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안 보고 퍼팅한 백석현, 감격의 생애 첫 승하고 눈물 펑펑

by주미희 기자
2023.05.21 18:44:08

백석현(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골프 유목민’ 백석현(33)이 생애 첫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우승을 차지하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한 그는 상금 2억6000만원과 2027년까지 4년간 코리안투어 카드를 확보하며 ‘떠돌이 생활’을 그만둘 수 있게 됐다.

백석현은 21일 제주도 서귀포시의 핀크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3개, 보기 3개를 엮어 2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1타로 이태훈(33·캐나다)을 1타 차로 꺾은 그는 우승을 차지했다. 1라운드부터 최종 라운드까지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백석현이 받은 우승 상금 2억6000만원은 이 대회 전까지 48개 대회에서 벌어들인 상금 총액 2억3051만원보다 더 많다.

백석현은 중학생 때 태국으로 건너가 주니어 시절을 태국에서 보냈고 프로 선수도 태국에서 시작했다. 아시안프로골프투어와 일본투어에서 주로 뛴 그는 군에 다녀온 뒤 2021년에서야 코리안투어에 발을 들였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아시안투어가 중단되자 2020년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코리안투어에 나섰는데, 지난해까지는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지난해 제네시스 포인트 60위로 올해 시드를 간신히 확보했을 정도다.

140kg이던 몸무게를 80kg으로 감량한 그는 이번 대회에서 완전히 다른 선수로 변모했다. 특히 이번 대회부터는 4m 이내의 거리에서 볼이 아닌 홀을 보고 퍼팅하는 ‘노룩 퍼팅’으로 신들린 듯 버디를 뽑아냈다. 백석현은 “조던 스피스를(미국) 보고 힌트를 얻었다”며 “홀을 보고 스트로크하니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만족해했다. 그 결과 그는 1, 2라운드에서만 12언더파를 치며 크게 앞서나갔다.

최종 라운드에서도 노룩 퍼팅이 빛을 발했다. 최호성(50)과 공동 선두로 경기에 나선 그는 2번홀(파3)과 3번홀(파4)에서 보기 위기를 넘긴 뒤 4번홀(파5)에서 8m 이글 퍼트를 집어넣어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5번홀(파3)에서 2m 버디를 더한 그는 10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1.5m 옆에 떨구며 3타 차 선두로 달아났다.



이태훈이 후반에 추격에 속도를 내며 1타 차까지 쫓기기도 했지만, 16번홀(파5)에서 승부가 갈렸다. 이태훈이 그린을 노리고 친 두 번째 샷이 짧아 페널티 구역에 떨어졌고, 2m 파 퍼트를 넣지 못해 백석현은 2타 차의 여유를 되찾았다.

백석현은 17번홀(파3)에서 1타를 잃었지만, 이태훈도 티 샷을 벙커에 빠트려 보기를 적어낸 덕분에 2타 차 선두를 유지했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그는 티 샷을 연못에 빠트리고 벌타를 받고 친 세 번째 샷은 벙커에 빠져 위기를 맞았으나, 벙커 샷을 홀에 바짝 붙여 보기로 막았다.

1타 차의 극적인 우승이 완성된 순간 백석현은 눈물을 펑펑 흘렸다. 백석현은 “지난해 12월 결혼한 이후 내가 중계에 잡힌 것이 이번 대회가 처음이었다. 부모님, 장인 장모님, 아내에게 고맙다”며 눈물을 보였다.

공동 선두로 출발했던 ‘낚시꾼 스윙’의 베테랑 최호성은 4타를 잃고 공동 11위(7언더파 277타)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골프의 전설 최경주(53)는 이븐파를 기록해 공동 19위(5언더파 279타)에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