로 막은 뒤 2회부터 4회까지 선두타자를 내보냈지만 차분하게 대응했다. 강민호의 도루저지와 병살타를 유도하며 2,3회 위기를 넘겨냈다. 4회 무사 1루서도 세 타자를 범타로 잡고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7-0으로 앞서던 6회가 첫 실점. 2사 후 박용택에게 초구 슬라이더에 솔로홈런을 뺏긴 것이 유일하게 내준 점수였다.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그가 이날 던졌던 공 모두 LG 타자들이 제대로 공략하기 힘들 정도로 제구가 예리하고 안정적이었다. 직구와 변화구의 적절한 배합도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기 좋았다.

장원준은 시즌 5승째를 따내며 다승 공동 1위로 올라섰다. 4경기 연속 흠잡을데 없는 피칭으로 퀄리티스타트도 이어갔다. 한국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임도 스스로 증명해보였다.

문득 양 감독과 장원준의 9년전 일화가 떠올랐다. 2005년 7월25일, 장원준의 노히트노런이 깨진 날이었다.

당시 2년차던 장원준은 KIA를 상대로 9회 1아웃까지 노히트노런 행진 중이었다. 그러나 아웃카운트 2개를 남겨두고 기록이 깨졌다. 이종범(현 한화 코치_에게 내야안타를 뺏긴 것. 1루수 라이온이 몸을 날려 타구를 막은 뒤 1루로 전력질주하는 장원준에게 송구했지만 이종범의 발이 먼저 1루 베이스를 밟으면서 노히트노런은 무산됐다.

장원준 1루 베이스 커버가 늦은 것이 안타의 이유가 됐다고 판단한 양 감독은 그 다음날 직접 펑고 배트 들고 장원준을 고되게 훈련시켰다. “그 수비 하나가 너의 장래를 좌우할 것이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장원준은 이날 5회에도 1루수 방면 땅볼 타구가 나오자 1루로 전력질주했다. 완벽한 베이스커버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스승에게 배운 그대로였다. 그런 제자 장원준을 지켜보는 양 감독도 첫 패배가 그리 속상하진 않을듯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