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리그, 중국 물량공세에 무너지는 亞정상 자존심
by이석무 기자
2015.02.26 16:12:20
| 최용수 FC서울 감독(왼쪽)이 경기를 마친 뒤 파비오 칸나바로 광저우 헝다 감독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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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은 동아시아 축구의 달라진 판도를 잘 보여준 결과였다. 아시아 클럽축구의 강자였던 한국과 일본이 고개를 숙인 반면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은 고공행진을 펼쳤다.
한국 K리그는 4개 팀이 출전했지만 1승1무2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K리그 준우승팀인 수원 삼성만 우라와 레즈에게 2-1 역전승을 거뒀을 뿐이다. 전북 현대는 가시마 앤틀러스와 비겼고 성남FC와 FC서울은 각각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광저우 헝다에게 덜미를 잡혔다.
일본 J리그는 더욱 처참하다. 가시와 레이솔, 감바 오사카, 우라와 레즈, 가시마 앤틀러스 등 4팀이 출전했지만 가시와만이 전북과 0-0으로 비겼고 나머지 3개 팀은 모두 패했다.
반면 중국은 참가한 4개 팀(광저우 헝다, 광저우 부리, 베이징 궈안, 산둥 루넝)이 모두 승리를 챙겼다. 1차전 결과만 놓고 보면 아시아 축구의 최강은 중국이라는데 의심할 여지가 없다.
어쩔 수 없다. 프로는 곧 돈이다. 특히 축구는 투자를 많이 해서 좋은 선수를 영입하면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종목이다. 중국 클럽들은 막대한 돈을 들여 해외의 거물급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단기간에 전력을 끌어올렸다.
실제로 지난 25일 FC서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히카르두 굴라트는 초호화군단 브라질 대표팀에 뽑힐 정도로 톱클래스 선수다. 광저우 헝다는 지난달 굴라트를 영입하기 위해 1500만 유로(약 187억원)나 지불했다. 한국 입장에선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이다.
같은 팀에서 활약 중인 공격수 알란 카르발류도 브라질 청소년대표 출신이다. 그는 이번 시즌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소속으로 유로파리그에서 8골을 넣은 뒤 중국리그로 이적했다. 이미 팀을 떠났지만 여전히 유로파리그 득점 선두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그 역시 이적료가 1100만 유로(약 137억원에 이른다.
광저우 헝다 정도는 아니더라도 다른 클럽들도 축구산업을 키우려는 중국 정부 정책과 발을 맞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물량공세에 한국과 일본이 직접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FC서울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주전 공격수 에스쿠데로를 중국클럽 장쑤 세인티로 이적시켜야 했다. 큰 전력 손실이지만 워낙 돈 차이가 많이 나다보니 선수를 잡을 방도가 없었다. 전북현대의 핵심 수비수 정인환도 중국 허난 젠예로 이적했다.
이미 김영권(광저우 헝다), 박종우, 장현수(이상 광저우 부리) 등 대표팀 주축멤버들 상당수가 중국 클럽 유니폼을 입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K리그로선 한국 축구를 잘 아는 이들이 더 무서운 적이다.
25일 수원삼성에게 역전패 당한 우라와 레즈의 미하일 페트로비치 감독은 “한국과 일본의 좋은 선수들이 유럽 등 해외로 나가는 사이 중국 프로축구는 엄청난 자본을 앞세워 특급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프로축구는 하향 평준화가 이뤄졌다”고 안타까워 했다.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도 최근 인터뷰에서 “K리그는 쪼그라들고 있다. 계속 이런게 3~4년 지속되면 불을 보듯 뻔하다. 경쟁력이 떨어지고 더 어려워진다”라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큰 선수를 데려올 수 없어 제일 고민이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과거에는 한국이 아시아 클럽축구를 선도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 클럽들 앞서 나가고 한국은 힘겹게 쫓아가는 신세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사면초가에 빠진 K리그가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