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부상투혼' 박병호 "다행히 발목이 아프지 않더라구요"

by이석무 기자
2022.10.20 23:05:25

20일 오후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 키움히어로즈 대 KT위즈 경기. 박병호가 8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큼지막한 타구를 날린 뒤 공의 궤적을 살피고 있다. 비디오 판독 결과 박병호의 타구는 펜스를 맞고 좌익수의 글러브로 들어간 것으로 인정돼 안타로 기록됐다. 사진=연합뉴스
[수원=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KT위즈 홈런타자 박병호가 발목 인대 부상을 이겨내고 가을야구에서 기적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단순히 ‘부상투혼’을 넘어 간판스타로서 앞장서 선수단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박병호는 2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올 시즌 홈런왕에 등극한 박병호지만 한 경기 4안타는 한 번도 없었다. 시즌 첫 번째 한 경기 4안타 활약이 가장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 나왔다.

박병호의 활약에 힘입어 KT는 9-6 승리를 거두고 준PO 시리즈를 2승 2패 원점으로 돌렸다. 이날 데일리 MVP에 뽑힌 박병호는 상금 100만원과 100만원 상당 코스메틱 상품을 받았다.

박병호는 사실 경기에 뛰는 것 자체가 기적이나 다름없다. 지난달 정규시즌 경기 도중 주르를 하다 오른쪽 발목을 다쳤다. 앞뒤 인대가 모두 끊어졌다는 진단이 나왔을 때 모두가 시즌 아웃을 예상했다.

하지만 박병호는 엄청난 정신력과 놀라운 회복력으로 정규시즌 막판 그라운드에 돌아왔다. 여전히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고통이 뒤따르지만 이를 악물고 달리고 있다.

박병호는 경기 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오늘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경기에 들어가려고 했고 더그아웃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며 “이겨서 너무 기분 좋다”고 말했다.

이날 4안타 가운데는 2루타도 있었다. 7회말 타석에서 좌측 깊숙한 타구를 때린 뒤 2루까지 전력질주했다. 1루에서 멈출 수도 있었지만 팀을 위해 기꺼이 몸을 아끼지 않았다.



2루에 나간 박병호는 황재균의 펜스 직격 2루타 때 홈으로 들어와 득점까지 기록했다. 불과 한 달 전에 인대가 끊어졌던 선수라고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활약이었다.

박병호는 “다리는 괜찮다고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뒤 쑥스럽게 웃었다. 그는 “2루까지 뛸 때도 괜찮았다. 최근에 가장 빨리 뛴 거 같다”며 “그때는 누가 말렸어도 뛰었을 것 같다. 다리 때문에 스톱해서 2루에 못 가면 분위기 면에서 안 좋을 거 같았다”고 털어놓있다.

이어 “2루로 빨리 뛰고 나서 다리 상태가 나쁘지 않아 다행이었다”며 “원래는 대주자로 교체하려고 했는데 다음 타석이 돌아올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해 그냥 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KT는 박병호 외에도 심우준, 조용호 등 부상 선수가 많다. 하지만 아픈 걸 무릅쓰고 경기에 나와 제 몫을 해내고 있다.

박병호는 “한 시즌 동안 가을야구 진출을 목표로 큰 그림 그리면서 왔는데 부상으로 시합에 못 나간다는 것은 너무 아쉬운 일이다”며 “다들 올 시즌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 더 힘을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박병호와 함께 KT 간판타자 강백호도 홈런 포함, 3안타 1타점을 올리며 승리 견인차 역할을 했다. 박병호도 강백호의 활약이 팀 분위기를 바꾸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고 인정했다

박병호는 “강백호가 좋다. 경기 전 강백호가 즐겁게 야구를 하면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선수단에 전파해 주길 바랐다”면서 “어제오늘 강백호의 밝은 모습을 보니까 확실히 팀 타선이 살아난 것 같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준PO 5차전을 앞둔 박병호는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박병호는 “단기전은 분위기 싸움이고 그때그때 다른 거 같다”며 “오늘 타선을 가리지 않고 좋은 활약을 펼쳤는데 오늘 좋은 분위기가 . 5차전을 준비히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