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뿌리가 흔들린다…1년 사이 PD 11명 이탈
by김은구 기자
2016.04.11 17:17:00
| 김영희 신정수 유호철 김유곤 PD(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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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MBC 예능의 토대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1년여 간 예능 PD 11명이 MBC를 떠나거나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쌀집 아저씨’라는 별칭을 얻었고 ‘공익 예능’으로 예능프로그램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 김영희 PD가 지난해 4월 사표를 제출한 게 시발점이었다. 이후 이민호, 신정수, 이병혁, 김남호, 손창우, 강궁, 문경태 PD에 이어 최근 김유곤과 전성호, 유호철 PD까지 MBC를 떠나는 것을 결정했다.
특히 김영희 PD를 필두로 이민호, 신정수, 유호철, 김유곤, 전성호 PD는 MBC가 예능의 주도권을 잡고 있던 ‘예능 전성기’에 일익을 담당했던 주역들이다. MBC의 인적 자원 손실은 결국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영희 PD는 ‘양심 냉장고’, ‘느낌표’에 이어 ‘나는 가수다’로 ‘일밤’의 부활을 이끌었다. 예능국장에서 물러난 후 연출 현장에 복귀해서도 특유의 감각을 발휘했다. 이민호 PD는 시트콤 ‘뉴 논스톱’을 연출하며 시트콤 전성시대를 열었다. 신정수 PD는 ‘놀러와’와 김영희 PD에 이어 ‘나는 가수다’ 지휘봉을 잡았가 유호철 PD는 ‘전파견문록’, ‘환상의 짝꿍’을 연출했으며 ‘우결 세계판’과 ‘우결 중국판’으로 글로벌 예능의 선봉에 섰다. 김유곤 PD는 ‘아빠! 어디가?’, 전성호 PD는 ‘우리 결혼했어요’를 각각 만들었다.
이중 김영희 PD와 이민호, 신정수, 강궁, 문경태, 이병혁, 김남호 PD는 중국행을 택했다. 유호철 PD도 구체적인 행보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우선 중국으로 연수를 갈 것으로 알려졌다. 손창우 PD는 케이블채널인 CJ E&M 행을 택했고 김유곤, 전성호 PD도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예능 PD들의 MBC 이탈을 ‘돈 때문’으로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MBC를 떠나는 것이 결국 모험과 같은 선택이라는 점에서 그 같은 평가는 섣부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상파는 그 동안 치열해진 방송 환경 속에서도 가장 안정적인 플랫폼으로 인정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들의 이탈은 결국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음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MBC 내에서 연출자로서 비전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더 나은 성과를 강요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 관계자는 “CJ E&M, 종합편성채널과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데 지상파의 제작 환경은 각종 제약에 얽매여 제작진의 운신의 폭이 좁은 게 현실이다. 특히 최근 MBC가 그런 경향이 심했다”며 “결국 그 영향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은 것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지상파에 소속돼 있다는 게 자부심일 수는 있지만 비전은 되지 못했다는 의미다. MBC 고위층에서 현재보다 조금 더 융통성 있게 제작환경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MBC를 퇴사한 PD들은 타 지상파가 아닌 중국행 또는 케이블채널행을 택했다. 케이블채널 예능만 하더라도 최근 지상파보다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PD들도 당장의 시청률 수치보다는 프로그램의 퀄리티로 인지도를 쌓는다. 더구나 중국행은 국내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제작비와 출연진까지 동원이 가능한 제작환경이 뒷받침된다. PD들이 더 넓은 세계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도 꼽힌다.
중국과 합작으로 예능프로그램 제작사를 설립하고 신정수 등 후배들을 영입한 김영희 PD는 “글로벌 시대에 능력이 있는 PD들이 한국, 지상파이라는 제한된 환경에 갇혀만 있는 것이 과연 정답이냐”고 반문한 적이 있다. 아직 많은 사례,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김영희 PD의 말을 곱씹어볼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