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서 살아난 골프 선수, 코로나19 백신 개발회사 인턴으로

by주영로 기자
2020.06.22 14:19:06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 홈페이지 실린 레오니 함. (사진=LET 홈페이지 화면캡쳐)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7년 전 교통사고로 크게 다쳤던 독일 골프선수 레오니 함(23)이 코로나19 백신 개발팀에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는 22일(한국시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함(23)이 독일 튀빙겐에 있는 바이오 의약품 기업 큐어백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이라고 밝혔다. 함은 올해 신인 자격으로 투어에 뛸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이 중단된 뒤 큐어백으로부터 인턴십 제안을 받았다.

프로골퍼의 꿈을 키워온 함은 미국 휴스턴대에서 생화학과 생명물리학을 전공했다.

그는 LET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맡은 역할이 아주 중요한 관리직은 아니지만 내 시간과 에너지를 인류에 도움이 되는 곳에 쓴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함이 생명공학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2013년 교통사고를 당한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다. 그는 2013년 5월 새벽에 조깅하다가 시속 70㎞로 달리던 차에 치였다.



큰 사고를 당한 함은 생존할 가능성이 1% 정도라는 진단을 받았다가 7주 만에 정상을 되찾는 기적 같은 경험을 했다. 기적처럼 살아났지만, 1년 뒤인 2014년엔 어머니가 유방암 진단을 받고 결국 2016년에 세상을 떠났다.

함은 “이런 것들이 내가 생명공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라며 “골프 선수로 은퇴하면 암 연구로 남은 인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과 2018년 독일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제패했고 2018년에는 브리티시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했다. 아마추어 시절 세계랭킹 4위까지 올랐던 유망주다.

함은 “내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어머니도 돌아가셨지만 그런 일들로 나 자신이 평가받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내 인생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보다는 내 인생에서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를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인턴으로 근무 중인 함은 투어가 재개되면 프로골퍼로 활동할 예정이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도 도전할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